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들은 갑자기 'ESG 경영'을 선포할까?_돈쓸신잡 #4

김초혜 2021. 7. 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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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버는 시대가 왔다.
「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버는 시대 」
unsplash
경제 뉴스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최근 ESG라는 용어를 제법 많이 들어봤을 테다. 일단 ESG 뜻부터 살펴보자.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앞글자를 따와서 만든 신조어다. 최근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경쟁하듯 ESG 경영을 선포하는 중이다. 즉,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건전한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기업이 대놓고 ‘우린 환경을 신경 쓰지 않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도 관심 없고, 오직 수익에만 집중합니다’라고 말하겠는가. 그래서 기업들이 ‘우리는 착한 기업입니다’라고 홍보하는 건 그리 이상한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의문점이 있다. 왜 하필 지금인가. 왜 지금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선포하는 걸까. 최근 대형서점에 간 적이 있는데, 아예 ESG와 관련한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ESG가 대세라는 뜻이다. 갑자기 기업들에게 특이점이 온 걸까? ‘아, 이제부터 윤리적인 경영을 해야겠다’라며 자발적으로 착한 기업을 자처하는 걸까? 순진한 생각이다. 기업의 최종 목표는 결국 이윤이다.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포하는 건 수익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착한 기업 돈도 잘 버는’ 시대가 온 것이다.

「 가치를 소비하는 MZ세대 」
unsplash
기업들은 끊임없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와서 공장을 짓고, 상품 개발을 하고,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의 신용도가 중요하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투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다. 그런데 이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기업들에 돈을 빌려줄 때 과거처럼 기업의 신용도만을 보지 않는다. 기업의 ESG 지표까지 고려한다. 즉, ESG 성적이 낮은 기업은 투자금을 조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 기업들은 비록 보여주기식 일지라도 ‘ESG 경영’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투자은행들은 왜 기업들에 ESG 원칙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걸까. 투자은행이야말로 윤리적인 책임감에 눈을 뜬 걸까? 그것도 아니다. 투자은행들 역시 최종 목표는 이윤이다. 즉, 그들 역시 기업과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착한 기업이 돈도 더 잘 번다’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기관들이 위와 같은 결론 내린 건 MZ세대 때문이다. MZ세대의 소비 방식은 윗세대와 다르다. 상품의 가성비, 효율성, 심미성만을 따져 구매를 결정하던 윗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가치’까지 중시한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판매할지라도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은 이제 외면당한다. 예컨대, A라는 기업이 내놓은 상품은 여러모로 따져도 경쟁 제품보다 뛰어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어느 날 A 기업의 오너가 갑질을 했다는 뉴스가 터진다. 그럼 아무리 그 기업의 제품이 뛰어나더라도 소비자들은 외면한다. 심하면 불매운동으로도 번진다. A기업은 무너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반대는 어떤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윤리적인 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결국 충성 고객을 끌어모은다. 아이돌처럼 팬덤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이런 기업이 돈을 잘 번다.

「 파타고니아, 나이키의 가치 」
patagonia
ESG라는 용어가 지금처럼 유행하기 전부터도 이 원칙을 지킨 기업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파타고니아와 나이키다. 일단 파타고니아부터 살펴보자.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1년 쇼핑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이상한 광고를 냈다. 광고 문구는 이랬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우리의 재킷을 사지 마세요” 자신들의 제품을 사지 말라고 돈을 내서 광고까지 내보낸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왜 이런 비상식적인 광고를 냈을까? 고도의 상술이었을까? 아니다. 이 광고는 진심이었다. 파타고니아는 옷 한 벌 만들 때마다 환경오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설명했다. 그래서 아직 집에 있는 재킷이 입을만하다면 굳이 새로운 옷을 살 필요가 없다고 캠페인을 한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기업이다. 또한 친환경 소재로 옷을 만드는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다. 결국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의 대명사가 됐다.

파타고니아가 ESG 중에서 E(환경)를 중시하는 브랜드라면 나이키는 S(사회)를 중시하는 기업이다. 나이키라는 기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JUST DO IT’이다. 나이키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외쳤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 봐’ 나이키 광고는 일반적인 스포츠의류 기업의 광고와 다르다. 나이키는 광고에 선명한 메시지를 담아왔다. 땀, 열정, 도전의 가치를 일깨우는 나이키 광고는 웬만한 자기계발서 몇 권보다 강렬하다. 또한 나이키는 사회적인 문제에도 과감하게 돌직구를 던지는 기업이다. 성차별, 장애인 차별,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올바름’에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이키는 뚝심 있게 올바른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MZ세대에게 파타고니아, 나이키는 단순히 의류를 파는 제조회사가 아니다. 이 기업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면서 기꺼이 지갑을 연다. 앞으로는 이런 ‘가치 소비’의 힘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다. 즉,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 ESG 트렌드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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