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망신거리 된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

2021. 7. 3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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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의 안산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국내 일부 남성들이 안 선수를 향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온라인 공격을 퍼부은 것은 너무나 황당하고 경악스럽다.

안 선수의 머리 모양이 쇼트커트이고 여대에 재학 중이며, 일각에서 남성 혐오적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용어를 과거 SNS에 쓴 적이 있다는 이유로 그가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는 주장을 최근 일부 네티즌이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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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짧다고 '페미'라는 주장은 엄연한 혐오범죄.. 공론장에서 퇴출시켜야

여자 양궁의 안산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국내 일부 남성들이 안 선수를 향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온라인 공격을 퍼부은 것은 너무나 황당하고 경악스럽다. 이 사건은 주요 외신들까지 잇따라 보도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지질하고 어딘가 모자란 남자들의 헛소리가 왜 이렇게까지 확산됐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 선수의 머리 모양이 쇼트커트이고 여대에 재학 중이며, 일각에서 남성 혐오적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용어를 과거 SNS에 쓴 적이 있다는 이유로 그가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는 주장을 최근 일부 네티즌이 제기했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 선수를 향해 정체를 밝히고 페미니스트라면 사과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안 선수의 SNS에 욕설을 남기고, 한국양궁협회에 전화해 안 선수의 메달과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촉구한 사람도 있었다. 페미니스트로 의심하는 이유도 터무니없고, 페미니스트일 경우 사과하고 메달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많은 매체들이 이 소란을 ‘페미 논쟁’ ‘쇼트커트 논란’이란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한쪽의 주장에서 최소한의 상식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논쟁·논란이란 표현은 잘못됐다. 이번 일은 안 선수에 대한 사이버 테러이자 혐오 범죄이며, 한국 사회 구성원 중 일부가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뒤틀려 있음을 보여주는 병리적 현상이다.

AFP와 로이터통신, BBC, CNN,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일제히 이 사건을 보도했다. 안 선수가 짧은 머리 모양 때문에 ‘온라인 학대(abuse)’를 받고 있고, 이 배경엔 젊은 한국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깔려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경제 대국이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여전히 남성 중심 사회라고 꼬집는 기사도 있었다. 한국 사회에 여성 혐오와 성차별적 인식이 퍼져 있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준 셈이다.

최근 몇몇 기업과 정부 기관 홍보물에 남성 비하 이미지가 사용됐다는 일각의 무리한 지적에 대해 해당 기업·기관들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 것이 잘못된 선례가 된 듯하다.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에 쉽게 굴복함으로써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게 성취감을 안겨준 탓에 그들이 대상을 바꿔가며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로 가득한 언사는 공론장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 발언이 어엿한 주장으로 대접받고 힘을 얻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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