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여름 달리기와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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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달리기는 고되다.
'여름'이라고 콕 짚어 말할 것이 있나 싶게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잔잔한 방식으로 사람을 잡는 운동이기는 하다.
나는 올여름 달리기에 슬기롭게 임하기 위해 작년 여름 달리기를 자주 떠올린다.
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의지만 있으면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것은 미련한 짓에 속하는데 나는 작년 여름엔 제법 미련한 달리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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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달리기는 고되다. ‘여름’이라고 콕 짚어 말할 것이 있나 싶게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잔잔한 방식으로 사람을 잡는 운동이기는 하다. 강력한 힘을 짧고 굵게 발휘하고 맘 편히 방전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 몸이 지닌 에너지를 야금야금 공기 중에 흘려보내면서 몸을 천천히 녹초로 만들어버린다. 여름엔 그 일이 유난히 고되다. 태양 아래 느릿느릿 걷는 일도, 아니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일도 쉽지 않은 계절 속에서 두 발을 굴려 가며 달리는 일은 도무지 고통스럽지 않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나는 올여름 달리기에 슬기롭게 임하기 위해 작년 여름 달리기를 자주 떠올린다. 일 년 전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뭐냐 하면, 미련해지지 않는 것이다. 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의지만 있으면 불가능은 없다고 믿는 것은 미련한 짓에 속하는데 나는 작년 여름엔 제법 미련한 달리기를 했다. 미련한 행동은 삶의 성취감을 크게 느끼게 한다. 자기를 다그치며 몰아붙이는 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유혹적이고 말이다. ‘미라클 모닝’처럼 이름과 형식을 조금 바꾼 채로 자주 유행이 되기도 하는 미련한 행동에 나는 휘둘린다. 그러나 여름만큼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다.
여름 달리기를 하면서는 마음의 말에 귀를 닫는다. 오로지 몸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몸이 더 달리기 어렵겠다는 신호를 보내오면 나는 달리는 것을 바로 중단한다. 마음은 더 할 수 있다고, 조금만 더 달려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을 묵살한다. “우리는 보통 마음이 몸에게 말하잖아요. 몸이 마음을 따라야 하고요. 그런데 달릴 때는 마음이 몸의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반대죠.” 언젠가 인터뷰 중 촬영을 도와주던 사진작가께서 툭 던지듯 한 말이다. 그러고 나서 덧붙인 말도 나는 여름 내내 잊지 않으려고 한다. 몸과 마음이 다 말하고 듣는 상호 소통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요조 가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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