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예능 산 역사 권태은 "팬텀싱어 가장 힘들었지만 애착"

민경원 2021. 7. 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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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부터 트로트까지 가장 바쁜 음악감독
롯데홀서 런치송 프로젝트 콘서트 열어
"JYP시절 박진영·방시혁 덕에 혹독 훈련
장르 편견 없이 소화해 동반자 많아져"
31일 ‘썸머 브리즈-권태은의 런치송 프로젝트’ 콘서트를 앞둔 권태은 음악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Mnet ‘슈퍼스타K’ ‘보이스 코리아’, SBS ‘K팝스타’ ‘판타스틱 듀오’ ‘더 팬’, JTBC ‘팬텀싱어’ ‘슈퍼밴드’ ‘싱어게인’, MBC ‘트로트의 민족’ 등 각기 다른 특색을 자랑하는 음악 예능에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권태은(48) 음악감독이 지휘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권 감독은 지원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곡을 선곡하고 이를 편곡해 연습하는 것은 물론 무대에 올라 선보이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한다. 방송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러닝메이트가 되어 이들이 오디션을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오는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썸머 브리즈-권태은의 런치송 프로젝트’가 화려한 게스트 군단을 자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0년부터 런치송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틈틈이 앨범을 발표해온 그가 단독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텀싱어’로 인연을 맺은 바리톤 손태진과 크로스오버 그룹 에델 라인클랑, ‘슈퍼밴드’ 시즌1 우승팀 호피폴라와 첼리스트 홍진호, ‘슈퍼스타K 7’ 우승자 케빈 오가 기꺼이 힘을 보탰다. 여기에 가수 김현철과 피아니스트 이진주,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밴드까지 더해져 탄탄한 라인업을 갖췄다.


“한 시즌에 편곡만 100곡…현장서 배워”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권태은 감독은 “그동안 방송 스케줄이 빡빡해서 공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2년 전 100여명 앞에서 공연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도 ‘슈퍼밴드 2’ 합주 연습 도중 짬을 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 “어떤 프로그램은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다 소진해야 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은 제가 얻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넘어야 할 산이 많을수록 성취감도 크고, 제 음악 저변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죠.”

올 상반기 방송한 ‘팬텀싱어 올스타전’. 시즌 1~3에 출연한 9팀이 총출동했다. [사진 JTBC]
지난 1월 미니 2집 ‘And Then There Was Us’를 발매한 호피폴라. [사진 모스뮤직]


그는 가장 어렵지만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으로 ‘팬텀싱어’를 꼽았다. 처음에 김형중 CP한테 기획안을 들을 때만 해도 ‘이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에게도 낯선 장르였기에 더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슈퍼스타K’나 ‘K팝스타’만 해도 대부분 대중음악이니까 편곡을 여러 명이 나눠서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팬텀싱어’는 한 시즌에 100여곡 편곡을 혼자 다 해요. 제 실력이 대단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4중창이다 보니 녹화 당일에도 바뀌는 경우가 허다해서 남한테 맡길 수가 없는 거죠. 반대로 ‘슈퍼밴드’는 참가자들이 편곡하니까 제가 더 많이 물어보고 수정을 요구하는 입장이에요. 아무래로 실력이 천차만별이니까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죠.”


“박진영 본능적, 방시혁은 노력하는 천재”
자타공인 ‘편곡 장인’으로 거듭난 데는 박진영ㆍ방시혁 프로듀서의 영향이 컸다. 지금은 각각 JYP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빅히트)를 이끄는 수장이 됐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골방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끙끙대던 작곡가로서 정체성이 더 강했다. 권 감독은 2002~2008년 JYP에서 일하면서 god의 ‘보통날’, 노을의 ‘청혼’,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등을 함께 만들었다. “당시 시혁이 형이 음악팀장이었고 팀원은 저 한명이었어요. 진영이 형이 자유분방하고 본능에 충실하다면 시혁이 형은 노력하는 천재였죠. 이쪽에선 뚝딱뚝딱, 저쪽에선 치밀하게 만든다면, 저는 며칠 밤새워서 거절당하고 상처받기를 반복했고…. 덕분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강하게 컸습니다. 힙합, R&B가 뭔지도 잘 몰랐는데 음악적 편견 없이 기초체력을 쌓은 게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권태은 음악감독은 다작 비결에 대해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제작진이 편하게 부려먹기 쉽고, 작업속도는 빠른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해 11월 발매한 런치송 프로젝트 2집 ‘누구도 섬이 아니다’ 재킷.[사진 런치송 크리에이티브]


1인 밴드인 런치송 프로젝트는 JYP에서 독립하며 낳은 산물에 가깝다. 상업 작곡가로서 팔리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미디 등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던 그는 어쿠스틱으로 회귀했다. 첫 미니앨범은 ‘어쿠스틱 에너지’(2010), 첫 정규 앨범은 ‘어쿠스틱 스토리’(2013)로 붙일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지난해 11월 정규 2집 ‘누구의 섬도 아니다’를 발매한 그는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음악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앨범명은 영국 시인 존 던의 글에서 따왔어요. 코로나19로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보니 모두 다 섬처럼 떨어져서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물 밑을 들여다보면 지면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음악엔 위로하는 힘이 있잖아요. 더더욱 공연도 힘든 시기니 방송을 통해서 더 잘 전달해야 한다는 소명감 같은 것도 생겼고요.”


“코로나 시대 음악에 대한 책임감 커져”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신곡을 만들기도 했다. 홍진호와 케빈 오가 협업해 ‘그리움’이라 이름을 붙였다. “살아가면서 그리운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담은 곡인데 마침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음악방송을 하다 보면 저 친구들을 위한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며 “‘팬텀싱어’로 만난 포르테 디 콰트로ㆍ에델 라인클랑ㆍ라비던스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기회가 되면 인기현상이나 미라클라스와도 함께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한때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어요. 잡식성인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돌연변이인가 싶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들이 제 음악 여정을 함께 해줘서 더 든든한 것 같아요. 참가자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계속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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