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열려 있다는 바이든, 내달 예정 한·미훈련이 시험대
셔먼도 "대화 위한 유인책 없다"
김정은, 당대회 통해 훈련중단 요구
문 정부가 미국 설득 나설 가능성
북한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향후 북·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남북 관계 개선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인 만큼 미국과 통하려면 한국을 ‘패싱’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과 인도적 지원 및 제재 해제 등에서 한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림수라는 해석이다. 특히 시종일관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메시지에 반응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과 지난 4월부터 이뤄진 남북 간 친서 교환에 대해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선 복원이 북·미 대화 조기 재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양국 간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남북 통신선 복원 협의는 최근 하루 이틀 사이 급진전했다고 한다. 실제로 21~23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방한 때만 하더라도 확정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이 셔먼 부장관의 방한과 방중 결과까지 본 뒤 마음을 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셔먼 부장관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공식 외교 협의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예방, 통일부 장·차관 접견, 언론 인터뷰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으니 북한이 어서 응하길 바란다. 시한을 두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26일 중국에서 열린 고위급 협의에서도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협력을 촉구했다.
북한이 한·미 동맹 강화 추세를 주시하고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아래선 한국을 배제하고선 북·미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걸 북한도 깨달은 것”이라며 “미국도 남북 간 친서 교류 등 동향을 활용하며 큰 그림을 그리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촉진제나 징검다리로 삼을지, 아니면 미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한국을 활용하려 할지는 미지수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교착상태가 지나치게 장기화하고 경제적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제재 완화에 대해 남북이 함께 조율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런 의도라면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대회를 통해 직접 제시한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훈련 유예 등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발표한 한국전쟁 정전기념일 포고문에서 “우리 해외 병력은 한국군과 나란히 훈련하면서 앞서 헌신한 자들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지키며 태세 유지를 도와주고 있다”며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도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을 별도로 제공할 의향이 없음을 시사했다.
유지혜·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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