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전 결산 ①] 상대 분석 실패가 단판 승부 완패로 이어졌다

이종현 기자 2021. 8. 1. 07:0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이종현 기자=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멕시코와 벌인 '분석 대결'에서 완패했다. 경기 준비부터 패배했으니 승리할 수가 없었다.


한국은 7월 31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8강전에서 멕시코에 3-6으로 졌다. 이동경이 멀티골, 황의조가 한골을 기록했지만 헨리 마틴(2골), 세바스티안 코르도바(2골), 루이스 로모, 에두아르도 아귀레에게 실점했다.


현대 축구는 정보전, 분석의 대결이라고 불릴 만큼 영상을 통한 다양한 분석이 수월하고 또 고도로 발달돼 있다. 단판 승부에서는 이 능력이 더 중요하다. 한국은 이 싸움에서 졌다. 김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온두라스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친 선수를 다수 선발로 기용했다. 이동경, 김동현만 각각 권창훈, 원두재와 교체하고 9명의 선수를 그대로 출전시켰다. 


이 선택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멕시코는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대승을 거뒀던 루마니아, 온두라스보다 공격과 개인 기술이 강하다. 조별리그마다 다수의 선수를 바꾸며 경기를 치러온 팀 김학범과 달리 주전이 명확했다. 조별리그에서 로모, 마틴, 코르도바 등 7명은 내내 선발이었다. 2경기를 선발로 뛴 선수도 3명이나 된다. 4-3-3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스리톱 중 좌우 윙어 알렉시스 베가, 우리엘 안투냐를 중심의 측면 공격이 위협적이라는 정보는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조별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론됐던 윙어가 멕시코에 있었는데도 별다른 수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패착이다. 베가는 2골 1도움을 기록해 히샬리송(브라질), 구보 다케후사(일본), 아흐메드 헤가지(이집트)와 더불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별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론했던 선수다. 김 감독은 지난 2, 3차전처럼 오른쪽 풀백으로 윙어 출신 설영우를 기용했다. 설영우는 조별리그 2차전부터 공격 가담 능력과 이동준과의 호흡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수비 능력에서는 의문이 있었다. 이동준과 합동 수비를 시키든, 김진규와 김동현 중 한 명을 빼고 조금 더 활동량과 수비 커버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를 배치해 함께 막는 전술적 결단이 필요했다.


설영우의 수비력을 믿고 기용했더라도 경기 중에서 생각이 틀렸다면 전술 수정이 필요했다. 설영우는 전반전 11분 만에 베가의 개인기에 당해 크로스를 허용했고 이 공격이 기점이 돼 로모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선제 실점 장면뿐 아니라 설영우는 베가를 막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 감독은 선수 교체나 주변 동료와 협동 수비를 통해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시도는 없었다. 왼쪽 풀백 강윤성도 지속적으로 안투냐에게 흔들렸지만 김 감독의 전술 수정은 없었다. 페널티킥까지 내준 강윤성은 전반전 직후 교체됐다. 


김 감독은 전반전 직후 1-3으로 끌려가자 김진규, 김동현, 강윤성을 빼고 권창훈, 엄원상, 원두재를 기용하며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했지만 수비 안정을 위한 교체보다는 공격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후반전 권창훈이 기용되면서 한국의 공격 기회가 늘어나긴 했지만 설영우는 여전히 베가와 일대일 싸움에서 고전했다.


일대일에서 고전했던 풀백 전술은 물론 지나치게 뒤로 내려서는 수비 방식으로 공간을 내주거나, 측면 패스 한 번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기 종료까지 명확한 수정은 보이지 않았다. 후반전에도 한국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3골을 내줬다.


김 감독은 조별리그에서는 기민하게 전술 대처를 했다.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패배한 이후 선발을 5명이나 교체하는 파격으로 분위기 반전을 성공했다. 측면 공격이 강한 온두라스전에는 왼쪽 윙어로 풀백 김진야를 깜짝 기용하는 등 파격 전술로 성과를 보기도 했지만 유독 멕시코전은 전술적 패착도 많았고 대처도 부족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