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 99%' 지브롤터.. 거리·광장에서 마스크 벗었다

황윤태 2021. 7. 3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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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3개월 경과 사망자 0명
집단면역 넘어 완전면역의 상태
돌파감염 사례는 230여건 그쳐
시민들이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지브롤터의 한 거리에서 마스크 없이 걸어가고 있다. 지브롤터는 접종 2개월 만인 3월 22일 접종률 70%를 달성해 집단면역 상태에 진입해 3월 27일부터 실외 마스크 조치 해제가 이뤄졌다. 지브롤터에서는 음식점과 나이트클럽 등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신화뉴시스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의 영국 자치령 지브롤터가 ‘포스트 집단면역’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 3만9000여명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한 뒤 3개월이 지났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중증 환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숫자가 유지되고 있다.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일부 방역조치가 강화됐지만 실외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국민일보가 30일 지난 5월 지브롤터 주민 99%에 대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3개월간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분석해 보니 접종 이후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돌파감염’ 사례는 230여건에 불과했다. 지브롤터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4800여명의 5.99% 수준이었다.

지브롤터 정부는 백신 완전접종률이 99%를 넘긴 5월 22일부터 매일 신규 확진자 규모를 발표하면서 백신 접종과 거주민 여부, 나이대 등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사만다 새크라멘토 보건담당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돌파감염 대부분은 거주민에게서 발생한 게 맞지만 전 연령대 돌파감염자들에게서 면역 반응이 나타났고, 대부분 경증 상태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지브롤터에서도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일 확진자 규모가 30명대로 증가했지만 중증 상태인 환자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지브롤터 정부에 따르면 26일 현재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받고 있는 300여명 중 격리구역에 입원한 환자는 8명에 불과하다. 중환자실에 2명, 고령 환자전담 치료시설(ERS)에 2명 정도만 수용돼 있다. 사망자는 집단면역이 달성된 4월 이후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앞서 지브롤터는 지난 1월 두 번째 녹다운 시행 직후 일찌감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브롤터는 접종 2개월 만인 3월 22일 접종률 70%를 달성해 집단면역 상태에 진입했다. 파비안 피카르도 수석 장관은 3월 27일부터 실외 마스크 조치 해제를 명령하기도 했다. 5월 8일에는 완전접종자가 3만9000여명을 넘겨 접종률이 99%를 넘겼다. 남태평양 섬나라 세이셸이나 히말라야산맥에 위치한 부탄보다 빠른 속도다.

지역언론 올리브프레스는 “접종 초기 3000여명이 백신 접종에 두려움을 느끼고 소극적인 저항이 있었으나 정부가 먼저 나서서 설득해 접종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지브롤터에서 일하는 스페인 노동자 1만5000여명에게도 사전적으로 백신을 접종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도 지난 21일 지브롤터 르포 기사로 “아직 완전접종을 마치지 못한 300여명은 100세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에 접종 간격을 더 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신 회의론자들이 가장 보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브롤터가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팬데믹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관광업을 주 수입으로 하는 지브롤터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에는 관광업이 멈춰 경제적인 타격이 컸고, 올해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3개월 만에 확진자 4000여명과 9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집단면역을 넘어 완전면역 상태에 접어든 지브롤터에서는 3개월째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지난해 적용됐던 술집과 클럽 등에 대한 영업제한 조치도 대부분 해제된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브롤터에서는 거리와 광장에 카페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면서 “술집에서도 새벽까지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팬데믹 이후의 삶이 이곳에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적절한 대처 역시 델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브롤터에서는 지난달 3일 처음으로 델타 변이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후에도 일일 확진자 규모가 크게 늘지 않았지만 영국 정부가 휴가철을 앞두고 지브롤터를 안전지대인 ‘그린존’으로 분류하고 휴가여행을 권장한 뒤부터 확진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휴가철 본격 시작을 앞두고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알버니아산에 대한 입산을 통제하기도 했다.

델타 변이가 늘면서 지브롤터 정부는 최근 방역조치를 일부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강화된 코로나19 방역조치를 발표했는데, 9월까지 정부가 주최하는 대규모 이벤트를 전면 취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분간 진행되는 행사들은 티켓에 지정석이 적혀 있는 형식만 가능하게 된다”며 “참가자들은 백신여권과 24시간 내 코로나19 검사 음성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식점과 나이트클럽 등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조치를 시행하지 않아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대규모 식당이나 나이트클럽을 통제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음식점 등 운영자들이 스스로 이벤트 개최 등에 신중을 기하고 엄격하게 통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별개로 지브롤터의 성공을 모든 국가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호세 에르난데스 스페인 코르도바대 교수는 알자지라에 “지브롤터는 매우 차분한 관계로 이뤄진 지역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웃이고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등을 반대하기 어렵다”면서 “너무 폐쇄되고 통제된 환경 탓에 지브롤터에서 벌어진 모든 긍정적인 부분을 다른 나라들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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