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11시 "윤석열입니다 가겠습니다"..깜짝 입당 전말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 9층. 캠프 참모들과 회의를 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전 총장=“접니다. 오후 2시에 뵐 수 있습니까.”
▶권 의원=“좋습니다. 어디에서 볼까요.”
▶윤=“제가 당사로 가겠습니다.”
▶권=“네? 알겠습니다.”
통화 30분 뒤 캠프는 기자단에 ‘오후 당사 방문’ 일정을 공지했고 윤 전 총장은 오후 2시 당사에서 바로 입당식을 가졌다. 중앙일보 취재결과, 이날 입당은 국민의힘과의 사전 소통 없이, 특히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캠프 내 핵심 참모조차 모르게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실제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 소식에 국민의힘은 공보실을 통해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가 이뤄진 내용은 없다”고 공지했다. 비슷한 시각,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 일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입당은 아직’이라고 했는데…”라며 당황해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내부에선 입당 시기를 8월 초나 중순쯤으로 잡았었다”며 “전격 입당 배경엔 선제적으로 국면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전제로 이 인사가 전한 그동안의 자초지종은 이랬다. 지난 25일 치맥 회동한 윤석열·이준석은 조속한 입당에 의견을 모았고, 이 회동을 즈음해 구체적인 입당 시기까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윤 전 총장 측의 ‘8월 13일’ 제안에 이 대표 측이 “그때는 휴가 중(9~13일)”이라고 난색을 보이면서 미묘하게 파열음까지 일었다고 한다. 그런 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인사 영입을 두고 이 대표가 “상도덕이 땅에 떨어졌다”, “싹 징계하겠다”고 돌직구를 날리면서 신경전이 확산됐다.
전격적인 입당엔 전날(29일)의 언론 보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윤 전 총장은 29일 밤 측근 발로 ‘8월 2일 입당’ 기사가 나오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직후 캠프 안에선 “시기를 조율하던 중 정보가 당 지도부 쪽에서 먼저 샜다”는 반응이 나왔고, 반대로 국민의힘에선 “캠프에서 샌 것 아니냐”고 대응했다.
이런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윤 전 총장이 결단을 내렸다고 그의 측근들의 전했다.
실제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입당 문제와 관련한 계속된 혼선으로 국민에게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당을 결심한 건 몇 시간 안 된다”고 말했다. 입당식에 동행한 장제원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어젯밤 최종 결심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측근은 사견을 전제로 “한마디로 '윤석열의 근성'이 드러난 장면으로 본다”며 “(이 대표가)자꾸 자신 주변 사람들에게 '징계' 운운한 것에 윤 전 총장이 끓어오르던 차에 이 대표가 있든 없든 따지지 않고 ‘국민의힘 상륙작전’ 하듯 입당과 당사 방문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호남 방문 때문에 당사를 비웠다.
권 의원은 입당식 후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이 급하게 결단해 당 대표도 없고 (휴가중인)원내대표도 없이 맞았다”며 “그의 위상에 맞는 성대한 입당식을 다시 하자고 당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입당식을 하던 시각,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 중이던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보안 문제 등으로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다소간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불협 화음’ 논란을 일축했다. 또 윤 전 총장 캠프에 간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에 대해선 “거의 제명대에 올랐다가 사라졌다. 윤 전 총장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의 전격적인 입당이 양측 모두 썩 유쾌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건 아니라는 뜻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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