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선 복원..北의 노림수는

2021. 8. 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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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7월 27일 오후 군 관계자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활용해 시험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9일 이후 끊겼던 남북 간 군 통신선이 지난 7월 27일 오전 10시부터 다시 복원됐다. 모처럼 북한도, 이번 통신선 복원이 관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어올지 주목된다.

국내 정치와의 관계를 떠나, 한반도 평화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번 남북관계 개선 조짐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은 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상황이 한반도 평화에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몇 차례 친서 교환이 있었다

고 한다.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 같은 상황을 만드는 데 동조한 이유는, 현재 북미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의 관심은 항상 워싱턴에 꽂혀 있다. 워싱턴과 직접 협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우리를 무시하고 워싱턴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고, 이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우리를 통해 미국과 간접적 관계를 맺으려 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북한 행동 패턴이었다. 한마디로 워싱턴으로 직접 갈 수 없을 경우, 서울을 경유해 워싱턴으로 가려 한다는 말이다.

이를 감안하고 보면, 북한은 현재 북미관계가 아주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따라서 우리와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미국과 대화의 끈을 다시 이어가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에 하나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고 직접적인 대미 대화 채널을 확보하면, 다시금 ‘통미봉남’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북한은 현재 우리를 이용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년 3월에 대한민국 대선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를 알 수 없는 만큼, 북한은 지금 정부를 통해 어떻게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한 듯싶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쉽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이 우리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할 경우 더욱 그렇다. 트럼프 때와는 달리, 현재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그야말로 프로페셔널한 대북 전문가가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이 북한의 이런 의중을 모를 리 없다.

또한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난 극복과 백신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밖에 기댈 곳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이번 군 통신선 복원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

종합해보면, 북한이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기보다는, 현 정권 임기 내에 일단 받아낼 수 있는 것을 받아내기 위한 평화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이후 북한은 다음 정권과 본격적인 남북관계 설정을 다시 시도할 테다.

이런 북한의 태도 변화가 현재진행형인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줄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남북관계 개선 조짐이 대선에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그 해 12월에 있었던 대선에서 민주당은 패배했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되는 MZ세대의 대북관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6월 9~12일 전국 만 18~39세 남녀 1000명(남성 522명, 여성 478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민족 동포’라는 대답이 17.1%, ‘적성 국가’라는 답이 17.3%, ‘(우리와) 상관없는 남과 같은 국가’라는 응답이 31%, ‘이웃 국가’라는 답은 19.7%, ‘관심 없다’는 답은 14.9%였다. 그러니까 MZ세대의 63.2%가 북한을 상관없거나 적대적인 국가로 판단하는 셈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이번 남북관계 개선 조짐이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무리다.

그럼에도 남북 군 통신선 재개에 대해 여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했다. 사안을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호재로 만들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런 측면보다는 현재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지는 네거티브 논쟁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또 경선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나타나는 네거티브 공방은 특징이 하나 있다. ‘과거 지향성’이다. 현 정권이 역점을 둔 일 중 한 가지가 ‘적폐 청산’이었다. 과거 폐단을 모조리 끄집어내 단죄하겠다는 ‘적폐 청산’의 결과, 적지 않은 수의 공직자가 감옥에 가거나 재판을 받았다. 물론 과거 잘못을 바로잡아야 미래를 제대로 계획할 수 있다는 취지는 맞다. 그렇다면 과거 정권이 잘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가 의문이 생긴다. 과거 잘못은 바로잡고 과거 정권이 잘한 일은 계승해야 하는데, 현 정권의 일 처리를 보면 과거 정권은 잘못만 저지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 정권은 잘못만 하고, 자신들은 잘하기만 했다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지난 4년 남짓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찾을 수 있다. 그동안 현 정권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을 보면서, 과연 적폐 청산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 어리둥절할 때가 있었다. 내로남불이 현 정권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도, 적폐 청산과 관련한 민심의 반영이다.

과거 잘못을 들춰내는 과거 지향성은 적폐 청산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관찰된다. 대통령의 사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는 매우 ‘활발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정작 현 정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사과는 인색하다. 과거에 발생한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했다면, 현재의 과오에 대해서도 과감히 사과해야 정치 행위의 일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정권에서 일어난 일들, 예를 들어 청해부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발생 8일 후에 사과했다. 그것도 SNS를 통해서. 청해부대 장병을 귀국시키는 과정에서도 사과보다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이런 식이라면 과연 누가 국가를 믿고 헌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종합해보면, 과거 잘못은 잘 들추는데 현재 자신들 정권에 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도, 사과하고 싶은 마음도 부족한 것 같다. 이는 또 다른 버전의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초래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1980년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무슨 기사를 썼느냐, 2004년 故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때 누구 편에 섰느냐를 갖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종류의 과거 지향성 네거티브는 결국 당내에서 누가 적통이냐는 문제로 요약된다. 민주당 대선 경선은 ‘자신들만의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0호 (2021.08.04~2021.08.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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