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메이크업 지우고 제대로 흑화한 [결사곡] 부혜령 아니 이가령

2021. 7.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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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아. 좋아. 재미있어. 배우 이가령의 그러데이션 긍정.
드레스 가격미정 심첩.

바로 어제 〈결혼작사 이혼작곡2〉 (이하 〈결사곡2〉) 촬영을 마쳤어요. 소감이 어때요?

돌아보니 거의 10개월을 쉬지 않고 일했더라고요. 오늘내일 할 거 없이 너무 바쁘다 보니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막상 촬영이 끝나니 ‘이제 좀 쉬어야겠다’가 아니라 심심해요. 오늘도 메이크업 받으면서 대본 외워야 할 것 같았는데.(웃음) 인터뷰 마치면 촬영장 가야 할 것 같아요. 촬영장 가고 싶어요.

힘든 촬영이었겠지만 큰 화제가 된 드라마니까요. 시원섭섭하겠죠?

네.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뒤풀이를 못 하니까 끝났다는 느낌도 잘 안 드는 것 같아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직 한창이죠. 요즘 유튜브에 〈결사곡2〉라고 검색하면 향후 전개를 추측하는 ‘궁예’식 콘텐츠가 정말 많아요.

배우들끼리 모여서 다 봐요. 드라마 방영할 때마다 단체 카톡창에서 서로 실시간 반응도 공유하고요.

워낙 반전이 많기로 유명한 작가다 보니 다들 초미의 관심사죠.

특이한 게 작가님이 결말은 배우들에게도 끝까지 비밀로 하시거든요. 마지막에 엔딩 신 촬영하는 배우들에게만 대본을 주세요. 시즌 1 때도 그랬어요.

그럼 방영할 때 돼서야 알 수 있는 거예요?

그렇죠. 결말은 마지막 신을 촬영한 배우들만 알아요. 그 대본을 받은 사람들은 입이 간지럽겠죠.(웃음)

전 ‘부혜령’ 캐릭터에 반전이 있을 것 같아 궁금하더라고요.

지난 주말 방영된 7, 8회에서 ‘부혜령’이 한번 폭발했잖아요. 이제 시작이에요. 다른 커플들은 ‘저거 언제 들키려나’가 몰입 포인트였다면 ‘부혜령’은 ‘언제 만나서 싸우나’가 포인트였는데 엊그제 회차에서 드디어 머리채 잡은 거죠.

‘연탄 메이크업’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죠. 지금 보니 본래 눈이 훨씬 예쁜데 좀 억울했을 것도 같아요. 작가의 철저한 캐릭터 설정이었다고요.

오히려 그것 때문에 ‘부혜령’이 더 각인된 거예요. 캐릭터가 확 살잖아요.(웃음) 사람들이 배우 ‘이가령’은 몰라도 ‘부혜령’ 연기했던 배우라면 많이들 알게 되겠죠. 작가님 덕이라고 생각해요.

임성한 작가와의 인연도 햇수로 8년째죠. 이번 작품은 그가 절필 선언을 했다가 복귀하면서 다시 인연이 닿은 건데, 대체 이 관계는 뭘까 궁금하더라고요.

주변에서 “혹시 조카니?”라는 말도 많이 했어요.(웃음) 같이 작품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인연이 유지되기 쉽지 않잖아요. 광고 촬영이나 모델 일만 하다가 우연히 기회가 생겨〈오로라 공주〉에 ‘오로라’ 친구로 몇 번 나왔는데 나중에 작가님이〈압구정 백야〉오디션에 부르신 거예요. 처음부터 뭔가 통하는 텔레파시 같은 게 있었어요. 옛날부터 알던 사이 같은 느낌 있잖아요.

〈결사곡〉 대본을 처음 받아보고 어땠어요?

복귀하신 것도 놀랍고, 저를 불러주신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큰 역할일지는 몰랐어요. 처음 대본상으로는 정말 ‘부혜령’밖에 안 보였거든요. 선배들도 “이건 ‘부혜령’을 위한 드라마다”, “너를 위해 만들어진 판이니까 잘해라” 하셨어요. 큰 역할을 처음 맡았으니 의지와 욕심이 앞선 면도 있죠. 시즌 1 때 ‘부혜령’의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결사곡〉 은 ‘불륜에 대처하는 세 가지 자세’에 관한 드라마죠. 재미있는 건 ‘부혜령’에 비해 ‘이시은’은 전투력이 유독 약하다는 거예요.

세 주인공은 30대와 40대, 50대의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거예요. 30대인 ‘부혜령’은 지금 시대를 사는 현대 여성이지만 50대인 ‘이시은’은 결혼 생활을 정말 오래한 부부들의 모습을 대변하죠. 의외로 ‘부혜령’ 편이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많아요. 특히 시즌 1 마지막에 시어머니가 해다 준 반찬 버리는 장면에서 공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는데 네 밥은 네가 차려 먹어”가 대세니까요.

드라마를 본 주변 반응은 어때요?

정말 가까운 친구들은 “너 그 신에서 ‘부혜령’이 아니라 꼭 너처럼 나왔던데?”라기도 해요. 사랑보다 일, 남편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라는 가치관이 저랑 닮았어요. ‘부혜령’ 역시 남편인 ‘판사현’을 정말 사랑하고 시댁에도 나름대로 도리를 다한 거예요.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해서 미움받고 오해를 살 뿐이죠.

