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서 자라는 사슴뿔이 완도 보양식이라고?

완도신문 정지승 2021. 8. 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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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혈 예방하는 청각부터 우울증 환자에 좋은 황칠까지.. 완도만의 특별 여름철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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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 정지승]

무더운 여름. '칠말팔초' 무더위의 최고점을 달리는 중복을 지나 다음 주면 말복이다. 삼복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체력이 떨어지고 무기력증이 생기면서 면역력도 감소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양이 풍부하고 내 몸에 맞는 보양식을 더 찾는다.

여름 보양식에는 장어, 삼계탕, 민어, 수박 등 더위를 이겨낼 갖가지 음식이 있지만, 완도 보길도에서는 전복이나 황칠 요리가 여름철에 주로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거기에 하나 더 건강식을 보태면 '청각'이라는 해조류인데,  완도의 생일도와 보길도에서 대량 양식에 성공해 수확을 앞두고 있다.

보길도에 가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지혜가 보인다. 보길면 정자리 마을에는 황칠나무 천연기념물이 있다. 황칠은 주로 궁중의 염료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건강식 약재로 많이 이용한다. 이곳에서 발아한 황칠은 해남, 완도, 강진, 장흥 등 서남해안 지역에서 약용작물로 대량 재배한다.

완도의 보길도는 이미 황칠의 원산지로 알려졌다. 약용작물로 연구가 활발한 황칠과 바다의 보양식 전복, 수확이 한창인 해조류 청각은 주민들이 자랑하는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완도가 해조류의 본향인 이유
 
ⓒ 완도신문
청각이라고? 거참 이름 한번 독특하다. 녹조류의 청각은 사슴뿔 모양을 닮았다. 그래서인지 '청각채'나 '녹각채'로 부르기도 한다. 청각속 청각목 청각과에 속하는 녹조식물의 분류군이란다.

그렇다면 사슴뿔인 녹용처럼 우리 몸에도 효과가 좋을까? 당연한 말씀이다. 철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빈혈 예방에 탁월하다. 칼슘과 인,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해조류로 성장기 아이들에게 특히 좋다. 게다가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되어 대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주고, 비타민 C가 풍부해 변비에도 효과적이라니 가히 건강식의 으뜸이다.

<동의보감> 내용을 보면 더 환상적이다. 담이나 결석을 해소함은 물론이다. 물에 우려내 마시면 야뇨증을 고칠 수 있고, 민간에서는 해열제와 구충제로 이용했다고.

전남지역에서 청각(Codium fragile)은 김장을 할 때 김치의 속 재료에 주로 사용했다. 김치 양념에 청각을 넣으면 천천히 숙성되고, 강한 젓갈 냄새와 마늘 향을 중화한다. 어촌에서는 살짝 데쳐서 초무침을 하거나 콩나물에 넣어 무쳐 먹기도 한다. 건강 녹조류 청각이 요즘 수확기를 앞두고 있다.

보길도 정자리 앞바다는 청각 양식장이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센터는 녹조류 청각의 인공종묘생산으로 대량화에 이미 성공했다. 해조류연구센터와 목포대학교의 공동연구가 불안정한 자연채묘에 의존하던 기존 청각 양식 방법을 개선한 것.

청각의 대량 양식 기술개발은 해양수산부의 수산특정연구과제로 지난 2004년 7월부터 약 3년여에 걸쳐 완도군 보길도 해역에서 이뤄졌다. 다른 해조류보다 판매 단가가 높아 건중량 1kg당 1만 원~1만2000원에 거래하는 고부를 이루다 보니 어가의 마당엔 앞다퉈 청각 말리기가 한창이다.

청각의 대량 양식은 해조류 양식대상종의 다양화, 어업인의 소득증대에 이바지함은 물론 양식방식의 우수 메뉴얼을 제공했다. 수산특정 연구사업의 모범 사례가 된 것이다.

