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이상화처럼..황선우 너무 빠른 속도에 삐끗했다
스타트는 가장 빨랐다. 마지막은 가장 느렸다.
'수영 괴물' 황선우(18·서울체고)의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성적표는 극과 극이었다.
황선우는 27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 45초 26로 전체 8명 중 7위를 기록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박태환(자유형 400m, 200m) 이후 9년 만에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스타트는 가장 빨랐다. 반응속도 0.58초로 1위였다. 50m를 23초95로 1위로 턴한 뒤 100m를 49.78로 1위, 150m까지 1분 16초 56으로 1위를 유지했다. 100m를 50초대 안에 들어오면서 쑨양의 아시아신기록 1분 44초 39도 경신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 50m를 28초70을 기록했다. 8명 선수 중 가장 느렸다. 1위 톰 딘과 2위 던컨 스콧은 마지막 50m를 26초대 들어왔다. 막판 스퍼트를 한 것이다. 그러나 150m까지 힘을 다 쏟아 1위를 유지했던 황선우는 마지막 50m에서 힘이 빠졌다.
황선우는 경기 뒤 "150m까지는 페이스가 좋았는데 마지막 50m는 오버페이스로 뒤처졌던 것 같다. (옆 라인 선수들과) 같이 가면 뒤처질 거 같아서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레이스를 생각했다. 150m까지 옆에 아무도 없어서 '뭐지?' 싶었다"고 전했다.
황성태 경영전임감독은 "150m까지 정말 빠른 속도였다. 몸이 기억하지 못하는, 처음 겪어보는 스피드에 막판에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나갔던 '빙속 여제' 이상화 사례가 비슷하다. 이상화는 세계신기록 보유자였지만, 무릎 부상으로 올림픽 전에는 빠른 스피드를 몸으로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올림픽 경기에서 초반에 엄청 빨리 탔고, 마지막 코너를 돌다 미끄러지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이상화는 "초반에 너무 빨랐기 때문에, 이렇게 빠른 속도를 너무 오랜 만에 느껴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실수가 있었다"고 했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최고로 빠른 레이스를 펼쳤다. 예선에선 한국신기록(1분 44초 62)을 세웠다. 몸이 이 정도로 빠른 속도를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빠른 속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력 향상도 중요하다. 10대인 황선우는 아직 웨이트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체력과 근력을 더 키운다면 막판에도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황 감독은 "처음 겪는 올림픽, 처음 느끼는 속도 등 새로운 것이 많았다. 이런 경험과 속도가 누적되면 페이스 운영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월드클래스 선수로 자랄 수 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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