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열량 줄인다는 '저당밥솥'.. 꼭 따져봐야 할 것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7.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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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만감은 글쎄.. 먹는 양 그대로라면 효과
임상시험 결과 등 확인하고 구매를
저당밥솥을 구매할 때는 제조사와 임상시험 결과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쌀밥의 당질 함량을 줄여 준다는 '저당밥솥'이 인기다. 밥을 지을 때 전분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원리로, 제조사들은 임상시험에서 당질이 줄어든다는 것을 검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명시된 임상시험만으로 제품이 확실히 체중감량이나 혈당 조절에 이점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데다, 시험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제품도 있어 신중하게 구매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의 효과를 과신하지 말고, 보조적으로 사용하길 권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분물 빼서 '당질' 줄여, 먹는 양 그대로면 효과적

우선 저당밥솥의 원리부터 살펴보자. 제조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2개의 솥을 이용한다. 채반처럼 구멍이 뚫린 안쪽 솥으로 밥을 지으면, 전분물이 바깥쪽 솥으로 빠져나간다. 그만큼 당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당질은 탄수화물 중에서도 에너지로 쓰이는 당류(다당류, 단당류 등)를 의미한다. 특히 곡물에 많이 들어 있는 전분(녹말)은 열량이 높다. 저당밥솥을 이용해 전분을 줄이면 확실히 밥의 열량을 줄일 수 있는 것. 특히 전분 함유량이 높은 백미밥은 현미밥보다 열량이 많이 줄어든다. 제조사에 따르면 백미는 최대 50%, 현미는 최대 15%까지 당질 함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문제는 에너지로 쓰이는 당질 섭취가 적어지면 '포만감'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대한비만학회 회장)는 "저당밥솥으로 지은 밥이 일반 밥솥으로 지은 밥과 비교해 양이 같고, 포만감도 동일하다면 체중감량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포만감이 이전보다 적다면 결국엔 더 먹게 되므로, 포만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12곳의 저당밥솥 판매 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포만감과 관련된 임상시험을 진행한 곳은 없었다.

영양학 전문가들은 포만감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한국식영양연구소 심선아 소장(前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전분은 빠져나가도 수분은 그대로여서 포만감은 비슷할 것 같다"며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겐 일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허정연 영양실장은 "당질을 적게 먹어야 하는 당뇨병이나 비만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먹는 양은 그대로 해야 하는데 당질이 줄었다는 생각으로 더 많이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 의심되는 제품 많아… 꼼꼼한 확인 후 구매를

그러나 저당밥솥의 효과는 확실한 임상시험이 전제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지난 2019년에는 비양심 업체 고발 유튜버인 '사망여우'가 한 저당밥솥 업체를 고발한 바 있다. 중국산 제품을 국내산으로 둔갑한 채 판매하고 있다는 것. 중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 등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과 구성까지 동일한 제품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중국산 제품과 매우 유사한 제품이 아직도 버젓이 판매 중이다. 저마다 다른 제조사의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효과의 근거 자료로 명시하고 있는 '시험성적서'는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SNS상에서도 여러 저당밥솥 제품의 후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제조사에서 제품이나 비용을 받은 광고여서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욱 큰 상황. 직접 돈을 내고 구매했다는 소비자의 게시글에도 1분 간격으로 수십 개의 칭찬과 문의 댓글이 달려 있다. 뻔히 보이는 기만 광고다. 심선아 소장은 "(직접 시식해본 결과) 저가의 저당밥솥으로 지은 밥은 밥맛이 상당히 푸석하다는 게 최대 단점이었다"며 "제품을 고를 때 확실한 실험 결과가 있는 제품인지, 너무 저가라면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저당밥솥은 전분물을 많이 빼내야 하는 만큼, 한 번에 많은 밥을 짓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개 저당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일반밥과 비교해 절반 가량 밥양이 줄어든다. 예컨대 일반밥을 4인분 지을 수 있는 크기의 밥솥이라면, 저당밥은 2인분밖에 지을 수 없다. 심선아 소장은 “최근 저당밥솥이 인기를 끌며 여러 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특가' '한정 판매' 등에 혹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제조사인지 ▲임상시험 결과가 있는지 ▲나에게 필요한 제품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구매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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