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DCU의 악동들,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다

김준모 2021. 8. 1. 10: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김준모 기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2016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MCU를 바라보는 DCU의 마음이 얼마나 조급한지 보여준 영화였다. DC 코믹스의 어두운 분위기 대신 마블 코믹스의 펀(FUN)한 감성에 중점을 두었고, 제작사가 영화에 깊게 개입하면서 재능 있는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는 본인의 역량을 보여줄 수 없었다. 그래도 할리 퀸 캐릭터 하나는 건진 이 영화는 감독부터 배우까지 바꿔 일종의 리뉴얼을 시도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아쿠아맨과 원더 우먼을 각자 솔로 무비를 통해 세계관에 정착시킨 DCU는 히어로의 집합인 '저스티스 리그'와 상반된 빌런들의 집합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제작에 착수한다. 전작의 실패를 만화하기 위해 택한 인물은 MCU에서 퇴출당한 감독, 제임스 건이었다. 과거 부적절한 SNS 내용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바 있는 인물이다. 이에 워너 브라더스는 영화의 전권을 그에게 맡기며 믿음을 보였다.

감독은 원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스토리와 다양한 빌런 캐릭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만드는데 착수했다. 리뉴얼을 하면 더 마음에 드는 게 당연한 거처럼 속편이 아닌 새로운 시도라면 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함은 당연한 일. 이에 작품이 핵심적으로 생각해야 할 요소는 전작의 실패였다고 볼 수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경우 히트 캐릭터 할리 퀸을 배출해냈고 개성 강한 빌런들을 집합시켰다. 여기에 리듬감은 펑키하고 전개는 스피디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문제는 이 캐릭터들의 강한 개성에 빠져들 드라마와 하나의 구심점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부족했으며, 그들과 대립을 이루는 빌런이 무개성이었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 전개 역시 단순한 플롯으로 범람하는 히어로 무비 사이에서 독자적인 개성을 갖추는데 실패했다. 제임스 건 감독이 처음으로 보완한 건 캐릭터다. 메인의 한 자리는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할리 퀸에게, 다른 세 자리는 블러드스포트, 피스메이커, 릭 플래그에게 배분한다.

블러드스포트는 아버지의 교육과 학대로 외형적으로는 악이지만 내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딸이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합류한다. 이들의 대장 격인 릭 플래그 대령은 그 작전의 비인간적인 요소를 배제하면 전형적으로 선한 마음과 정의를 지닌 인물로, 피스메이커는 이름과 달리 평화보다 분쟁을 일으키는 존재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여기에 랫캐처2와 폴카도트맨, 킹 샤크는 능력에서의 개성은 물론 각자가 겪고 있는 내면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조명하며 전편에 비해 풍성한 드라마를 연출해내는데 성공한다. 여기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종족도 외형도 다른 주인공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드라마적인 깊이를 선보였던 제임스 건은 이번 작품에서도 본 정체는 빌런인 주인공들이 구심점을 찾고 하나로 뭉치는 전개를 선보이며 전작에 비해 두 수는 업그레이드 된 드라마를 선보인다.

기교의 측면은 도입부에서 그 재능을 선보인다. 릭과 할리 퀸을 중점으로 모인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임무 중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장면은 그 코믹함과 함께 청불액션의 쾌감을 자아낸다. 동시에 악당들의 화끈한 파괴력을 기대했던 예측을 무너뜨리며 재미를 준다. 이후 사실은 팀이 2개였고, 할리 퀸의 팀은 미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작품이 지닌 주제가 무엇인지 밝힌다.

이는 전작이 빌런들이 팀을 이뤄 싸운다는 점을 통한 흥미에 주력하고 드라마 역시 수박 겉핡기에 가까웠던 반면, 관객들이 더 이들 빌런에 빠지는 장치를 설정한다. 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구성한 정부 요원들은 이들의 머리에 폭탄을 설치하며 이름 그대로 자살 특공대로 활용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목숨을 이용하는 모습에 주목하며 과연 누가 진짜 빌런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다만 이 한 편의 작품을 통해 DCU가 성공적인 이정표를 마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화한 만큼 속도감 있는 극적 전개를 지니지 못한다. 마블의 경우 이 공간을 그들이 확립해 온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유머로 재미를 주는 반면, DCU는 세계관을 가지고 유머를 내뱉을 만한 완성도를 확립하지 못했다. 때문에 펀한 극의 분위기가 갑자기 진중해지며 리듬감이 저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메인 빌런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 문제는 물론 그 단계까지 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빌런 캐릭터들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한 문제다. 극의 클라이맥스를 책임지는 건 최종 빌런과의 대결인데 이 부분의 긴장감이나 카타르시스가 강하지 않다. 관객에 따라서는 다소 허무함을 느낄 만한 요소도 지니고 있다. 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제임스 건이 보였던 약점이기도 하다.

펀한 분위기에 청불 액션의 쾌감, 캐릭터의 개성과 이들이 뭉치며 발생하는 시너지의 측면에서 DCU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변칙적인 플롯과 드라마에 깊이를 더해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측면들을 최대한 보완했다. 다만 빌런 캐릭터의 아쉬움과 진중한 순간 속력을 잃어버리는 전개는 히어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고 할 수 있다.

DCU는 아직 히어로들의 모임인 <저스티스 리그>가 제대로 성립되지 못했다. 최고의 캐스팅이라 칭송받았던 '배트맨' 벤 에플렉이 하차하면서 로버트 패틴슨이 바통을 이어받아 솔로 무비를 준비 중이고, '슈퍼맨' 역시 차기 솔로무비에서 헨리 카빌의 출연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DCU의 양대 산맥 히어로가 정체성을 찾지 못한 사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반대 지점이라도 제대로 다져놓을 수 있는 초석이 되어주었다. 그 초석을 어떻게 딛고 나아갈지 기대를 모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