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올림픽의 미래는

권기석 2021. 7. 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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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개최지를 4년마다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최 국가, 도시 입장에서 올림픽은 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였고, 대부분 복수 도시 간 경쟁 끝에 개최지가 결정됐다.

도시 순회 방식의 올림픽은 환경에도 부정적이다.

결국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단일 도시에서 개최하는 올림픽 모델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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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현대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개최지를 4년마다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첫 대회 이후 여러 차례 개최한 도시는 있어도 두 차례 연속으로 개최한 곳은 없다. 개최 국가, 도시 입장에서 올림픽은 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였고, 대부분 복수 도시 간 경쟁 끝에 개최지가 결정됐다.

일본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극복하고 오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전개되는 현실은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코로나19로 개최를 1년 연기했지만 거의 모든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 인사들과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은 운이 나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시기를 잘못 선택한 탓이 아닐 수 있다. 전 세계 도시를 순회하는 방식의 올림픽 모델이 한계에 이른 것일지도 모른다.

올림픽을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연구자들은 올림픽 개최를 ‘나쁜 선택’이라고 말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9월 논문에서 1960년 이후 개최된 모든 올림픽이 애초 예상했던 예산을 초과했으며 그 수치는 평균 172%라고 밝혔다. 미국외교협회 집계에 따르면 2016년 리우올림픽은 애초 140억 달러(약 16조1000억원) 예산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200억 달러를 지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도 목표로 했던 50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180억 달러를 썼다.

올림픽 시설은 개최 기간인 약 2개월 동안만 사용되는 것이 상당수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을 수준급 시설을 제공해야 하는 주최 측으로서는 지출을 줄이기 힘들다. 대회 뒤 최신식 시설은 관리 비용을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적자 올림픽’의 본질을 꿰뚫어 본 시민들은 최근 자국 정부·시의 유치 추진을 막아서고 있다. 헝가리는 2024년 부다페스트 하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다가 국민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다. 캐나다 캘거리와 스위스 시옹도 주민 투표에서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와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도시 순회 방식의 올림픽은 환경에도 부정적이다. 출전 선수와 관중, 관광객의 집단적 항공 여행은 비행기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킨다. 수천수만 명이 한 도시에서 머무르면서 배출하는 대량의 쓰레기도 환경에 이롭지 못하다. 여기에 감염병 유행은 이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됐다. 대규모 인원이 한 도시에 모였다가 다시 전 세계로 흩어지는 건 권장 받기 어려운 행동이다. 올림픽에 기댄 홍보 효과도 불투명하다. 20세기에는 도시의 존재를 드러내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었다. 온라인에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단일 도시에서 개최하는 올림픽 모델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해외에선 새로운 방식의 올림픽에 관한 아이디어가 제시된다. 우선 여러 도시나 국가의 공동 개최가 거론된다. 비용 부담을 분산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2026년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세 나라가 공동 개최한다. 종목별로 인기 지역에서 대회를 열자는 의견도 있다. 태권도는 한국, 스키는 캐나다, 야구는 미국에서 하는 식이다. 영구적인 ‘올림픽 도시’를 정하자는 제안도 있다.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앤드루 짐발리스트 미 스미스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896년에는 국제적인 통신수단이 없었고 제트 여객기 여행이 불가능했으므로 각국이 대회를 즐기게 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를 차례로 돌아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권기석 이슈&탐사2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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