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㊼] 허성진, 마침내 손에 쥔 음악감독이란 타이틀

류지윤 2021. 7. 3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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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으로 오세요'로 음악감독 첫 데뷔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2016년 방영됐던 KBS2 '태양의 후예' 속 OST '말해 뭐해'를 히트시킨 작곡가다. 아이돌 음악과 댄스, 발라드를 가리지 않고 작업해오던 그는, 개미 감독을 만나고서부터 OST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동백꽃 필 무렵', '녹두전', '바람이 분다', '더킹:영원한 군주', '그놈이 그놈이다' 등에 꾸준히 참여하던 그는, 올해 처음으로 음악 감독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음악감독으로서의 첫 작품은 티빙에서 방영 중인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다. 평소 허성진 작곡가의 노래를 좋아했던 소재현 감독의 제안으로 작업이 성사됐다.


"소재현 감독님의 입장에서 저에게 제안을 주신 게 어려울 수 있었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이미 유명한 음악감독님들이 주위에 많이 계실 텐데 음악 하나만 보고 선택해 주신 거니까요. 음악감독은 작곡 능력뿐 아니라 모든 걸 총괄해야 하는 입장이라 제 능력을 모르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제게 기회를 주셨어요."


음악감독이란 무게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전체적인 스토리텔링부터 대본을 보며 감정을 해석해야 했고, 영상에 어떤 음악을 입혀야 할지 가요부터 BGM까지 마련해야 했다.


"이번에 작업하며 드라마 분위기에 어울리더라도 속도감과 템포감이 잘 묻어나지 않는다면 적합하지 않다는 걸 피부로 체감했어요. 잘 해내야겠단 자체적인 부담감도 컸지만 제가 리드를 주는 작곡가들에게 어떤 음악을 작업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을 줘야 하는 일도 어렵더라고요. 설명을 해도 어울리지 않는 노래가 오면 그걸 거르는 일도 쉽지 않았고요."


그는 제작진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새로움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했다. 유명 음악감독들은 보통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공략했다. 자신은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새로우면서도 완벽한 OST로 극을 물들이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허 음악감독 차 안에는 트렌디한 가요가 아닌 클래식부터 BGM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제 장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그랬더니 한 작품에 올인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았죠. 그래서 이 작품만을 위해 공부도 하고 작업에 매진했어요. 대본만 분석하지 않고 지금까지 좋아했던 드라마를 다시 봤어요. 시청자 입장에서 노래 위주의 OST 정도만 신경 썼지 음악 감독 역할로 바라보니 노래가 들어가고 빠지는 타이밍도 참 중요하더라고요. 이 작품을 위해 쏟았던 시간은 좋은 결과물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제게도 배움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는 대가가 담긴 소원을 파는 마녀 식당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판타지 잔혹 동화 콘셉트 아래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드라마다. 판타지란 장르가 섞여 있어 기존에 작업했던 OST들보다는 조금 더 화려하게 웅장하게 연출하는 쪽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드라마 느낌이 아니었고 생각보다 분위기가 어둡더라고요. 그래서 영화 '크루엘라'를 레퍼런스 삼아 영화 OST 요소를 넣자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으로 드라마의 스케일을 키워주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우 송지효 씨가 음악을 입힌 드라마를 보고 영화 '아쿠아맨'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작업하면서도 제 판단에 물음표가 생길 때도 있었는데 모두가 좋아해 주시니 기분 좋더라고요."


TV가 아닌 OTT 드라마를 통해 데뷔한 것은, 약이 됐다. 시청률을 신경 쓰지 않고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


"요즘 사람들이 TV를 잘 안 본다고 말하긴 하지만 시청률이 평가 기준이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OTT는 시청률이 없다 보니 조금 부담이 덜했죠. 조금 더 드라마를 위해 애쓸 여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자유롭고 즐거운 첫 작업이었어요."


부담감은 조금 덜었을지 몰라도 조금 더 세심한 접근법이 필요했다. TV 드라마와 한 회차 분량, 편성 수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속도감 있는 노래 배치가 관건이었다.


"보통 16~20부작 드라마인데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는 8부작이다 보니 한 회에 노래가 짧게 많이 들어가야 했어요. 그리고 1부에서 서사를 설명하는 신이 많아서 다른 드라마보다 음악을 넣는데 애를 먹었죠. 장면만 보면 어울리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앞뒤 전체적인 의도나 흐름과 안 어울릴 때도 있었고요. 그래도 장점이 있었어요. 준비한 노래들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거였죠.(웃음)"


세아의 '홀딩 온', 주니의 '얼론' 그리고 이후 공개될 예서와 빅톤의 한승우의 노래까지 허 음악감독의 만족도는 높았다. 그는 잘 알려진 기성 가수보다는 톤이 좋으면서 잘 알려지지 않는 새 얼굴을 OST 주인공으로 물색했다.


"세아, 주니, 예서는 노래 하나만 보고 선택한 친구들이었어요. 보컬리스트를 찾으려고 소개도 받고 많이 찾아보기도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함께한 친구들이 대중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독보적인 보컬 톤을 가졌어요. 드라마를 끌어가는 데 있어서 곡도 중요하지만, 가수의 보컬 톤과 가창력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요. 신인들이지만 음색이 좋다고 소문난 친구들이라 만족스러워요."


'마녀 식당으로 오세요'를 하며 더 많은 장르의 드라마 음악감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옆에서 보고 배웠던 개미 감독의 무게감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여러모로 그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개미 감독님을 보며 음악감독이 됐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고는 있었어요. 그런데 작품자와 연출자는 관점부터 너무 다르더라고요. 한 작품을 맡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감독의 얼마나 큰 역할을 해내는지 이제 진짜 알게 된 거죠. 앞으로 저도 장르 가리지 않고 드라마를 더 즐겁게 볼 수 있는 OST 음악을 계속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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