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 이찬혁은 혼자서도 빛난다

류가영 2021. 8.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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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악뮤 이찬혁이 지은 글과 그림, 노래가 쉽게 가슴을 울리는 이유다.

PURE

LOVE

Q : 이번 화보는 이찬혁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를 담으려 했어요. 준비된 소품도, 배경음악도 그때그때 직접 고르며 촬영에 임했죠

A : 안 그래도 촬영 시안에서 ‘순수’란 키워드가 눈에 띄길래 촬영장에 오며 ‘순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어요. ‘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 없다.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다.’ 말뜻만 보면 저는 순수한 사람이 맞는 것 같아요. 일단 계산이 없고요. 생각이 실행으로 이어지기까지 불순물도 거의 섞이지 않는 편이거든요.

Q : 올해 스물여섯이죠. 어느새 어른이 됐다고 느낄지

A :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꽤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동생 수현이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결정 내릴 일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아요. 철이 없을 땐 없고요. 노련함이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생길 테니 성숙해 보이려 굳이 애쓰지 않으려고요.

플라워 패턴 셔츠 재킷과 블랙 팬츠는 모두 Eponym.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볼로 타이는 Wild Bricks.
패턴이 돋보이는 코트와 이너로 입은 재킷, 터틀넥은 모두 Dior Men.

Q : 〈독립만세〉를 통해 당신의 ‘독립 라이프’를 엿볼 수 있었어요.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주저 없이 노래나 글, 그림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신기하더군요. 가진 기술이 많으니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할 것 같은데

A : 구태여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잖아요.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공감해 줄 거란 확신이 들면 노래나 그림으로 표현해요. 세 번째 정규 앨범 〈항해〉도 그렇게 탄생했고요. 〈항해〉의 발판이 돼준 생각 중에 설명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는 제 첫 소설 〈물 만난 물고기〉로 세상에 내보냈어요. 물론 그조차 ‘이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요(웃음).

Q :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지만 표현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면

A :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말로 표현하는 걸 어색해하는 사람이라 차라리 뭔가 만들어서 생각을 전달하는 게 더 편해요. 아,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데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지 않아서 생기는 아쉬움을 한계로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Q : 최근 론칭한 리빙 브랜드 ‘세이 투셰(Say touche′)’는 또 다른 창작일 것 같아요. 여기엔 어떤 즐거움이 있나요

A : 사회생활을 많이 배워요. 공동 대표인 (임)제린이랑 서류 작업도 하고, 제작 업체도 알아보러 다니고요. 그게 낯설면서도 재미있더라고요. 제 MBTI 유형이 ‘ENTP’거든요? 어울리는 직업으로 정작 가수나 시인은 없고 기업인, 고위 공무원, 개발자 같은 것들이 나오던데 비로소 ‘ENTP’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요(웃음).

Q :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테리어 소품은

A : 스피커요. 최근 이사하면서 빈티지 오디오 숍을 통해 마음에 드는 스피커를 구했어요. 가구처럼 생겨서 스피커 하나만으로도 무드가 확 살더라고요. 볼 때마다 ‘이건 진짜 잘 샀다’ 싶어요.

Q : 몽골 홈스쿨링, 〈K팝스타 시즌2〉 우승, 해병대, 첫 소설, 세이투셰까지, 당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단서가 많아요. 이것을 하나로 꿰면 정확히 스스로의 모습이 그려지나요

A : 모든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겠지만 특히 2년 전 〈물 만난 물고기〉를 출간한 일이 저한테는 되게 소중한 인생의 모멘트로 느껴져요. 군대에서 자유학습시간으로 주어지는 딱 두 시간 동안 바닷소리 배경음을 들으며 매일같이 썼던 이야기인데요. 그때가 너무 행복했어요. 독서실에 앉아 사각사각 글자를 쓰기 시작하면 가슴속에 평안함이 파도처럼 몰려왔죠. 군대에 있으면서 ‘정말 후회하면서 살지 말자’는 다짐을 자주 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에요.

