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이던 여성 선수 촬영, 도쿄올림픽부터 사라진다

독일 여자대표인 엘리자베스 세이스가 25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센터에서 열린 기계체조 마루 종목 예선에서 유니타드를 입고 공연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2020 도쿄올림픽 TV 중계부터 여성 선수의 성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촬영이 사라진다.

미국 AP통신은 27일(한국시간) “올림픽 방송사들이 여성 선수들의 성적 이미지를 억제한다”라며 이번 대회부터 새로운 촬영 가이드라인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OBS(Olympic Broadcasting services)의 야니스 이그재르커스 대표이사는 AP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대회에서는 과거 신체 일부를 자세하게 클로즈업하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신체뿐 아니라 옷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비치발리볼, 체조, 수영 등 여러 종목에서 여성 선수들의 유니폼은 점점 더 얇아지는 추세다. 입는 선수들의 심기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독일 체조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발목까지 덮는 유니타드를 착용해 성 대상화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림픽 전인 지난 20일 열렸던 유럽 비치 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는 노르웨이 여자 대표팀이 비키니 하의 대신 반바지 착용을 시도하다 복장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받는 일도 벌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별 종목의 중계 방식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성적으로 평등하고, 선수 외모나 유니폼, 신체 부위를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말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신체가 노출되는 경우 선수를 위해 영상이나 이미지를 삭제 또는 편집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일본 수영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현재 유니세프에서 근무 중인 이모토 나오코는 AP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은) 성별에 관한 한 정말 편파적이다”라면서 “많은 매체가 여성 선수들을 선수 그 자체가 아닌 소녀, 아내, 어머니로 묘사한다. 지나치게 미모, 섹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라고 지적했다.

이모토는 이어 이번 대회의 변화가 향후 일본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언론과 스포츠 관계자들이 올림픽 종료 후 묘사의 기준에 관해 이야기하기 바란다”라면서 “선수들은 강력하면서도 아름답지만, 그들은 그저 여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들은 운동선수다”라고 여성 선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일본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승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