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을 영화에 투영하는 방법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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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포스터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디즈니가 만든 모험 액션 영화 <정글 크루즈>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찾아 나선 탐험대의 뒤를 잇는다. 어떤 병이라도 치유 가능한 달의 눈물을 찾기 위해 겁도 없이 정글 한복판으로 돌진한 여성 캐릭터로 인해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마법이 깨어난다. 굽이굽이 뱀처럼 흐르는 강,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열대우림 아마존에서 예상치 못한 초자연적인 힘과 마주해 위태로워지지만, 새로운 인물과 힘을 합쳐 고난을 이겨내는 성장형 콘텐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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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스틸컷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영화는 20세기 초 고대 아마존의 전설을 쫓아 영국에서 온 식물 탐험가 릴리 박사(에밀리 블런트)가 인류의 의학적 진보를 이룰 치유의 나무를 찾는 여정을 중심으로 한다. 지적 능력은 물론 호기심과 용기까지 투철한 인재지만 여성이라는 한계점으로 매번 벽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는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계의 인정받지 못했던 릴리는 남동생 맥그리거(잭 화이트홀)를 내세우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참다못한 릴리는 직접 전설의 꽃을 찾아 아마존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특유의 말재주와 재치로 역사와 재미를 선사하는 가이드 겸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스)를 만나 합류한다. 보기와는 달리 거짓말과 포커페이스도 능수능란한 프랭크가 선뜻 믿음이 가지 않지만, 달리 해결 방법이 없었던 릴리는 그를 따라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한다.
여성 인디아나 존스, 성소수자의 등장
<정글 크루즈>는 이동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팬데믹 상황에서 아무도 찾지 못한 오지를 한정된 인원을 추려 떠나는 소수정예가 맞아떨어지는 극장용 영화다. 마치 놀이공원을 온 것처럼 재미와 스펙터클함을 선사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16세기 스페인 정복자의 의문스러운 전설과 저주까지 더해지자 근사한 테마파크 체험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실제 정글 크루즈는 디즈니 파크의 동명 놀이기구를 본떠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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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글 크루즈> 스틸컷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하지만 '여성 인디아나 존스'라는 잊지 못할 캐릭터를 창조해 생명력을 불어 넣은 점이 돋보인다. 릴리는 탐험을 위해서라는 물불 가리지 않고 생각한 대로 직진해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 센 성격이다. 겉으로는 독불장군처럼 보여도 사회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동생을 살뜰히 품어주는 포용력까지 갖춘 현대적인 인물로 그려진 까닭에 결정적 존재감을 발산한다.
아마존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조네스에서 왔다. 싸움에 특화된 용맹스러운 여성 전사 집단에게 무차별 공격받은 16세기 스페인 탐험가들로부터 지어진 이름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아마존의 정체성이다. 영화 속 무대가 아마존 정글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디즈니가 꾸준히 관객을 끌어들이는 마법, '다양성'이 추가된 <정글 크루즈>는 디즈니 역사상 최초의 성소수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투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그뿐만 아니라 성역할 전복을 통해 남성의 보조자나 소유물이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탐험가의 입체성을 부여하기에 이른다. '여자라서 안돼'라는 말에 굴하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릴리의 선한 영향력과 바지를 입는 여성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에서 자유로운 캐릭터의 성공적인 데뷔 전이라 할 만하다.
최근 유색인종으로 설정한 <인어공주> <피터 팬> 등 디즈니 클래식 실사화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 주의) 추구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글 크루즈>는 디즈니의 새로운 가치관과 오랜 향수를 자극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리한 확장이라 할 수 있으면서도 이후 나올 디즈니 영화의 행보를 주목하게 만드는 전초전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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