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저주받은 올림픽에서도 들려오는 박수

김태훈 2021. 7.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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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일 확진자 1만 명 초과..개막 후 확진자 161% 폭증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 수질 악화..철인들도 똥물 수영 후 구토
악조건 속에도 진정한 주인공인 선수들 화합·투지는 잔잔한 감동
지난11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레인보우 브릿지와 오륜 조형물 상공에서 벼락이 치고 있다.ⓒ연합뉴스

‘망언 제조기’ 아소 다로 전 부총리는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연기·취소론이 부상하자 '저주받은 올림픽'이라고 정의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2020 도쿄올림픽’은 그의 말마따나 ‘저주받은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정타는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전염병으로 인한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쓴 도쿄올림픽은 대회 중에도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다. 연기로 인한 손실액과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무관중 개최로 인한 손실은 천문학적인 수치다.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온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IOC의 포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막을 코앞에 두고 전염성이 더 강한 델타 변이는 절정을 향해갔다.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일 1만 명을 초과, 연일 역대 최다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보다 160% 이상 폭증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우려대로 도쿄올림픽 개막 이후 폭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도쿄도의 확진자 증가와 올림픽이 무관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해 일본 국민들을 비롯한 세계인들을 분노하게 했다.


시종일관 국민 여론을 외면하면서 내놓은 일본 정부의 ‘버블 방역 시스템’도 무너질 위기다. 시중 감염뿐만 아니라 선수 등 대회 관계자의 감염이 급속히 퍼지는 상황이라 도쿄올림픽이 완주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년 전부터 우려를 낳았던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 수질 문제는 올림픽 기간 중 태풍이 불어 닥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똥물에서의 수영, 올림픽 개최지 하수 유출의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은 결승선에 들어오자마자 대부분 고통을 호소했고, 일부는 구토했다.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 당해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도 있었다. 코로나19와 오다이바 해상공원의 수질은 선수들의 또 다른 적이었다.


지탄을 받고 있는 대회에서도 뜨거운 박수 소리는 들린다. 지구촌 스포츠팬들과 외신들은 정치적·경제적 계산을 우위에 놓고 강행한 도쿄올림픽 자체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는 올림픽 정신에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 김제덕, 오진혁이 26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시상식에서 대만, 일본 선수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 뉴시스

그 중에서도 우리 국가대표들의 투지와 도전, 그리고 품격은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은 코로나19확진과 부상, 개인전에서 ‘도둑맞은 1점’을 안고 탈락하는 불운을 딛고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감동을 선사했다.


남자 태권도인교돈은 인간 승리를 보여줬다. 2014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2기 진단을 받았지만 병마를 딛고 일어나 동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수술한 왼발로 발차기를 날리며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태권도 이다빈이 불태운 투혼에 현지에서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승자에게 ‘엄지’를 치켜든 남자 태권도 이대훈은 올림픽 대표로서 품격을 보여줬다. 그랜드슬램을 놓치고 동메달마저 따지 못한 이대훈은 상대 선수를 축하했다. 한국 유도 간판 조구함은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안다리 후리기에 당해 패했다. 승자 울프는 마지막 악수를 할 때 조구함의 품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조구함은 울프의 손을 치켜들며 승자를 인정하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승자 역시 패자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한 남자 양궁 선수들은 시상식장에서 세리머니로 감동을 선사했다. 시상대에 선 대만·일본 선수들을 금메달 시상대에 불러 올린 뒤 셀카를 찍었다. 감동한 일본 네티즌들은 “시상대 위에서 모두가 하나였다. 진정한 화합이다”며 셀카 사진을 SNS에 퍼날랐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강행한 세력들이 올림픽 정신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도 진짜 주인공인 선수들은 ‘이것이 올림픽이다’라는 장면들을 숱하게 연출하며 박수를 받고 있다. 분노를 자극했던 도쿄올림픽에서 들려오는 박수라 정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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