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폭염에 문 열면 적자지만..시장 불은 밝혀야죠"

정신영,문수정 2021. 7. 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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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절정이던 지난 2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들어서니 적막이 감돌았다.

그는 "문 열면 적자야. 그래도 광장시장을 아주 죽일 수는 없잖아. 불이라도 밝히면 손님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그래도 아직 열려있구나' 생각할 테니까 나오는 거야"라고 했다.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도매상을 하고 있는 박모(52)씨는 이날도 늦은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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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광지 상인들, 이중고에 '개점휴업' 한숨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거리존’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아 한산한 모습이다. 정신영 기자

무더위가 절정이던 지난 2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들어서니 적막이 감돌았다. 시장 한 켠에서 허리가 굽은 노인이 “하나만 사고 가요”라며 손짓했다. 자두 한 봉지를 집어 들자 “오늘 첫 손님이라 너무 반갑다”며 “거리가 텅텅 비고 이제는 나 홀로 다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과일을 권했던 이는 50년 동안 광장시장을 지켜온 권모(82·여)씨. 그는 “문 열면 적자야. 그래도 광장시장을 아주 죽일 수는 없잖아. 불이라도 밝히면 손님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그래도 아직 열려있구나’ 생각할 테니까 나오는 거야”라고 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광장시장 상인들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칼국수를 파는 한 상인은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서 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코로나19 4차 유행에 폭염까지 겹치자 손님이 다시 뚝 끊겼다. 상인은 “여름 장사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더 속이 쓰리다”고 한숨 지었다.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2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의류도매상을 하고 있는 박모(52)씨는 이날도 늦은 출근을 했다. 남대문시장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다. 서울 구경을 온 노인들, 방학을 맞아 시장 체험을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드물게 찾을 뿐이다.

그래도 박씨가 오늘도 문을 연 것은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이들이 오후 5시쯤에 시장을 찾기 때문이다. 박씨는 “벌써 2년째 이러고 있으니 만국 손님들로 북적이던 때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코로나19가 끝나도 다시 그 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점상이 사라진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정신영 기자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돌아본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관광지는 숨막힐 정도로 한산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 명동은 코로나19로 무너져가는 상권이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상권의 소규모 상가 1분기 공실률은 38.3%였다. 서울시가 서울형 통상임대료 실태조사를 해 보니 지난해 주요 상권 월 매출액은 2019년보다 급감했다. 종로구 인사동은 58.7%, 명동거리는 62.8% 줄었다.

‘버티는 게 살길이다’는 믿음은 관광객 상권에서도 의미 있게 다가갔다. 명동에서 잡화 가판대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19 터지고 노점이 다 안 나온다. 나라도 있어야 명동 분위기가 나지 않겠냐”며 웃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거리의 노점상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정신영 기자

인사동거리에서 여성 의류를 파는 상인도 “손님들이 인사동에 찾아왔다가 가게들 문이 다 닫혀있으면 다시 안 오게 되니까 매일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문수정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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