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조질서 회복과 기후위기 대응 위해 교회가 마음 모아야"

우성규 2021. 7. 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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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새로운 교회의 길 (9)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안홍택 용인 고기교회 목사
안홍택 고기교회 목사가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 교회 텃밭에서 성도들과 함께 가꾼 작물을 설명하고 있다. 용인=강민석 선임기자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첫째 연처럼 시냇물 건너 숲이 시작되는 광교산 자락에 용인 고기교회(안홍택 목사)가 있다. 짙은 녹음 속에서 고기교회 성도들이 가꾸는 논과 텃밭, 마을 사랑방인 생태전문 밤토실어린이도서관, 목공소와 생태교실, 커피를 즐기고 물건을 나누는 ‘그냥가게’까지, 녹색교회의 원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1990년부터 고기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안홍택(68) 목사는 지난 5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 기독교를 대표해 국민참여분과 위원으로 위촉됐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공동 위원장을 맡고 18개 정부 부처 장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며, 종교계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소속 77명 민간위원이 함께하는 대규모 위원회다. 우리나라 탄소저감 정책의 큰 줄기를 설계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문화위원장도 맡은 안 목사를 지난 22일 용인 고기교회 예배당에서 만났다. 안 목사는 먼저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교회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부터 설명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지 않기 위해선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낮춰야 합니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으로 구성된 탄소중립 목표치를 세워야 합니다. 2010년 대비 온실가스를 45% 이상 감축해야 하는데 한국은 앞서 37%로 정해 국제 협의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90년 대비 온실가스를 최소 55% 감축하는 ‘피트 포 55’(Fit for 55) 정책을 발표하고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공언하는 등 경제·산업·일상의 최우선 과제를 탄소중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과 교회는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의 양을 같게 해 순배출이 제로가 되게 하는 탄소중립 개념부터 낯설어하는 실정입니다.”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안 목사는 가톨릭 불교 원불교 등 종교인 대표들과 의견을 나누곤 하는데 기후위기 대응만큼은 교회가 앞서 있음을 체감한다. 안 목사는 “지난 5월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선언문’이 나왔고 개별 녹색교회마다 다양한 실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라며 “오는 9월 주요교단 총회에서 다시 한번 탄소중립 선언을 되새기고 이를 전담할 실무부서 설치 등을 제안하는 헌의안을 제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고기교회 뒤편 논에서 모내기하는 아이들. 용인=강민석 선임기자


안 목사는 또 “한국교회가 다른 주제에선 보수와 진보로 뜻이 나뉠 수 있지만, 하나님 창조질서 회복과 관련된 기후위기 대응에는 나눠질 계제가 아니다”라며 “함께 마음을 모아 인류 공통의 과제를 풀어가는 노력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목공방의 안 목사. 용인=강민석 선임기자


고기교회는 아이들에게 산에 사는 꽃과 풀, 교회 뒤편 습지의 두꺼비와 반딧불이 등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생태교실을 2003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1만4000권의 장서를 보유한 밤토실어린이도서관은 2006년부터, 나무를 만지며 수직의 톱질과 수평의 대패질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다시 떠올리는 목공방은 2007년부터, 자본의 제약에서 벗어나 돈 대신 마음을 나누며 물품을 ‘그냥’ 주고받는 그냥가게는 2010년부터 운영 중이다.

최근엔 친환경 석회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으며 성도들이 목회자와 함께 땅을 고르고 페인트를 칠하고 흡음재를 마감하는 등의 일손을 보태 아담한 예배당을 신축했다. 기존 47년 된 붉은 벽돌의 옛 예배당은 헐지 않고 교육관으로 보수해 쓰고 있다.

고기교회 옛 예배당. 용인=강민석 선임기자


목공 지도사 자격이 있는 안 목사는 새 예배당의 강대상과 십자가 등을 손수 만들었다. 이외에도 안 목사는 매주 목요일 경기도 안산의 ‘416목공소’를 찾아 세월호 엄마 아빠들과 벌써 6년째 나무를 다루고 있다. 안 목사는 “아이들을 잃고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던 아빠 엄마들이 목공에 참여하고 나서는 온종일 몰입하다 밤에 잠을 좀 잤다는 말을 듣게 됐다”고 했다. 마을과 구분되지 않는 녹색교회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안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마을 만들기’란 말이 정부·지자체·교단에서 회자됩니다. 마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무언가 새로운 움직임이 있으면 발 빠르게 상품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을은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마을은 유기체여서 스스로 생기고 소멸합니다. 그 마을에 학교 가게 미용실에 이어 도서관이 있고 교회가 있는 겁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며 생명과 사랑을 꽃피워내면 좋겠습니다.”

용인=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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