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식품에 의약 규제 과도? 윤석열의 황당함

박성우 2021. 8. 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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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프리드먼을 끌고 들어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박성우 기자]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부정식품'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7월 1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 중 윤 예비후보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을 언급하면서 "돈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처럼 더 싸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인터뷰는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터뷰와 동일하다.

다음은 윤 예비후보 인터뷰 원문이다. 맥락의 생략을 우려해 관련 발언 전체를 인용한다.

"저희 부친이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권한 것은 소위 종속이론, 케인지언 경제학... 근데 원래 시장 경제의 기본적인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너무 한 쪽으로 편중되지 말라고 그 책을 권해주신 거고.

근데 제가 거기에 감명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제 기억에는 2006년 중수부 연구원할 때까지 검사되고 나서 그 책을 계속 갖고 다녔어요. 왜 그랬냐면 상부에서 뭐 이런 거 단속해라, 저런 거 단속해라, 단속 지시가 대검 각 부서를 통해서 일선 청으로 막 내려오는데... 프리드먼의 책을 보면 거기에 다 나와요. 이런 거 단속하면 안 된다.

왜냐면 단속이란 건 퀄리티를 기준을 딱 잘라 줘 가지고 이거보다 떨어지면 형사적으로 단속을 하라는 건데. 프리드먼은 아니 그거보다 더 아래도, 완전히 정말 먹으면 사람이 막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이런 부정식품이란 그러면은. 아니 없는 사람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이거야. 그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깐 이거를 이렇게 올려놓으면 예를 들면 햄버거 오십 전짜리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오십 전짜리를 팔면서 위생이라는 것도 이런 퀄리티는 5불짜리로 맞춰놓으면 그거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거다.

또 미국의 FDA 의약 규제같은 것도 너무 과도하다. 당장 암에 걸려 죽을 사람들은 신약이 나오면 3상 실험 전에도 내가 쓰겠다 하면 쓰게 해줘야 하는데 그걸 왜 막냐 도대체. 그래서 제가 그걸 다시 읽어보고 딱 요약해서 위에다가 '아 이게 단속은 별로 가벌성이 높지도 않고 안 하는게 맞습니다', 예, 그래서 이제 이 소위 공권력의 발동을 네, 좀 하는데 좀 많이, 좀 써 먹었습니다."(원본 영상 보기, 해당 발언 시작은 20분 17초부터.)

식품 위생 단속이 선택의 자유를 제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

논란이 된 윤석열 예비후보의 발언은 2021년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인물치고는 대단히 위험하다. 먼저 식품 위생 단속은 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식품위생법은 제1장 제1조에서 "이 법은 식품으로 인하여 생기는 위생상의 위해(危害)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며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혀놨다.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과 국민보건 증진을 위한 식품 위생 단속을 그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단순히 바라보는 것은 국민을 대리하고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총괄하는 대통령에 나서겠다는 인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또 "더 아래도, 완전히 정말 먹으면 사람이 막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이런 부정식품이란 그러면은. 아니 없는 사람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그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라는 윤 예비후보의 발언에 따르면, 당장 건강상 문제는 없지만 현재 기준 식품 위생 단속에는 못 미치는 식품을 섭취하는 건 결국 돈 없는 이들이다.

그것을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학자를 소환해 '선택의 자유'라고 포장해도 본질은 신분제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신선식품, 채소 판매대 모습.
ⓒ 연합뉴스
 
식품을 넘어 의약 규제도 과도하다?