드라마의 시선 자체가 ‘부혜령’ 남편과 바람피운 ‘송원’에 대해서만 유독 따스한 시선을 갖게 하는 것도 같아요.

사실 ‘부혜령’과 ‘송원’이 대비되는 캐릭터라 더 잘 사는 것 같아요. 어느 한쪽이 애매했으면 물에 물 탄 듯 흘렀을 텐데. 얼마 전에도 (이)민영 언니랑 같이 드라마 모니터하면서 “서로 호박씨여서 더 좋은 것 같아요” 했어요.(웃음)

하긴, 오히려 극단적으로 가야 동정표를 얻겠죠. ‘오죽하면 저럴까’ 하게 되는.

사실 ‘부혜령’은 바보 같아요. 머리 쓸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남편이 바람난 걸 전혀 몰랐을 리 없잖아요. 겉으로 보기엔 강한데 알고 보면 허당이죠.

약간 떼쓰는 아이 같기도 해요.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잘 모르는 캐릭터예요. 그렇게 세게 나가는 것 외에는. ‘송원’은 어찌 됐든 사람들을 다 자기 편으로 만들잖아요.

가령 씨 본래 성격은 어때요?

글쎄요, 어때 보여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개인 SNS 계정만 봤을 땐 꽤 털털해 보여요. 그런 성격이란 확신이 없었으면 이렇게 어려운 화보 콘셉트를 잡지 못했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상황에 어우러지는 걸 좋아해요. 혼자 있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모여 웃고 떠드는 것도 좋아요. 대체로 밝고, 차분함은 좀 없고요.(웃음) 근데 또 한없이 다운될 때는… 힘든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것 같아요. 예전에 드라마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됐을 때도 지금이랑 똑같은 모습으로 지냈거든요. 적어도 저는 그랬다고 생각했죠. 근데 당시 사람들이 제게 얼굴이 너무 안됐다는 얘길 많이 했어요. 요즘 그때 사진을 다시 보면 얼굴이 어딘가 그늘져 보이긴 해요. 돌이켜보면 잠도 잘 안 자고, 계속 먹는데도 허기가 지곤 했죠.

누가 봐도 힘든 상황일 땐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할 거예요.

배우는 보여지는 직업이잖아요. 내가 에너지 있어야 사람들이 나를 매력적으로 여기고 어디에든 쓸 텐데,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티가 났나 봐요.

오버올, 부츠 모두 가격미정 릭오웬스.

당시 상황을 버티게 한 건 뭐예요?

임성한 작가님이 늘 작품에 신인을 한 명씩 기용하는데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으셨어요. 그런데 제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죄송한 거예요. 작가님께서 저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주신 게 감사했고 증명해내고 싶었어요. 언젠가 사람들에게 “임성한 작가가 선택한 애가 쟤야”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요. 그간

이곳저곳에 부지런히 단역으로 출연했죠.

배우인 친구들이 촬영 생겼다고 하면 대본 얻어 읽어보고 비어 있는 역할이 하나라도 있으면 전화해서 한 신이라도 찍게 해달라고 했어요. 쉽진 않더라고요.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참 어렵잖아요. 그만큼 연기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가 있어요?

〈오로라 공주〉 때는 ‘시간 남으니까 해보자’ 정도였거든요. 이미 광고 일만으로도 바빴어요. 그런데 〈압구정 백야〉 오디션을 보고, 결국 특별 출연에 그쳤지만 바로 이듬해에 드라마 〈불굴의 차여사〉 들어가면서 처음 재미를 느꼈죠. 그 타이밍에 하차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더 애가 탔겠네요.〈결사곡〉시청률 오를 땐 어떤 기분이었어요?

성적표 받는 느낌?(웃음) 시청률은 모든 배우에게 성적표 같아요. 회차마다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배역들이 달라지잖아요. 만약 오늘 방영분이 내 연기가 돋보인 회차였으면 더 긴장되죠. 지난 회차에 비해 조금이라도 시청률이 떨어지면 ‘나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부혜령’이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캐릭터이니만큼 대중의 평가에 너무 신경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늘 같은 대답이지만 ‘이건 이가령에게 맡기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다음번에는 청순한 역할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고, 그저 계속해서 뭐라도 하고 싶죠.

화보를 이렇게 찍어서 더 센 역할만 들어오는 건 아닐까요?(웃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아요. 좋아요. 재미있어요. 항상 열려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소화할 수 있느냐가 문제죠.

배우 이가령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나요?

음… 한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캐릭터와 함께 그 배우가 잊히기도 하고요.

아니에요. 〈결사곡〉의 ‘부혜령’은 아마 평생 짤로 돌아다닐 거예요.

맞아요.(웃음) 사실 그래서 좋아요. 저는 사라지더라도 ‘부혜령’은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이가령’은 잊히더라도 ‘연탄’과 ‘너구리’는 남을 것 같아요.

잊히긴요. ‘부혜령’ 안에 이가령도 있잖아요?

처음에는 ‘부혜령’이 너무 세서 표현하기 힘들었거든요? 제가 원래도 그렇게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요즘은 발성이나 말투 모든 게 다 딱딱하고 모나서 고민이에요. 이제 사회생활하려면 다시 좀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공손하고 착하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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