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확산에도 뒷북 방역..비수도권, '방심'에 무너졌다

김지희 2021. 7. 26. 11: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 40%대로
뒤늦은 3단계.."시기 놓쳐 큰 효과 어려워"
감염재생산지수 한달새 1.05→1.27로 급증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비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비중이 40%대로 치솟은 것은 ‘4차 대유행’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확산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비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지표들도 급격히 악화됐다. 전문가들이 비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끊임없이 주문했지만, 정부는 뒤늦게 일괄 격상을 결정해 또 다시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풍선효과 이미 시작 "3단계로도 부족"= 정부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비수도권을 3단계로 격상하는 특별방역대책을 발표했다. 비수도권의 코로나19 유행상황이 심상치 않아지면서 결국 전 지역 일괄 격상을 결정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최근 비수도권 확산세 증가와 함께 수도권 유행의 풍선효과와 휴가철 지역 간 이동을 통한 확산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도권 풍선효과는 이미 시작된 만큼 3단계 적용으로도 ‘굵고 짧은’ 방역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수도권의 유행 자체가 이미 풍선효과를 통해 수도권에서 건너간 것"이라며 "수도권 4단계 격상 당시 비수도권도 함께 단계 상향이 필요했는데 시기를 놓치면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 3단계 도입에 따른 가장 큰 변화인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이미 지난 19일부터 적용되고 있어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최근 집단감염을 이끌고 있는 유흥시설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도 밤 10시까지는 문을 열 수 있다. 3단계 외에 휴양지, 해수욕장 등에 대해 야간 음주를 금지한다는 정도의 조치만 더해진 상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감염재생산지수 1.05→1.27=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유행 확산세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수도권의 코로나19 방역지표는 수도권의 확진자 급증세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사이 조금씩 악화돼 어느덧 수도권을 넘어섰다. 향후 코로나19 유행의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감염재생산지수는 비수도권에서 최근 1주간 1.27을 기록했다. 확진자 1명이 평균 1.27명을 감염시켜 유행이 더욱 확대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감염재생산지수는 1.02로 낮아졌다. 지난달 마지막주에는 수도권 1.25, 비수도권 1.05를 기록했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전파력이 높은 인도발 델타 변이의 우려도 비수도권을 덮쳤다. 방역당국은 델타 변이가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에서도 급속하게 전파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델타 변이 검출률은 6월 넷째주 3.3%에서 이달 셋째주 48%로 한달 새 무려 45%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이번 주를 기점으로 델타 변이는 50%를 넘어서 우세 변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뒤늦은 방역강화…휴가철 어쩌나= 정부의 한 발 늦은 방역 강화에 여름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과 국민들의 혼란은 커졌다. 지난달 말 3375만명이었던 비수도권 주말 이동량은 이달 둘째주 3555만명으로 높아지며 휴가철 대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 등에서는 거리두기 상향의 여파로 취소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전날 비수도권 3단계 일괄 격상 결정 과정에서도 당초 26일부터 곧바로 적용하기로 했다가 현장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자체 요청에 적용시기가 하루 미뤄지기도 했다.

거리두기 조정에 당국이 보다 세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교수는 "2주씩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몇명 이하로 확진자 수가 낮아질 때까지 지속한다’ 등의 방식으로 가야 자영업자, 일반인들도 대비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비수도권에서 감염이 확산되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충남, 경남, 경북, 제주 등 지역은 수도권과 동일한 4단계로 가는 게 맞고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지역은 현행 1, 2단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필요시 이동제한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