발언의 문제점은 '부정식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FDA 의약 규제같은 것도 너무 과도하다. 당장 암에 걸려 죽을 사람들은 신약이 나오면 3상 실험 전에도 내가 쓰겠다 하면 쓰게 해줘야 하는데 그걸 왜 막냐"는 발언 역시 문제적이다. 윤 예비후보의 발언은 몇 해전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둘러싼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에도 펜벤다졸 복용을 옹호하는 이들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 미비를 이유로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윤 예비후보는 의료계 전문가들의 입장과는 상반된 입장에서 의약 규제의 과도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리가 사회에 적용되면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발생한다. 환자 개인의 처지에 따라 급하다 하면 의학적으로 안정성이 규명되지 않은 물품에 대한 사용을 권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윤 예비후보의 주장을 요약하면 '식품 위생 관련 단속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니 가격이 올라가고 저소득층이 식품을 싸게 구매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도다. 하지만 이런 해석이 이뤄지기 위해선 ▲한국의 식품 위생 단속이 과도한가 ▲식품 위생 단속이 식품 가격을 높이는 데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등의 사실관계가 규명돼야 한다. 하지만 인터뷰상 위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다.

'부정식품'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 예비후보는 2일 해명을 내놨다. 그는 '인터뷰 중 미국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 것'이란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되지 않는 거라면 (부정식품)기준을 너무 높여 단속하고 형사처벌까지 나가는 건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이라는 생각을 평소에 가졌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돈 없는 사람은 음식의 질이 낮더라도 먹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정부의 과도한 규제나 단속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현재의 식품위생법상 어떠한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식품위생법 제4조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① 썩거나 상하거나 설익어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② 유독·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것 또는 그러할 염려가 있는 것
③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오염되었거나 그러할 염려가 있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④ 불결하거나 다른 물질이 섞이거나 첨가된 것 또는 그 밖의 사유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⑤ 제18조에 따른 안전성 심사 대상인 농·축·수산물 등 가운데 안전성 심사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안전성 심사에서 식용으로 부적합하다고 인정된 것
⑥ 수입이 금지된 것 또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제20조제1항에 따른 수입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수입한 것
⑦ 영업자가 아닌 자가 제조·가공·소분한 것

이중 과연 윤 예비후보의 발언대로 "국민건강과 직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마지막 두 항목을 제외한다면 모두 인체의 건강과 직결된 항목이고, 마지막 두 항목도 수입품에 대한 절차와 식료품을 다루는 자격에 관한 것으로 과도하다고 볼 여지는 딱히 없어 보인다.

또한 식품 위생 단속에 따른 형사처벌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불량식품사범의 형사처벌 결과를 연구한 2017년 논문에 따르면(하상구·송봉규, 한국경찰학회보, 논문 보기) 식품위생법 위반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음에도 1999년부터 2014년까지 검거된 불량식품사범 중 고작 0.3%~0.8%만이 구속됐다.

불량식품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연구한 다른 2013년 논문(박찬걸, 형사정책연구, 논문 보기)은 적발 및 형사처분, 행정처분 등이 미약한 실정이라는 점, 규제완화에 따른 식품영업자의 낮은 인·허가 장벽으로 영세한 산업구조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영업재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불량식품범죄의 발생원인으로 꼽았다. 오히려 규제가 충분치 않음을 역설한다.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은 윤 예비후보와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결국 윤 예비후보는 자신이 발언하는 분야에 대한 현실이나 이미 전문가들이 내놓은 방안들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획기적인 규제 완화'라는 프리드먼의 주장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누리꾼들이 '발굴'할 동안 기성언론은 무엇을 했나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시즌5' 초청 강연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윤석열 예비후보의 발언은 누리꾼들에 의해 최근 '발굴'됐다. 내가 놀랐던 지점은 누리꾼들이 발굴해낸 영상이 이미 인터뷰 다음날인 7월 19일 유튜브에 올라와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껏 수많은 기성언론들이 해당 인터뷰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기사화했지만 2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단 하나의 기성언론도 윤 예비후보의 '부정식품'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언론이 윤 예비후보 인터뷰의 전체 영상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력 대선 주자의 인터뷰조차 검증이 미비해 누리꾼들이 직접 찾아 '발굴'해내야 한다면 언론의 존재 의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윤 예비후보의 발언에 대한 적절성을 논함과 동시에 언론의 나태함 역시 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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