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야구 한·일전, '밥상 차리기' 전쟁
결승 길목에서 성사된 야구 한·일전. 승부는 1, 2번 테이블 세터 경쟁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어느 팀에서 더 많은 찬스를 중심 타선에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을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치른다. 독특한 대회 규정상 패하더라도 탈락은 아니다. 패자부활전으로 결승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좀 더 수월한 일정을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하다. 한·일전의 의미를 생각하면 더 놓칠 수 없다.
경기는 타격전이 유력하다. 도쿄올림픽 야구는 일정이 빡빡하다. 조별리그 2경기를 치르고 변형 패자부활전 방식의 녹아웃 스테이지까지 소화한다. 대표팀만 하더라도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닷새 동안 4경기(조별리그 2경기, 녹아웃 스테이지 2경기)를 치른 뒤 하루 휴식 후 준결승을 맞이한다. 투수 소모가 누적돼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엿새 동안 3경기를 뛴 일본은 한국보다 일정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2일 미국전 뒤 하루 휴식하고 바로 준결승전을 나선다.
상대 마운드를 무너트릴 키맨은 '밥상을 차리는' 테이블 세터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 박해민(삼성)을 1번 타자로 고정했다. 박해민은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571(14타수 8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 감독은 조별리그에선 이정후(키움)를 2번 타순에 넣었지만, 녹아웃 스테이지에선 강백호(KT)를 2번으로 올렸다. 4번 타순에서 부진했던 강백호는 2번에서 8타수 5안타로 살아났다. 2일 열린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에선 박해민과 강백호가 안타 6개를 합작했다. 중심타선에 찬스가 자주 연결돼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대회 첫 콜드게임으로 이스라엘을 제압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일본도 비슷하다.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은 이번 대회 테이블 세터를 야마다 테츠토(야쿠르트),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에게 맡기고 있다. 두 선수는 타순 변화가 없다. 야마다는 대회 타율이 0.250(12타수 3안타)으로 낮다. 하지만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NPB) 도루왕을 세 차례(2015·2016·2018) 차지한 준족이다. 지난달 31일 멕시코와의 조별리그에선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 1볼넷 2도루를 기록했다.
2번 타자 사카모토는 대회 타율이 0.429(14타수 6안타)로 높다. 일본 타자 중 타격감이 가장 좋다. 2일 미국전에선 5타수 3안타(2루타 2개) 1타점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냈다. 일본은 3번 요시다 마사타카(오릭스)가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야마다와 사카모토의 출루를 봉쇄하는 게 대량 실점을 피하는 지름길이다.
공격 선봉에 서는 테이블 세터. 누가 울고 웃을까.
도쿄=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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