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 사장님의 탄식.. 그래서 전 꼭 시장에 갑니다 [오늘의 기사 제안]

최원석 2021. 7.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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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사장님들께 띄우는 편지

이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세상의 최일선에서 지금도 저마다의 위치에서 각기 다른 모습의 상인 일기를 쓰고 계실 모든 사장님들께 이 편지를 바칩니다. <기자말>

[최원석 기자]

하늘에 해가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점포는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하늘에 별이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장부엔 매상이 있어야 한다. 

(중략)

상인은 오직 팔아야만 하는 사람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해야 하는 사람
그러지 못하면 가게 문에다 
묘지(墓地)라고 써 붙여야 한다

상인일기(商人日記)  - 김연대

"고맙습니다."

항상 드리는 말이지만 그 한마디로 위로가 될까 싶어 편지를 씁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 점심도 어제의 저녁도 여러분들의 손을 빌렸습니다. 여러분들의 노력과 땀이 어린 손길들을 따라 그렇게 오늘도 걸었습니다. 이 글로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너무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처음 본 손님의 얼굴을 다시 만난다면 기억하실 수 있으실까요? 음식점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손님이 식사를 하실 때면 마스크를 잠시 내려 얼굴을 보실 수 있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재화를 판매하시는 상인들께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스크를 쓴 채 거래를 하시기 때문이지요.

식당에서 정겹게 부르고 찾았던 '이모'들과 '삼촌'들을 요새는 자주 보기 힘든 듯합니다. 정겨운 그들을 부르는 것 대신에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로봇이 서빙을 합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이렇게나 다릅니다. 
▲ 어느 업소의 배너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로봇이 배달을 하는 지금을 코로나가 만들었다.
ⓒ 최원석
 
장사에 있어서 고객을 만나는 것은 '장사의 시작과 끝'을 의미합니다. 두말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고객의 '만족의 미소는 비로소 장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불편이나 쓴소리'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쓴소리는 장사를 지속하게 하는 노력의 이유이자 뿌리'가 됩니다. '쓴소리를 듣지 않고 고객을 만족시켜야' 장사가 번창하기 때문입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우리는 만납니다. 이 시기라 어쩌면 더 자주 사장님들을 만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릭 한번'으로 '빠른 배달'로 '간편 결제'라는 우리의 편의로 말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사장님들을 자주 만나서 '코로나 시국'을 버티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니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매우 불편했겠지요. 
▲ 음식의 사진 점심의 사진.
ⓒ 최원석
 
오랫동안 자영업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돕고 가르치는 일들을 하게 되면서 누구보다 자영업자 분들의 노고와 고민, 그리고 고충을 잘 아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여러분과 함께 삶을 같이 했습니다. 솔직히 힘들었음을 고백합니다. 당사자이신 당신들은 오죽하셨을까요?

7월은 사장님들께 바쁜 계절이시지요. 부가세 신고까지 하셔야 하니까요. 장사를 이 시기에 처음 시작한 지인의 부가세 신고를 도왔습니다. 지인의 푸념 섞인 이런저런 하소연도 함께 많이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매출에 대부분을 배달에 기대었더군요. 매장 내에서의 매출은 많이 없었습니다. 비로소 이 시기에 소득과 직결되는 이 부가세를 신고하시면서 만족의 미소를 머금으실 사장님이 몇 분이나 계실까요?

중국어로 상인은 고인(賈人), 쟈런 (jia ren)이라고 발음을 합니다. 그들의 발음으로 보자면 '아름다운 사람을 뜻하는 가인(佳人)'과 '뛰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갑인(甲人)'의 발음과 같습니다. '한 집안 사람이라는 가인(家人)'이라는 단어도 이에 해당합니다.

그들의 사고에서는 장사를 하는 것은 '고도(賈道)'가 됩니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그들의 언어로 '고도는 상인의 도'이면서 '아름다운 길'이자 '뛰어난 도리'가 됩니다. 

