[한준의 작전판] 김학범호: 전술적 실패, 운영의 실패, 선발의 실패

한준 기자 2021. 8. 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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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남자 축구 올림픽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2일 오후 일본에서 돌아왔다. 기대했던 사상 두 번째 메달 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지난 7월 31일 멕시코와 8강전에서 3-6 완패를 당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2016 리우 데자네이루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8강 고비만 넘지 못했다. 또 한 번 북중미 팀에 발목을 잡혔다.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잃은 것은 참가한 선수들의 병역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연령별 대표팀이 아시아와 국제 대회에서 거둬온 성과를 통해 세계 축구와 격차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흐름에 치명타가 됐다. 멕시코전에 한국은 개인 능력과 팀 전술은 물론 경기에 임하는 정신력과 자세 모두 완패했다.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핵심 선수가 다 빠진 루마니아, 무려 세 차례나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전반전에 퇴장 선수가 발생하며 휘청인 온두라스를 상대로 조별리그에서 거둔 승리가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멕시코전 결과로 드러났다. 기실 루마니아, 온두라스전에 한국이 만든 득점 대부분이 상대가 무너진 상태에서 나왔다. 팀 플레이를 통해 준비된 과정을 통해 맞아들어간 골이 없었다.


김학범 감독의 승부수는 멕시코전에 모조리 어긋났다. 왼쪽 측면에 상대 공격을 대비한 김진야, 강윤성의 더블 풀백 배치는 공수 양면에 걸쳐 효과가 없었다. 멕시코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 우리엘 안투나가 안쪽으로 들어오고 오른쪽 메짤라로 출전한 루이스 로모가 우측 바깥으로 빠져드는 플레이로 한국 수비 조직을 교란했다.


강윤성은 1대1 상황에서 고전했고, 김진야은 상대 라이트백의 전진을 제어할 수 있는 화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측면 싸움에서 완패하며 실점했다. 전반 12분 멕시코의 왼쪽 공격수 알렉시스 베가가 문전 우측으로 깊숙이 찔러 넣은 오른발 크로스 패스를 로모가 문전 우측에서 헤더로 떨궈 문전에서 헨리 마르틴이 마무리했다. 


우리엘 안투나(멕시코). 게티이미지코리아

활발한 사이드 체인지는 한국의 압박 수비를 쉽게 허물었다. 기본적으로 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압박 수비는 필연적으로 반대편에 공간을 남겨두게 한다. 이 반대 공간을 측면 공격수와 인사이드 미드필더의 교차 플레이를 통해 1대1 대응까지 파훼한 멕시코의 전술적 준비가 탁월했다. 


이동경의 개인 능력을 통해 나온 전반 20분 동점골 이후 멕시코는 전반 30분 베가가 또 한번 왼쪽 측면에서 우측 전방 하프 스페이스로 찔러 넣은 로빙 스루 패스를 로모가 마무리하며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이 두 번째 실점에서 김학범 감독이 구성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약점을 노출했다. 사실상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김진규와 볼 배급이 강점인 중앙 미드필더 김동현을 배치한 것은 멕시코 2선 공격수들의 침투, 돌파, 득점력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압박해 수비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세계 수준의 경기에서 1대1에서 완패하면 조직적 준비도 허사가 된다는 것을 멕시코가 보여줬다. 힘이 빠진 황의조는 전방 압박에 최적화된 공격수도 아니었다. 온두라스를 무너트렸던 오른쪽 측면 공격수 이동준을 중심으로 한 공격 패턴은 경기 초반 잠깐 통한 뒤 제어됐다. 측면과 중앙에서 모두 밀린 경기에서 스트라이커와 센터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은 210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과정에도 대회 내내 경기력이 꾸준하거나 압도적이지 않았다.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 치른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에 패배했다.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16강, 8강전 경기 내용도 패해도 할 말이 없는 허점이 드러났다. 황의조의 결정력, 조현우의 선방 덕분에 결승까지 올랐다. 손흥민이 수비를 몰고 다녀 황의조에게 공간이 생겼다.


황의조(오른쪽, 올림픽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일본 21세 이하 대표와 맞붙은 결승전도 연장전에 가서 상대가 힘이 빠졌을 때 황희찬과 이승우의 골이 터져 승리했다. 당시 강점이었던 황의조의 결정력에 이번 대회에도 기대를 걸었으나 송범근은 조현우만큼 위기에서 골과 다름없는 선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이 선발되지 못한 가운데 황의조는 상대 밀집 수비에 고립되는 상황이 많았다.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권창훈은 좋은 선수이지만 부상 전의 파괴력을 보여지 못해 대회 내내 주전으로 기용되지 못했다. 멕시코전 한국의 공격은 주로 롱볼로 전개됐는데 AFC U-23 챔피언십 우승 과정에 중용한 오세훈을 선발하지 않은 것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선발 과정의 아쉬움이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성공했다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였다. 이번 실패는 김학범 감독의 커리어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엔트리 선발부터 대회 기간 선발 명단 구성까지 논란의 요소가 많았던 김학범호는 결국 약팀이 모인 조별리그에서 충분한 오답노트를 얻지 못해 멕시코를 만나 와르르 무너졌다. 다음 국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는 다시 나와선 안될 혼선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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