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면서 다른 '간염 3대장'.. A형·B형·C형 간염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간염연합이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다. 이 날은 지난 2010년 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간질환과 간세포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간염은 대표적인 간 질환의 하나로 간세포가 파괴되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지속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며,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는 만성 간염으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간염으로는 ‘간염 3대장’으로 불리는 A형, B형, C형 간염이 있다. A형 간염은 주로 급성 간염의 형태로 나타나고 후유증없이 자연치유되지만, 고령이나 만성 간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급속도로 악화되어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B형, C형 간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으로 진행하며 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A형 간염, 20~40대 확진자 증가세
한국인 전체 급성 간염의 70%에 해당하는 A형 간염은 대표적인 수인성 감염병 중 하나다. 주로 A형 감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섭취하거나, 감염 환자와 밀접 접촉하면서 감염되며, 오염된 식수원이나 급식 등으로 인해 집단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사회적 위생 수준 향상으로 어린 시절 A형 간염 바이러스 노출 기회가 적었던 20~40대에서 A형 간염이 증가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4679명에 불과했던 A형 감염 확진자는 2019년 1만7598명까지 급증했으며, 올 들어 3월부터 수도권과 충청 지역 등을 중심으로 A형 간염 환자 발생 증가세가 다시 두드러지기 시작해 각 지자체에서는 A형 간염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28일의 잠복기를 거쳐 피로감이나 메스꺼움과 구토, 발열, 식욕부진, 우측 상복부의 통증 등 일차적인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그 후 일주일 이내에 콜라색의 소변과 탈색된 대변, 전신이 가려운 증상 등 특징적인 황달 징후가 나타난다. 보통 황달이 발생하게 되면 2주 정도 지속되며 이전에 나타났던 전신증상은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증상 발현으로 A형 간염이 의심되는 경우, 채혈을 통한 항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anti-HAV) 검사로 A형 간염을 진단할 수 있다. 감염 후 15~45일 후 출현해 3~6개월 간 지속되는 ‘항A형 간염 바이러스 IgM 항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나고, 특징적인 임상 징후를 보인다면 확진할 수 있다.
A형 간염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예방이 매우 중요한 질병 중 하나다. 6~12개월 간격으로 백신을 2회 접종하면 95% 이상의 간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개인 위생 관리도 중요하며 ▲안전성이 확인된 조개젓 섭취 ▲조개류 익혀먹기 ▲요리 전, 식사 전, 화장실 다녀온 후 비누로 30초 이상 손씻기 ▲안전한 물 마시기 ▲채소나 과일은 깨끗이 씻어 껍질 벗겨 먹기 등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B형·C형 간염… 초기 증상 없어 빠른 진단 중요
B형 간염 및 C형 간염은 A형 간염과 달리 급성 질환자보다 만성 환자가 더 많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 등 체액에 의해 감염된다는 차이가 있다.
먼저 B형 간염은 국내 간염 중 가장 높은 비율(인구의 3~4% 추정)을 차지하는데, 어린 시절 감염될 경우 만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특히 B형 간염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전염되는 수직감염이 가장 중요한 감염경로로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도 성접촉이나 혈액에 의해서도 감염된다. 급성 B형 간염의 경우 황달,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흑색 소변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만성 B형 간염은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방치하다가 간이 70% 이상 손상된 이후 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도 발전 가능하다.
B형 간염이 의심될 경우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표면항원(HBV surface antigen)을 검출하는 혈액검사를 시행하여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하며, 간 기능 검사 등의 다른 혈액검사를 통해 간염의 중증도를 확인하게 된다. B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가 존재하지만 근본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B형 간염도 A형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통한 감염 예방이 권장되며, 백신은 6개월 동안 총 3회에 걸쳐 접종한다.
또한 C형 간염의 경우 우리나라 인구의 0.8~1.4%가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되며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렇지만 감염될 경우 자연회복률이 낮아 70~80%의 환자가 만성 감염으로 진행되며, 이 중 20~30%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 등 체액으로 전염되지만 수직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형 간염은 감염 후 약 2주간 잠복기를 거치는데 이 중 60~80%는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다. 대부분 간 기능이 80% 이상 손상돼야 자각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C형 간염이 의심된다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anti-HCV Ab)나 C형 간염 바이러스의 RNA를 검출하는 혈액검사를 통하여 진단할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A형,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은 없지만 다행히도 완치율이 98%로 매우 높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기 때문에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완치할 수 있다.
송성욱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간은 간 전체의 80%가 손상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간염을 방치할 경우 간경변이나 간암 등 심각한 건강 이상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꾸준한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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