청각은 이르면 7월부터 9월까지 수확하는데, 이곳 어민들의 여름철 수입원이다. 마을 어가 대부분이 양식에 참여했다. 작황은 좋은 편이나, 시설량은 다른 양식에 비해 적어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초처럼 따가운 햇볕에 말려야 영양가가 높고 품질이 좋아 이 시기에 수확한다.

지금 육지엔 고추, 바다엔 청각을 말린다. 청각은 해조류 양식학 분야의 학문적인 연구성과로도 크게 인정을 받았다. 지난 2007년 3월, 일본에서 개최한 제19차 국제해조류학회에서는 보길도 청각 양식연구를 최우수논문으로 선정했다. 완도가 해조류를 상품화한 이유가 보인다.

완도 황칠은 약용의 새로운 기능을 열었다

보길면 정자리 마을에는 신들린 나무가 있다. 400여 년 된 천연기념물 '황칠나무'다. 황칠은 원래 칠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약재로 주로 사용한다. 여러 지역에서 약용작물로 재배하고 있다. 민가에서는 황칠나무 가지를 잘라 그늘에 잘 말린 후 돼지고기 수육, 삼계탕, 닭백숙 등 다양한 건강식 요리에 함께 넣어서 국물을 낸다. 여름철 보양식을 먹는 가장 최신 방법이다.

옛 문헌에는 황칠이 고급 도료로 황실에서 사용했다. 황칠나무에서 채취한 도료는 삼국시대부터 황제 국왕 제왕의 갑옷, 투구, 기타 금속 장신구 등의 황금색을 발하는 진귀한 품목이었다. 조선 정조 18년(1794)에 호남 위유사 서용보의 상소 중에 "완도 황칠의 근년 산출은 전보다 못한데도 추가 징수가 해마다 더 늘어나고, 아전들의 농간이 극심하니 엄격히 규제하여 섬 백성들의 민폐를 제거하는 것이 마땅합니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사용처가 민간이 아니던 것이다. 불과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완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품질 좋은 황칠 생산의 중심지였다. 조선 후기로 오면서 지방관리의 수탈이 심해지자 안타깝게도 아예 맥이 끊겨 버렸다.

그렇다면 보길면 정자리 마을 황칠나무는 어떻게 수많은 세월을 견뎌왔을까? 그 이유를 따지듯 여기저기 물어보니 신목(神木)으로 여겨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한 까닭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멸종하다시피 사라진 황칠이 안타까워 주민들이 보호에 나섰을까?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최근 들어서야 전통 황칠을 다시 살리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은 황칠나무가 다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였다. 최근에야 도료와 염료, 건강식품과 차, 음료 등 많은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황칠의 효능을 보면 혈액 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은 감소 시켜 피를 맑게 하는 정혈 작용, 간 기능을 증진하여 숙취 해소, 피로 회복, 각종 해독작용, 항산화 작용이 있어 노화 방지, 피부 미백, 주름 방지 기능을 증진한다. 

또한 뼈와 치아의 기능을 증진해 충치, 잇몸병, 골다공증, 관절염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조골세포(뼈를 만드는 세포) 증식을 도와 어린이 성장, 면역력 증진, 그리고 신경 안정 효능이 있어서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잠을 편히 못 자거나, 짜증, 스트레스가 심한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

황칠에서 나오는 안식향은 우울증 환자에게도 좋다고 한다. 식중독 원인균인 황색포도상구균,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 비브리오 등의 생육을 저해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실험 결과로 볼 때 간암, 폐암, 위암, 유방암, 백혈병 세포의 증식 억제 효과가 있어서 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것을 어찌 다 믿어야 할까? 너무 황송하다.

그러나 황칠은 이미 학계와 연구기관의 다량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완도군이 추진하는 신활력사업에도 황칠은 주력 상품이 될 모양새다. 우리 곁에서 사라진 황칠나무가 21세기에 돼서야 서서히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황칠나무의 학명은 '나무 인삼'이라는 뜻(Dendro-panax Morbifera Nakai)을 가지고 있다고. 이쯤 해서 올여름 건강식은 전남의 완도바다에서 한가득 찾아보면 어떨까?

정지승/다큐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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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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