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달 진종오 "세월에 장사 없다, 은퇴 떠올리고 싶지 않다"
후배 감싸는 사격황제 품격
2024 파리 도전 이어갈 듯
“세월에 장사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권총황제' 진종오(42)가 아쉬워했다.
진종오는 27일 일본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본선 1차전에서 추가은(20·IBK기업은행)과 합계 575점을 쐈다. 8위 이란과 동점이었지만, 10점 획득 수(한국 13개, 이란 18개)에서 밀렸다. 단 1점만 더 쐈더라면, 8위까지 주어지는 2차 본선에 오를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본선 1차전은 30분간 남자 30발, 여자 30발을 쏴서 합산 점수가 높은 상위 8팀이 2차전에 진출한다. 한 끗 차이였다.
진종오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떠오르지 않는다. 부족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다. 부족함을 채우려고 야간 훈련까지 하며 준비했는데, ‘세월에 장사 없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진종오는 이날 289점, 추가은은 286점을 기록했다. 추가은이 29발째 8점을 쏜 게 뼈아팠다. 하지만 진종오는 “실수를 하면 본인이 제일 속상하다. 성적을 떠나 열심히 하는 모습도 인정해주셨으면 한다. 저는 욕먹어도 되는데, 가은이는 욕 안먹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파트너) 진종오란 이름 때문에 포커스를 받아 부담이 많이 됐을거다. 가은이는 첫 올림픽 스타트를 끊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세계 정상 선수들과 겨룰 것”이라고 응원했다. 진종오는 추가은 번호표에 ‘가은아 이제 승리할 날들만 남았다’고 적어줬다. 후배를 감싸는 ‘사격황제’의 품격을 보여줬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딴 진종오는 만약 이번 대회에 동메달을 추가했다면 양궁 김수녕(금4, 은1, 동1)을 넘어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본선에서 탈락한 데 이어 노메달에 그치게 됐다.진종오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이번대회에 마스크를 쓴 채 총을 쐈다.
1979년생 42세 진종오는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 확실히 예전보다 집중력이 저하된게 느껴진다. 몸에 변화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은퇴’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종오는 “은퇴를 자꾸 물어보시는데, 아직까지 솔직히 은퇴란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과 똑같지 않나. 정정당당 선발전에 올라왔다. 예쁘게 봐주십쇼”고 했다.
진종오는 국가대표 합숙은 힘들겠지만, 2024년 파리올림픽 대표 선발전에는 도전할 계획이다.
도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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