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美서 '나홀로 로비' 나선 개성공단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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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나홀로 로비'를 펼친다.
미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한 개성공단 기업인은 "입주 기업 5분의 1은 폐업이나 폐업에 준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남북 직통연락선이 복원된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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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3000만원 '거금' 들여..92% "재입주 희망"
정부 대응 '미지근'..협회 추산 손실액은 1조5000억
매년 피해 가중..'외로운 싸움' 될 전망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나홀로 로비’를 펼친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공단이 재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까닭이다. 손실보상 등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남북 경협(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미국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협회가 손을 잡은 로비스트는 미국 대형 로펌 필스버리사다. 협회는 내년 5월14일까지 미 입법부와 행정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해주는 대가로 필스버리사에 20만달러(약 2억3080만원)를 지불했다. 회원사 대부분 회비를 내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나마 상황이 나은 기업 10여 곳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비용을 충당했다.
협회가 열악한 자금 사정에도 불구하고 ‘거금’을 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개성공단 재개를 향한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실제 입주 기업 대부분은 공단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월 개성공단 기업 11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1.9%는 재입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미지근하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만 5년이 넘었지만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따금 정부 고위 인사들이 공단 재개를 현안으로 언급하기는 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부의 손실보상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공단 가동을 중단하며 ‘페쇄에 따른 직접 피해’만 보상한다는 원칙하에 지난해까지 5833억원을 지원했다. 반면 협회가 추산한 피해액은 1조5000억원 규모다. 공단에 버려두고 온 건물, 설비 등 투자자산만 약 5936억원이다.
매년 피해가 가중되다 보니 협회는 계약이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내년 5월 내로 공단 문제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마음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로펌 측도 개성공단 기업인의 어려움에 공감대를 갖고 있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로비 활동에 돌입한다. 미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개성공단이 UN(국제연합)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며 가동이 중단됐던 만큼 미국을 기점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협회에 따르면 로비스트 고용 소식이 알려지자 통일부 등 정부 관계자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하지만 협회를 돕겠다며 앞장선 이들은 없었다. 결국 협회의 ‘외로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중소기업을 활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개성공단 기업인은 “입주 기업 5분의 1은 폐업이나 폐업에 준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남북 직통연락선이 복원된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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