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암 이겨낸 인간 승리..태권도 인교돈, 생애 첫 동메달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이 불굴의 의지로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인교돈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80㎏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슬로베니아 이반 트라이코비치에 5-4로 이겼다. 인교돈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58㎏급 장준의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한국 태권도가 따낸 두 번째 메달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인교돈이 올림픽 무대에 설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교돈은 스물두 살이던 2014년 암 판정을 받았다. 혈액암 일종인 악성 림프종이었다. 전이 속도가 빠른 림프종은 활동량 많은 운동 선수에게 치명적이다. 그는 2014년 8월 수술을 받았다. 한 달 뒤부턴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가 잦았다. 병원에선 입원을 권했지만, 거절했다. 매트에서 멀어지는 게 싫어서다. 그는 용인대 기숙사에서 통원 치료했다.
1년 이상 항암치료 끝에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병이 호전됐다. 이때부터 운동과 치료를 병행했고, 기량도 빠르게 회복했다. 2019년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암과 싸워 이긴 인교돈은 펄펄 날았다. 같은 해 지바 그랑프리 우승, 소피아 그랑프리 준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랭킹 2위까지 올라섰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도 확정했다.
키 1m90㎝ 체중 95㎏의 거구 인교돈은 동물로 비유하면 덩치가 큰 '곰'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여우다. 1라운드에선 상대를 관찰하고, 2라운드에선 상대 공략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3라운드에서 승부를 낸다. 상대에게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묵직한 발차기를 꽂는다. 그래서 별명도 '3라운드의 승부사'다. 인교돈은 이날도 3라운드에서 몇 차례 마법을 부렸다.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복병 파르자드 만수리를 상대로 13-1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9-12로 끌려가던 3라운드 종료 5초 전 발차기로 만수리의 머리를 공격해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상대 감점으로 결승점을 얻어 8강에 올랐다. 카자흐스탄의 루슬란 자파로프와 맞붙은 8강에서도 2라운드까지 2-2로 비긴 뒤, 3라운드에서 8점을 몰아쳐 10-2로 이겼다. 준결승에서 북마케도니아의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에게는 6-12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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