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V로그]아침마다 침 모아 셀프 검사, 그런데 '현타'가..
매일 아침 침을 모으며 도쿄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거든요.
스스로 검사해 올림픽 조직위에 제출해야 하는 방식입니다. 입국 후 격리 4일간은 매일, 이후 4일마다 한 번씩.
면봉을 코에 넣는 건 아니고, 침을 이용하는 ‘타액 PCR 검사’에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한 편입니다. 자가 진단 키트 상자를 열고, 빨대로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침을 모읍니다. 1.5mL 이상. 참, 30분 전에는 양치질, 커피, 흡연을 하면 안 됩니다.
인액티비드 액체를 섞어 뚜껑을 잘 닫고, 식별용 바코드를 붙입니다. 박스에 넣고 주소와 방 번호, ACR(Accreditation Number)를 적습니다. 이후 휴대폰 QR코드를 이용해 바코드를 입력하면 마무리.
박스를 호텔 카운터에 맡기면 조직위 담당자가 수거해갑니다. 격리가 풀리면 미디어 프레스센터나 경기장에 제출합니다.
그러면 며칠 뒤 통합사이트 ‘ICON’에 ‘네거티브(음성)’가 떠요.
입국 전부터 공항에서 받은 검사까지 더해 보니, 이달 들어 벌써 8번을 받았네요. 이제는 눈 감고도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하고 있는 걸까요? 정작 ‘검체를 조직위가 수거를 안 해간다’, ‘검사 결과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경기장 취재를 다니다 보면 외국 기자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매일 건강관리앱 ‘오차’에 체온을 입력하고, 손 소독제도 열심히 뿌리고는 있는데요.
그런데 도쿄도 확진자가 매일 1000명이 넘습니다. 심지어 선수촌에 진단 키트가 부족해 검사를 못 받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매일 ‘셀프’ 검사를 하고, 위생에 더 신경 쓰고, 할 걸 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올림픽 코로나19 방역은 잘 되고 있는 건가요? 외부로부터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는 ‘버블’은 믿을 만한가요?
아무도 답해주지 않습니다.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하면서도 나는 누구인지, 여긴 어디인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도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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