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상식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나오는 이유?

장지영 2021. 7. 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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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이에 ROC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다시 제안했고, CAS는 차이콥스키가 러시아 작곡가지만 그의 음악이 세계 음악 유산의 일부인만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시상식 음악으로 쓰도록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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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징계받는 러시아, 민요 '카츄사' 요청했다가 거절당해
시상대 정상에 위치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깃발. TASS=연합뉴스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금메달리스트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가 러시아 선수이기 때문이다. 바차라시키나 외에 남자 기계체조 단체, 남자 100m 배영 등에서 우승한 러시아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때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연주됐다.

러시아는 도핑 조작 혐의로 지난 2020년 12월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2022년 12월까지 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국기와 국가(國歌)를 사용할 수 없다는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335명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러시아가 아닌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명칭으로 출전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대회 내내 러시아 국호와 국기 등이 표기된 유니폼과 깃발을 사용할 수 없으며 메달을 따면 올림픽 마크에 흰색-파랑-빨강 횃불이 그려진 ROC 깃발이 오르게 된다. 금메달을 딸 경우 러시아 국가 대신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도핑 테스트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라는 명칭으로 나왔었다. 당시 금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 국기 대신 올림픽 깃발과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 러시아는 평창동계올림픽 후 징계가 해제됐지만, 도핑 문제로 또다시 징계를 받았다.

이에 ROC는 지난 4월 IOC에 시상식에서 국가 대신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틀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 허락을 받았다. 당초 ROC는 전통 민요인 ‘카츄사(Katyusha)’를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IOC가 CAS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카츄사’는 러시아 색채가 강한 민속 음악이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이에 ROC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다시 제안했고, CAS는 차이콥스키가 러시아 작곡가지만 그의 음악이 세계 음악 유산의 일부인만큼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시상식 음악으로 쓰도록 허락했다.

한편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차이콥스키가 남긴 피아노 협주곡 3곡 가운데서는 물론 러시아의 수많은 작곡가가 쓴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차이콥스키의 고국인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에서 초연됐다.

당초 차이콥스키는 러시아의 거장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시테인을 위해 이 곡을 썼다. 그런데 1874년 12월 차이콥스키가 가져온 곡에 대해 루빈시테인은 “진부하고 촌스럽다”고 혹평하면서 개작을 주문했다. 기분이 상한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독일의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한스 폰 뷜로에게 보냈다. 차이콥스키를 존경해온 뷜로는 이 곡의 위대함을 바로 알아보고 1875년 11월 미국 보스턴에서 초연(지휘는 벤자민 존슨 랭)했다. 연주는 물론 대성공을 거뒀고, 모스크바에서는 한 달 뒤 구스타프 크로스 연주(지휘는 에듀아르드 나프라프니크)로 선보여졌다.

차이콥스키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루빈시테인에게 헌정하려던 것을 바꿔 뷜로에게 헌정했다. 루빈시테인은 그로부터 3년 뒤 곡에 대한 자신의 혹평을 차이콥스키에게 사과하며 우정을 회복했다. 다만 명곡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루빈시테인에게 평생 오점으로 남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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