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생활 속 성경 읽기.. 스마트폰 말고 '쪽복음'으로

박지훈 2021. 7. 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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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쪽복음서 시리즈 펴낸 박창수 인천 선한목자교회 목사
지난 21일 인천 미추홀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창수 목사. 박 목사는 “쪽복음이 세상 곳곳에 퍼지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우연히 쪽복음을 통해 말씀을 접하게 되고, 주님의 은혜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 사진은 그가 펴낸 쪽복음서 시리즈.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시작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계가 떠들썩하던 2017년이었다. 1년 내내 한국교회 곳곳에서는 종교개혁의 뜻을 기리는 포럼이나 세미나가 열렸다. 성지순례를 떠나는 성도도 많았다. 박창수(59·인천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이런 방식으로 기념하는 게 달갑지 않게 여겨졌다.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행사를 열고, 순례를 떠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박 목사가 당시 생각한 것은 로마서 다시 읽기 캠페인이었다.

지난 21일 인천 미추홀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목사는 “수많은 사람이 로마서를 통해 회심을 경험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는 로마서를 통해 복음의 가치를 발견했습니다. 루터 외에도 많은 목회자나 신학자가 로마서를 읽으며 신앙을 키웠습니다. 2017년 당시 저는 한국교회 성도 100만명이 로마서 낭독에 참여하는 ‘로마서 100만 읽기 캠페인’을 벌였고 그때 만든 게 로마서 쪽복음이었습니다. 쪽복음의 가치를 체감했고, 그게 계기가 돼서 지금까지 꾸준히 쪽복음을 펴내고 있습니다.”

쪽복음으로 성경을 읽자

쪽복음은 성경 66권을 한 권씩 쪼개 놓은 책이다.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전도지 대신 쪽복음을 나눠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 나라에선 쪽복음을 ‘바이블 부클릿(bible booklet)’이나 ‘포켓 바이블(pocket bible)’이라 부른다. 크리스천이라면 저마다 성경책 한 권쯤은 갖고 있으니 성도들 상대로 쪽복음을 배포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반문할 수도 있는데 박 목사의 생각은 다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쪽복음이야말로 ‘생활 속 성경 읽기’에 적합한 도구라는 거다. 그는 “현대인들에게 성경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점심시간이나 어딘가로 이동할 때, 멍하게 차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려야 할 때 틈틈이 읽을 수 있는 게 쪽복음입니다. 휴대성이 뛰어나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어디서든 꺼내 읽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읽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화면으로 성경을 보는 건 묵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때로는 줄도 그으면서 읽어야 말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박 목사는 로마서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잠언 사도행전 마태복음 마가복음 요한복음 등 쪽복음 8권을 펴냈다. 가격은 권당 2000원. 요즘엔 쪽복음 신간이 나오면 대량 주문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가 만드는 쪽복음은 성경을 단순하게 분철한 수준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독특한 편집이다. 책을 보면 본문 문단이 때로는 들쑥날쑥하게, 가끔은 십자가나 동그라미 형태를 띠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문 배열을 특이하게 한 이유는 낭독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서다. 실제 박 목사의 쪽복음에는 ‘낭독을 위한 쪽복음서 시리즈’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다. 그는 “쪽복음을 만들 때마다 해당 본문을 100번 이상 읽는다”며 “말씀을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야 낭독의 효과가 커지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낭독을 하면 말씀의 권세가 자신에게 덧입혀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말씀의 뜻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며 “낭독은 말씀을 입과 몸에 새기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쪽복음 선교회 만들고 싶어”

인천에서 나고 자란 박 목사는 10대 시절 성경 낭독이 취미였고 성경 암송이 특기였다.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뒤 1990년 인천 남구에 선한목자교회를 개척했는데 비전교회 대부분이 그렇듯 목회자로서의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지금까지 교회 이사만 7번이나 해야 했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상처가 된 건 성도들이었다. 교회에 잘 나오다가 어느 순간 대형교회로 가버리는 사람을 볼 때면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힘들 때마다 그는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박 목사는 “힘들 때 나에게 위로가 된 건 말씀밖에 없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말씀을 통해 힘을 얻을 때가 많았기에 항상 말씀을 붙들고 씨름했다”며 “말씀을 전하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꿈은 이른바 ‘쪽복음 선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선교회가 만들어지면 쪽복음을 들고 직장선교, 군대선교, 학원선교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과거 조선이 그랬듯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쪽복음을 통해 전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쪽복음 덕분에 위대한 목회자나 선교사로 거듭난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쪽복음이 한국 곳곳에 배포되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 무심결에 쪽복음을 집어 들었다가 말씀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쪽복음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박 목사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자신의 쪽복음 사역이 지닌 가치를 설명하는 영상이나 글을 틈틈이 보내왔다. 그가 보낸 메시지 중에는 이런 글도 있었다. “쪽복음은 씨앗입니다. 옥토라도 씨앗이 없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쪽복음 운동은 다음세대에 말씀의 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쪽복음이야말로 생활 속 성경 읽기와 더불어 말씀 씨앗 심기에 적합하다고 확신합니다.”

인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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