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노메달' 진종오 "은퇴란 단어 떠올리고 싶지 않아"

이동환 2021. 7. 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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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네요."

2020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단체전 경기를 마치고 나온 '사격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한 숨을 쉬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진종오가 은퇴하는 게 아니냔 전망도 나왔지만, 진종오는 꿋꿋했다.

진종오는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기념하고 싶었고, 덕담도 해주고 싶었다"며 "가은이는 더 성장해 다음 올림픽 땐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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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공기권총 혼성단체전서도 고배
한국 올림픽 메달 최고 기록 경신도 실패
후배 추가은엔 덕담도
퇴장하는 진종오. 연합뉴스


“진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네요.”

27일 일본 도쿄의 아사카 사격장. 2020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단체전 경기를 마치고 나온 ‘사격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한 숨을 쉬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개인전에서 탈락한 데 이어 이날 혼성단체전에서도 결선 무대도 밟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상황.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는 게 익숙했던 ‘황제’는 그렇게 낯선 노메달로 도쿄를 떠나게 됐다.

이날 경기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진종오와 추가은(20·IBK기업은행)은 600점 만점의 경기에서 합계 575점(진종오 289점·추가은 286점)을 기록하며 8위까지 진출 가능한 본선 2차전에 오르지 못했다. 8위 이란 팀과 점수가 같았지만, 10점을 13번 쏴 이란(18번)에 뒤져 당락이 갈렸다.

진종오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족했다는 걸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걸 채우려고 야간 훈련까지 하며 준비했는데…”라며 “‘세월엔 장사가 없나’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아쉬워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데뷔한 진종오는 이후 한국 사격의 간판으로 수많은 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3연패를 이뤘을 정도로 50m 권총에서 진종오는 ‘신’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자신의 주종목이 사라지는 불운을 맛봤다. 10m 공기권총 혼성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도입되면서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에서도 과거 두 개의 메달(금1·은1)을 따낸 바 있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진종오가 은퇴하는 게 아니냔 전망도 나왔지만, 진종오는 꿋꿋했다. 그는 “나이는 못 속인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집중력도 저하되고 몸의 변화를 느낀다”면서도 “자꾸 은퇴를 물어보시는데, 아직까지는 솔직히 은퇴란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저는 정정당당히 선발전 치르고 올라왔다.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순 없다. 예쁘게 봐달라”고 부탁했다. 사격은 여타 종목보다 선수 생활의 수명이 긴 종목이기도 하다.

진종오(오른쪽)와 추가은. 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선 파트너 추가은이 29번째 발에 유일한 8점을 쏜 게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첫 올림픽에 대선배와 함께 출전해 몸이 굳은 모습. 추가은은 “내가 너무 못해서 그랬나, 뭐가 부족했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격발 순간을 떠올렸다.

미래가 창창한 후배에 진종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경기 직후엔 두 선수가 서로 등번호 배번에 사인을 한 뒤 메시지를 써 교환하기도 했다. 아빠뻘인 진종오는 추가은에 ‘가은아 이제 승리할 날만 남았다’라고, 추가은은 진종오에 ‘좋은 추억 남겨줘서 고마워요’라고 썼다. 진종오는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기념하고 싶었고, 덕담도 해주고 싶었다”며 “가은이는 더 성장해 다음 올림픽 땐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종오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은메달 2개를 따내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땄다면 양궁 김수녕(금4·은1·동1)을 제치고 한국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빈손으로 인천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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