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로 추락한 폭스바겐..'가격파괴' 디젤로 재기 노려

안민구 2021. 7.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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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티록에 이어 티구안도 가격 인하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신형 티구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2016년 '디젤게이트' 악몽으로 추락한 폭스바겐이 몸값 낮춘 디젤차를 앞세워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파사트' '티록'에 이어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디젤 모델 '티구안'의 가격을 또다시 대폭 낮췄다. 디젤차 수요가 해마다 줄고 있는 가운데 폭스바겐의 이런 '가격파괴' 전략이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2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형 티구안을 선보였다.

이달 말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신형 티구안은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각종 첨단·편의 사양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또 폭스바겐이 신차 출시와 함께 발표한 ‘3A’ 전략의 첫 번째 주자이기도 하다. 3A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More Accessible)' '부담 없이 유지 가능한(More Affordable)' '더욱 진보된(More Advanced)'을 뜻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합리적 가격으로 폭스바겐 차를 부담 없이 즐기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폭스바겐은 신형 티구안의 가격을 이전 모델 대비 300만원가량 낮춘 4060만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할인 혜택을 받으면 3802만7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완전변경에 가깝게 진화해, 4000만원대 중후반에 판매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실 폭스바겐의 가격파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1년 새 제타, 파사트, 티록의 가격을 잇달아 낮추고 있다.

포문은 소형차 제타가 열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0월 신형 제타를 선보이며 가격을 최대 700만원 내렸다. 프로모션을 더한 차값은 2329만~2533만원으로 현대차 아반떼(1500만~2500만원)와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파사트가 가격파괴에 합류했다. 폭스바겐 모델 최초로 통합 운전자 보조시스템 'IQ.드라이브'를 적용했음에도 가격을 4435만~5321만원으로 정했다. 할인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3700만원대부터 살 수 있었다. 4000만원도 저렴하다고 여겼던 수입 중형세단이 3000만원대에 나온 셈이다.

또 올 1월에는 소형 SUV 티록을 3599만원에 내놨다.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다.

줄줄이 디젤차만…한국은 '디젤 아웃렛'?

눈길을 끄는 점은 폭스바겐이 가격파괴로 내세운 4개 차종 중 제타를 제외한 3개 차종이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가을 출시 예정인 주력모델 '골프'도 디젤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로 판매가 나락으로 떨어진 암흑기를 보냈고, 친환경 바람에 '탈 디젤'이 수입차 대세가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국내 시장에서 3만5000대 이상 판매하면서 전성기를 보냈지만, 2016년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2017년 단 한 대도 팔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작년에도 전성기의 절반 수준인 1만7615대 판매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에서 몸값 낮춘 디젤차로 자존심을 회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꾸준히 대두하고 있는 환경문제와 내연 기관 차량 퇴출 등과는 반대되는 행보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폭스바겐이 탈 디젤 분위기에 판로는 막혔지만, 생산은 계속할 수밖에 없는 디젤 모델을 한국에서 '땡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이 한국에서만 유독 디젤차 판매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는 디젤게이트 이후 대대적인 쇄신을 거쳐 친환경·전동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글로벌 비전과 맞지 않는다. 재고처리, 땡처리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신형 티구안의 경우, 이미 독일 등 유럽시장에서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슈테판 크랍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지난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디젤차를 포함한 내연 기관차는 중기적으로 10~15년, 또는 그 이상 (자동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본사가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발표했지만, (한국 등) 다른 지역에서의 판매 전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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