Q : 책에서 방점처럼 찍혀 있던 문장이 ‘예술가란 자신의 말을 지키는 사람이다’였어요. 여전히 공감하는지

A : 아뇨(웃음). 저는 계속해서 바뀌는 사람이라서요.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걸 분명히 알고, 자기한테 맞는 옷을 입은 사람이 예술가 같아요.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드로잉 패턴 티셔츠는 People of the World. 스터드 장식이 달린 팬츠는 Loewe by Opal.
화이트 티셔츠는 People of the World. 원형 구멍이 뚫린 테이블은 Aptone.
플라워 패턴 재킷은 Kenzo.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금붕어가 그려진 아크릴 테이블은 Aptone.

Q : 어디선가 한번도 롤모델을 가져본 적 없다고 말한 것이 생각나네요

A : 어차피 모두 다르고, 저마다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러니 나는 나대로 사는 게 제일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Q : 7월 26일에 발매되는 컬래버레이션 앨범 〈Next Episode〉로 2년 만에 ‘악뮤’로 돌아옵니다. 이번 앨범의 물꼬가 된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A : ‘자유’란 개념을 더 파고들었어요. 〈항해〉에서 ‘옷 없이 걷고 싶어. 길 없이 살고 싶어. 돈 없이 살고 싶어’(Freedom)라고 표현한 자유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켜 하나의 앨범으로 만든 것과 같아요. 좀 더 고차원적인 자유랄까요. 그 자유란 옷을 입어야 하고, 주어진 길을 걸어야 하고, 돈이 꼭 필요한 세상에서도 누릴 수 있는 내 안의 자유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그것만 있으면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자유요. 수현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악뮤가 뭘 할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Q :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요

A : 이선희, 아이유, Zion.T 선배님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피처링으로 초대했어요. 이번에도 물론 작사·작곡은 했지만 곡 지분에 있어서는 조금 물러난 느낌이 있죠. 저한테는 도전이었어요. 작업에 있어서는 욕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덜어내면서, 수용하면서 작업했으니까요. 하지만 뮤직비디오 기획이나 의상 스타일링, 굿즈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니 오히려 역할은 훨씬 확장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Q : 변함없이 음악 여정을 함께해주는 수현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A : 수현이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작업을 진행할 때도 많아요. 그런 걸 이해해 줘서 고맙죠. 이번에 나올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했는데 역시나 ‘쿨’하게 ‘그래’ 그러더라고요.

Q : 남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준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 영상이 조회 수 300만을 돌파했더군요(웃음). 무대에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A : 노래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고, 항상 잘하고 싶어요. 실은 그것도 흥을 많이 참고 있는 거예요. 수현이가 저보다 무대에서 훨씬 편안하게 임하는 스타일이라 제가 집에서 하는 것처럼 열정을 분출하면 둘의 에너지가 너무 대비돼 어색해 보일 것 같거든요.

Q : 같은 날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부른 모습을 보고 당신의 아름다운 음색에 반한 사람도 많죠

A : 처음으로 혼자 무대를 장식한 거라 이제까지 섰던 무대 중에서 가장 떨렸어요. 연습도 충분히 했고, 제일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을 다시 불렀죠. 어떤 분이 댓글로 ‘찬혁이는 노래 디자인을 정말 잘한다’고 해준 적 있는데 확 와 닿는 게 있었어요. 뛰어난 가창력은 없지만 노래를 지루하게 부르지 않는다는 거, 그게 저의 강점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Q : 가족애가 대단한 사람이기도 해요. 가족에게 받은 가장 감사한 유산은

A : 부모님은 성향은 다르지만 서로를 정말 사랑하세요. 저희가 어릴 땐 주로 엄마가 아빠한테 맞춰줬고, 요즘은 아빠가 엄마에게 맞춰주며 지금껏 함께해왔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랑은 결국 노력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아요. 스스로 사랑하는 것도, 타인을 사랑하는 것도 전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깨닫게 해주셨어요.

Q : 이찬혁이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운가요

A : 한편으로는 잔인하고 냉혹하게도 느껴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말도 안 되게 선하고 감동적인 일을 목격하기도 하잖아요? 그 양면성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요. 내가 죽고, 내 아이가 죽고, 그 후손이 죽어도 시간 속에서 그 양면성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도 아름답게 느껴지고요. 제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은 글도, 노래도 좋지만 이 거대한 자연의 사이클에 기여하는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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