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깜짝 메달 노리는 장대높이뛰기 진민섭

김효경 2021. 7. 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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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m75의 한국기록을 세운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 진민섭. 1년 뒤 그는 5m80까지 뛰어넘었다. [사진 대한육상연맹]

한국 선수 최초 결선 진출, 그리고 이를 넘어선 깜짝 메달. 한국 장대높이뛰기 간판 진민섭(29·충주시청)이 큰 꿈을 안고 첫 올림픽에 도전한다.

진민섭은 31일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 출전하기 위해 25일 김도균 코치, 높이뛰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과 함께 도쿄로 떠났다. 7명의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육상이지만 메달 획득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올림픽에 '절대'란 없다. 그 이변에 도전하는 선수가 바로 진민섭이다.

진민섭의 이번 대회 1차 목표는 자신이 보유한 5m80이다. 진민섭은 2020년 3월 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열린 뱅크타운 장대높이뛰기대회에서 '빌린 장대'로 5m80에 걸린 바를 훌쩍 넘었다. 1년 사이 개인 기록을 10㎝ 가까이 끌어올리는 상승세다.

당시 진민섭은 호주 전지 훈련을 위해 출국할 때 시드니 공항 수하물 처리 규정문제로 장대를 비행기에 싣지 못했다. 김도균 코치는 "민섭이는 훈련 위주로 준비하고, 상혁이에게 초점을 맞춰 호주로 건너갔다. 그런데 컨디션이 좋았고, 동기 부여를 위해 대회를 나가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장대를 빌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코치는 왕복 3000㎞ 거리를 50여 시간 운전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브 후커(호주)의 장대를 빌려왔다. 그리고 진민섭은 손에 익지도 않은 다른 선수의 장대로 5m80을 뛰어넘고, 도쿄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높이뛰기 우상혁과 장대높이뛰기 진민섭. [사진 김도균 코치]

진민섭은 "올림픽 준비 과정이었는데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도 어렵게 빌린 장대니까 어떻게든 기록을 세워야 의미를 둘 수 있을 거 같아 더 집중했다. 김도균 코치님 이 고생을 많이 하셔서 책임감도, 집중력도 더 높아졌던 것 같다"고 했다.

티켓은 손에 넣었지만 올림픽 준비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진민섭은 "지난해 컨디션이 좋았는데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됐다. 중간에 허리 부상까지 입어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특히 국제대회 출전 길이 막힌 게 뼈아팠다.

진민섭은 "그 점이 가장 힘들었다. 장대높이뛰기는 기술 종목이라 경기 때 감각을 끌어올려 기록을 향상시킨다. 훈련이 완벽해도 경기를 통해 가다듬어야 한다. 유럽 선수들은 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는데, 우리는 국제대회를 많이 못 나가 감각이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진민섭은 "연습 때 경기 상황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훈련을 했다. 실제 경기와 똑같이 시간을 재고, 바를 걸고 훈련했다.

사상 첫 결선, 그리고 메달 도전. 기록을 보면 '불가능'하지 않다. 세계최강자인 아르망 뒤플랑티스(23·스웨덴)는 지난해 6m15를 넘어,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우크라이나)가 1994년에 작성한 종전 기록 6m14를 1㎝ 경신했다. 이번 대회 우승이 유력하다. 2019년 6m6을 뛰어넘은 샘 켄드릭스(29·미국)가 도전자다. 하지만 3위권부터는 격차가 크지 않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진민섭(오른쪽)과 높이뛰기 우상혁(왼쪽)이 25일 도쿄로 출국하기 전, 김도균 코치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상혁 인스타그램]

이번 올림픽 출전자 중 2020년 1월 1일 이후 5m90을 한 번이라도 넘은 선수는 5명 뿐이다. 진민섭이 이번에도 5m80을 넘는다면 상위 12명이 진출하는 결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3일 열리는 결선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 5m90까지 성공한다면, 동메달까지 가능할 수 있다.

진민섭은 "1년 중 300일을 김도균 코치님, 상혁이와 함께 지냈다. 가족보다 더 지내는 시간이 많고 가까운 사이다. 그만큼 팀웍도 좋아 즐겁게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약을 마친 순간, 못 넘을 때는 빨리 떨어지는 것 같고 넘을 때는 시간이 느려지는 느낌이 든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하늘에 오래 머무는 느낌을 느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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