지금의 사장님들의 장사는 힘에 부칩니다. 아름다운 길과 뛰어난 도리를 행하는 것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 보입니다. 한 집안을 대동하거나 함께 장사를 하는 경우 등이 많아지는 지금의 현실은 가인이라는 단어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갑인(甲人)'이라는 발음의 의미는 지금의 사장님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듯합니다. 고객을 대할 때 '을인(乙人)'이라고 칭하시는 사장님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씀 하실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스스로 장사하고 파시는 데에 있어서 주체'이시면서도 어떻게 '갑인이 아니라 을인들이라 칭하실까요?' 생각하면 마냥 슬프기만 합니다. 고객의 목소리가 아니라 '리뷰 한 건'으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고객인 갑인의 의견'에 '노심 초사를 하며 신경을 쓰셔야 하는 을인이 되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슬픕니다.

아기 키우는 아빠가 꼭 시장에 가는 이유 

육아와 장사는 매일매일 지속된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습니다. 아기 키우는 아빠의 입장이 되어서도 한 번에 모든 용품을 구매하기 편한 마트를 찾지 않고 시장을 자주 찾습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사장님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더 시장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아기가 맛있는 과일을, 이유식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정성스럽게 진열된 제철의 음식들이나 물품들이 있어서 아기는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함을 고백하는 바입니다.

시장에는 등록되지 않은 일명 '노점'도 많습니다. 이를 제외하고 2021년 6월을 기준으로 무급가족 종사자인 108만 명을 포함한 등록된 자영업자분들이 666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관련되어 일하시는 종업원분들을 포함하면 더 많겠지요.

'세상에 아기를 위한 엄마 수만큼의 개수의 사랑'이 존재한다고들 하는데 '사장님들 만큼의 고객을 위한 노력이라는 이름의 개수의 사랑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노부부께서 운영하는 시장 안의 과일가게를 찾았습니다. 사장님의 가게에서 구매했던 싱싱한 과일 수만큼의 한탄과 탄식을 많이도 들었었습니다. 그냥 '빨리 지나가겠지 했는데 아니더라'라며 '이 상황이 반복되는 게 너무 싫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또 '손님분들이 정부 지원금을 자영업자들에게 편향되게 주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일 싫다'라고 하셨습니다. '도움은 될지언정 진짜 해결은 되지 않는데 손님들께서는 모르신다'라는 말씀의 골자였습니다. 이 편지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위안의 격려의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장님들께.

오늘도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으셨을지 압니다.
매일 나가는 그 일터에 코로나의 비릿한 향기가 더해 더 지겨우실지 압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그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 그곳에 있으시는 겁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이 이 시대 당신들입니다."

오늘도 업장에 서계신 분들께 '당신은 다른 어느 그 누구보다 하나라도 잘 하시니 그 자리에 계시고 계실 수 있다'라고 꼭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의 초미에 첨부한 김연대 시인의 상인 일기가 이 시대라서 더더욱 더 슬프게 느껴집니다. 시의 글처럼 '팔아서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진정한 사장(社長)인 회사의 우두머리'가 되시길 바랍니다.

'묘비명을 새기고 도태되어 버리는 사장(死藏)'이 되지 않으려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는 당신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비로소 춤출 수 있음을, 삶을 쉬이 살아낼 수 있음을 고백하며 편지를 마칠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어떻게 하면 고객들인 우리를 만족시킬까 고민하시는 당신들은 '어른들의 스승을 뜻하는 우리의 영원한 사장 (師丈)님'입니다.

힘내세요. 잘 하고 계십니다. 어제 아기에게 선물한 제철의 '천도복숭아의 싱싱함'을 듬뿍 담은 상큼한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아기가 좋아하는 '무르익은 자두의 성숙함'을 닮은 존경과 감사도 함께 봉투에 넣어 보냅니다.

힘내세요. 잘 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이 시기를 견디는 것은 다 여러분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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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추후 기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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