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회담 2탄..中, 이번엔 안방 톈진서 美에 말폭탄

권지혜 2021. 7. 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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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4개월여 만에 다시 열린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기다렸다는 듯 미국에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 외교부에서 대미 관계를 담당하는 셰펑 부부장은 26일 톈진의 한 호텔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미·중 관계가 경색된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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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펑 "美, 中 '가상의 적'으로 여겨 관계 교착
중국을 악마화해 모든 걸 중국 탓으로 돌려"
中, 알래스카 회담 때 美 행동 되갚듯 그대로 반복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왼쪽 네번째) 26일 중국 톈진의 한 호텔에서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하는 모습이 중국중앙(CC)TV에 방송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이 4개월여 만에 다시 열린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기다렸다는 듯 미국에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중국의 대미 비난은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때보다 더 과격하고 독해졌다.

중국 외교부에서 대미 관계를 담당하는 셰펑 부부장은 26일 톈진의 한 호텔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미·중 관계가 경색된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악마화함으로써 미국 내 모든 불만을 중국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마치 중국만 억제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고 미국의 패권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잘못된 사고와 위험천만한 대중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셰 부부장은 특히 “미국이 말하는 경쟁, 협력, 대항의 삼분법은 중국을 억제하려는 속임수”라며 “대항과 억제가 본질이고 협력은 미봉책이며 경쟁은 말의 함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밝힌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셰 부부장은 “미국은 중국에 원하는 것이 있을 때에만 협조를 요청하고 자신들이 우세한 분야에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 중단, 봉쇄, 제재, 충돌도 불사한다”며 “못된 짓만 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데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전 셰 부부장의 회담 모두발언을 자국 주재 외신 기자들에게 실시간 공개했다. 미 워싱턴 시간으로는 일요일 밤 9시가 넘은 때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회담 상대인 셔먼 부장관의 발언은 이날 오후까지 공개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25일 중국 톈진의 빈하이 원 호텔로 진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톈진 회담은 성사되기까지 의전 문제로 잡음이 많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당초 미국은 셔먼 부장관의 회담 상대로 중국 외교부의 수석 부부장인 러위청을 원했지만 중국은 외교부 서열 5위인 셰 부부장을 내세우면서 기싸움이 벌어졌다. 미 국무부는 셔먼 부장관의 한국, 일본, 몽골 방문 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방중 일정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만난다”고 했었다.

그러나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셰 부부장이 셔먼 부장관과 회담(會談)하고 왕이 부장이 셔먼 부장관을 만난다(會見)”고 구분해 설명했다. 셔먼 부장관의 상대는 셰 부부장임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월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때 미국이 보인 행동을 그대로 반복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회담 시작과 동시에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 홍콩, 대만 문제를 모두 언급했다. 그때의 일을 되갚아주기라도 하듯 이번엔 셰 부부장이 셔먼 부장관 면전에 대고 미국의 대중 정책을 맹비난했다.

회담 직전 상대국에 제재를 가한 것도 판박이다. 미국은 앵커리지 회담 전날 홍콩 문제와 관련해 중국 인사 24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왕이 부장은 “손님을 환영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는데, 중국 역시 셔먼 부장관이 톈진에 도착하기 전 반외국제재법을 가동해 대미 제재를 가했다. 중국이 회담 장소를 수도 베이징이 아닌 톈진으로 결정한 것 역시 미국이 워싱턴에서 5400㎞ 떨어진 앵커리지를 회담 장소로 택한 데 대한 맞대응이라는 해석도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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