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원정 갔나.. '한반도 열돔'에 모기 실종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7. 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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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서식지 변화.. 열대 모기 몰려올 가능성은?
올해는 평년을 뛰어넘은 이상기후로 인해 모기 수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여름은 어쩐지 모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너무 더워서 모기도 못 견디고 도망갔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올해는 평년보다 모기 개체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기는 덥고 습한 날씨를 좋아한다는 보고도 많다. 온도와 모기 개체 수 간의 연관성에 대해 곤충 전문가들의 자문을 들어봤다.

◇고온다습 좋아하는 모기, 서식지 넓어졌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고온다습한 날씨를 좋아한다. 모기가 한여름에 극성을 부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성체로 부화하는 모기 수가 27% 증가하며, 그에 따라 말라리아 발생 위험도 약 12.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논문에서도 기온이 1도 높아질수록 모기 매개 감염병인 말라리아 발생 위험이 최대 2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이유로 전 세계에서는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모기의 개체 수와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물리면 뇌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는 '빨간집모기'는 과거엔 열대지방에서 유행했으나, 최근엔 미국·이탈리아·독일에서도 발견됐다. 심지어 히말라야에 모기가 출현할 정도다. 2016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산지대에 지난 1988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 건의 말라리아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더위는 안 타지만… '알 낳을 곳' 없었을 수도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 14~24일 서울 지역 50곳에 디지털모기측정기(DMS)를 설치해 포집한 모기 개체 수는 3만1885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012마리)보다 약 14% 줄어들었다. 지난 5년을 비교해도 가장 낮은 정도다. 충청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청주 지역의 모기 개체 수가 작년보다 4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역시 높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는데, 모기는 왜 줄어든 걸까?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 이희일 과장은 "일반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하는데, 또 온도가 너무 높으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인해 모기 개체 수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불볕더위뿐 아니라 갑자기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도 모기 유충들을 쓸려 보내 모기 개체 수를 감소시켰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대 응용생물학과 한연수 교수(한국곤충학회 회장)는 "모기는 더워도 충분히 알을 만들 수 있지만, 문제는 산란할 때 일정 수준의 작은 물웅덩이 등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며 "폭염이나 짧은 장마로 인해 모기가 좋아하는 산란 환경이 줄어들면 모기 개체 수도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다만, 지역별 차이는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오히려 개체 수가 증가한 종의 모기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같은 날씨… '말라리아 위험국' 우려는?

아직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라리아는 '3일열 말라리아'로, 동남아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보다는 치사율이 낮아 덜 위험한 감염병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동남아와 같은 열대기후, 국지성 호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위험한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출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는 겨울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당분간은 '열대열 말라리아' 등이 출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위험지역이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한연수 교수는 "현재의 지구온난화가 지속돼 말라리아가 유행할 수 있는 최적 환경이 된다면 위험지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질병관리청과 위험지역 지자체 보건소에서 철저하게 방역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이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일 과장은 "아직 국내에서 말라리아 위험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온 것은 없다"며 "다만, (위험 지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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