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돋보기] 주특기 되찾은 박해민, 베테랑 같던 김민우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스라엘을 7회 콜드게임(11-1)으로 꺾었다. 타자들이 조별리그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더 고무적이었다.
선발 투수 김민우는 냉정해 보일 정도로 차분하게 잘 던졌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했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면서 맞혀 잡는 피칭을 했다. 4회까지 삼진은 하나였지만, 볼넷이 없었다. 나이가 20대 후반(27세)인데도 베테랑 같은 모습을 봤다.
조별리그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 잘 던졌던 최원준은 첫 타자를 잘 처리했지만, 비 탓인지 제구가 갑자기 흔들린 것 같다. 조상우는 5회 2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제구가 좀 불안해 보였지만, 상대 타자가 3B-1S서 볼을 타격해 무사히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다. 한국 입장에선 행운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그동안 심리적 부담감 탓인지 자기 스윙을 못 했다. 하지만 이날은 경기 초반 타이밍을 잡을 때부터 여유 있어 보였다. 스윙이 간결해졌고, 각자 자신들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듯했다.
특히 리드오프 박해민은 1일 도미니카공화국전부터 공을 많이 보고 볼카운트를 길게 끌고 가면서 자신의 역할을 잘했다. 이 경기에서도 안타로 출루하면서 첫 득점에 성공했다. 이런 모습이 바로 박해민의 스타일인 것 같다.
한국은 1회 득점에 이어 2회 오지환의 홈런으로 초반 게임의 흐름을 가져왔다. 다만 4회까지 10안타를 치면서 계속 득점 기회를 만들고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이전 3게임은 출루를 못 해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날은 주자가 많이 나갔는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래서 야구란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결국은 막힌 흐름을 뚫었다. 5회초 위기를 잘 넘기고, 5회말 득점 기회에서 상대 실책과 박해민-강백호의 연속 적시타, 김현수의 결정적 홈런 등으로 빅이닝을 만들었다. 사실상 승리는 이때 결정됐다.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선 9회말 한국 특유의 끈기와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이어 이날 이스라엘과 재대결에서는 타자들의 힘을 보여줬다. 타자들이 이 경기를 계기로 되찾은 자신감과 좋은 컨디션을 남은 경기에서도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
조범현 2010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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