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청계천 아니지만 맛있다

2021. 7. 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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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을 제대로 맛보길 원한다면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한다. 대체 이게 무슨 맛이냐고? 평양냉면은 메밀과 육수의 향을 먹는 것인데, 때론 맛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광화문국밥 평양냉면

국밥집에서 평양냉면이라니. 박찬일 셰프의 SNS를 기웃거려본 사람이라면 그의 함흥냉면에 대한 애정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그가 광화문국밥이라는 식당을 만들며 평양냉면(1만2000원)을 메인 메뉴 중 하나로 떡 하니 올려놓은 것 역시 하루 아침에 결정된 일이 아니라는 것쯤 역시 가늠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먹어보았고, 평양냉면 애호가들에게 물어보았음을 그의 SNS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광화문국밥 평양냉면의 육수부터 맛을 보았다. 약간의 메밀 향, 알듯 말듯한 고기향, 육수에 포함된 채소의 향기가 은근히 섞여 있는, 그야말로 담백무색의 풍미를 지니고 있다. 평양냉면을 먹을 때 일단 육수를 조금 먹고, 메밀 면도 조금만 감아 맛보는 것은, 이 알쏭달쏭한 맛을 내기 위한 과학적 과정을 음미하고 싶어서이다. 겨울 들녘에서 수확한 찬 성질의 메밀, 맑은 육수를 내기 위해 걷어냈어야 할 육수 재료들의 원형들, 글루텐이 부족해 끊어지기 쉬운 메밀 반죽을 면으로 뽑아내기 위한 비율과 시간 등 광화문국밥만의 방식이 궁금해진다. 맛보기 단계가 끝나면 본격 면치기를 시작한다. 식초와 겨자를 넣고 말고는 개인 취향에 달린 일이지만 나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평양냉면의 토속미를 다소 강한 식초와 겨자의 향기로 눌러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가되는 맛과 향은 큼직하게 올라온 돼지고기, 소고기 편육과 반숙 달걀, 배추와 무 등이 충분히 해결해 준다. 특히 방금 삶아낸 것 같은 부드러운 편육은 적당한 포만감까지 안겨주었다. 그밖에도 광화문국밥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로는 평양냉면만큼 깔끔한 돼지국밥(8500원, 특 1만1500원), 메밀온면(9500원), 돼지수육(2만5000원), 피순대(1만5000원), 가자미식혜(1만1000원), 소왕갈비찜(5만6000원), 한우스지찜(3만5000원) 등이 있다.

위치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21길 53(광화문국밥 본점) 운영 시간 11:30~22:00, 브레이크타임 14:30~17:30 *토·일 휴무

▶옥돌현옥 평양냉면

개업한 지 3년 남짓한 식당이다. 이곳에 만만치 않은 경력의 주방장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평양냉면 집을 차렸는데, 먹어 본 사람들의 칭찬이 대단하다. 메인 메뉴는 평양냉면(1만1000원)과 돼지곰탕(8000원, 특 1만2000원)이 있다. 이 집 평양냉면의 특징은 육수에 파와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주는 것. 오직 맑고 슴슴한 평양냉면만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섭섭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맑은 육수에 파와 고춧가루가 가미되니 평양냉면 오리지널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향기가 조금 올라오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어복쟁반(4만8000원), 소고기 수육(2만6000원), 돼지고기 수육(2만2000원), 가자미식혜(1만8000원), 손만두(6개, 9000원) 등 북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36길 26-1 운영 시간 평일11:30~22:00, 일요일 11:30~21:00 *수요일 휴무

▶평안도 상원냉면

SNS에서 엄청나게 소문난 상원냉면. 이 집의 평양냉면을 맛보고 나면 적어도 주관적 기준에서 100점은 되어 보였다. 일반 메밀면과 순면으로 구분해서 주문할 수 있다는 점, 에피타이저(이지만 한 플레이트에 같이 나옴)로 순면 한 종지를 맛보게 해 준다는 점, 백김치, 메밀물에 삶아 으깬 감자, 솔잎에 섞어 담근 구기자주 등을 혼합해서 숙성한 돼지고기 육수와 동치미의 환상의 비율로 만들어 노란 빛을 내고 있는 육수 등 입맛 당기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기에 국산 메밀을 사용하는데도 가격은 평양냉면(물, 비빔) 8000원, 순면(국산 메밀 100%)은 1만5000원 정도다.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서 단독 식당을 차리시라는 소망뿐이다. 순면에 함께 제공되는 소고기 편육은 별도 안주로 주문해 맛볼 수도 있다(1만9000원). 이곳에선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 앉을 자리 치우고 닦기, 내 음식 직접 갖다 먹기, 다 먹고 나면 플레이트 반납하고 테이블 정리하기 든 모든 과정이 셀프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56 LG팰리스빌딩 지하1층 식당가 운영 시간 11:30~15:00 *일요일·공휴일 휴무

▶경평면옥

논현동 평양면옥 요리사로 들어가 20년 가까이 냉면을 만든 사람이 이 집의 주인 겸 주방장이다. 평양냉면 먹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식초와 겨자를 넣지 말자는 게 일반론이다. 하지만 슴슴하고 담백한 맛에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은 주로 식초를 넣는데, 경평면옥에서는 식초는 면에, 겨자는 풍미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조금만 넣기를 권한다. 이번 취재를 위해 네다섯 곳의 평양냉면을 맛보면서 한 번도 식초나 겨자를 넣어본 적이 없지만, 경평면옥의 권유에 따라 이 집에서는 면에 식초를 뿌려(겨자는 생략) 먹어 보았다. 맛과 향이 한층 강해졌다. 물론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 평양냉면을 먹을 땐 가끔은 식초를 조금씩 사용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밖에도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로 평양냉면(1민1000원), 온면(1만1000원), 만둣국(1만1000원), 편육(2만6000원, 반접시 1만3000원), 제육(2만5000원, 반접시 1만3000원), 평양불고기(2만6000원), 경평어복쟁반(8만 원, 소 5만 원)도 만나볼 수 있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104길 12 운영 시간 11:00~21:30 *일요일 휴무

글과 사진 이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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