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잊어라, 황선우가 간다
황선우(18·서울체고)가 올림픽 첫 출전에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8명이 겨루는 올림픽 결승 진출만으로도 대단한데, 조심스럽게 메달 획득까지 기대해 볼 만하다. 그야말로 무서운 ‘수영 괴물’이 등장했다.
황선우는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승 2조에서 1분45초53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전체 16명 중 6위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 경영 결승에 진출한 건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황선우는 “어제 오후에 예선을 뛰고 오늘 오전에 준결승을 해서 회복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체력적으로도 부족한 게 있었는데 내일 결승은 컨디션 관리를 잘 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25일 밤 열린 이 종목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한국신기록(종전 1분44초80·박태환)을 갈아치웠다. 예선 전체 1위 기록으로 ‘메달권이 가능하다’는 설레는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황선우는 한국 수영의 기린아였던 박태환(32)과 비교된다. 박태환은 17세였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네 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를 따냈다.
만일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지난해에 열렸다면, 황선우는 결승행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가파르게 기록을 줄여나간 끝에 도쿄에서 빛을 내고 있다.
그는 자유형 200m에서 2020년 10월 1분46초31를 기록한 후 2020년 11월 국가대표선발전 1분45초92를, 지난 5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1분44초96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1분44초62로 박태환의 기록을 넘어섰다. 9개월 만에 1초45를 줄이는 무서운 기세다.
황선우는 박태환과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박태환이 스프린트 능력이 있으면서도 장거리 위주로 훈련해 지구력을 키운 중장거리 선수였다면, 황선우는 확실하게 단거리에 장점이 있는 스프린터다.
황선우가 박태환에 비해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바로 유연성이다.
이정훈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황선우의 장점에 대해 “과신전(hyperextension)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절이 유연하다. 유연성에 있어서는 박태환보다 더 좋다”고 설명했다.
수영에서는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정훈 감독은 “황선우는 몸이 전체적으로 유연해서 보통 사람들이 관절이 꺾어지는 각도보다 더 크게 꺾어지고 휘어진다. 이런 동작을 통해 수영을 할 때 몸을 유선형에 가깝게 만들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평영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정다래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연하게 발목이 꺾이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유연하게 구부러진다. 특히 자유형 영법에서는 팔꿈치와 어깨 관절의 유연함이 뛰어나면 팔을 마치 패들처럼 사용하면서 물살을 가르고 추진력을 얻는 힘이 달라진다.
뛰어난 관절 유연성과 더불어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이 길면 더 유리하다. 황선우는 박태환에 비해 키가 더 크고(187㎝-183㎝), 윙스팬도 조금 더 길다(193㎝-192㎝).
또한 수영 지도자들은 황선우가 매우 긍정적인 성격이고, 훈련을 말려야 할 정도로 성실한 노력파라는 점을 높이 산다. 아직 성장기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나이여서 신장, 특히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렇다면 황선우가 박태환에 비해 부족한 점은 뭘까. 실전 경험, 그리고 대범한 멘털이다.
이정훈 감독은 “박태환은 중학생일 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나갔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국제 무대 경험이 풍부했다. 그에 비해 황선우는 코로나19 탓에 국제대회 참가 경험이 차단된 게 아쉽다”고 했다.
박태환은 모두가 인정하는 ‘강심장’으로, 순간적으로 레이스 운영 방식을 바꾸거나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멘털과 대범함이 강점이었다. 늘 ‘실전에 더 강한 선수’로 불렸다.
과연 황선우가 박태환을 넘어서는 멘털과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줄까. 그 부분은 아직 미지수다. 대형 국제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황선우가 박태환을 넘어설 초대형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그 실전 적응력을 지켜보는 게 이번 도쿄올림픽의 진짜 관전포인트다.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은 27일 오전 10시43분에 시작한다.
이은경 기자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제 2개 남았다´ 한국 양궁, 전무후무 올림픽 5관왕 청신호
- ´세번째 金´ 오진혁·김우진·김제덕 양궁 단체전 시청률 18.57%
- 김연경 웃게 만든 김희진, 쉬게 만들 이소영
- 韓에 무릎 꿇은 日, 또 가진 슛오프서 마지막 화살로 역전 동메달
- ”코로나, 잠자던 천재 깨웠다” 박태환 넘은 황선우 신체비밀
- 산다라박, 미국서 과감해진 패션? 브라톱+복근 노출한 파격 스타일
- AOA 탈퇴 지민, 확 달라진 얼굴 '충격'...C사 명품 올려놓고 행복한 근황
- [화보] 장윤주, 청량함의 인간화!
- 쌍둥이 아들 잃은 호날두 "부모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 타율 0.037…'양'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