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놓을 뻔한 내 정신줄, BTS가 살렸다

이지애 2021. 7. 2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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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입덕하며 든 생각.. 나는 세상에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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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애 기자]

푹푹 찌는 날씨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사정없이 올라가는 기온에 밤 산책도, 아침 산행도 나서기 부담스럽다. 들리는 세상 소식들도 영 개운치가 않다.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올림픽 선수촌에 들인다는 어이없는 이웃나라 일본의 올림픽 소식과 다시 기승인 영국, 독일 등 유럽 쪽 코로나 상황, 국내 뉴스들도 딱히 좋은 소식은 접하기 어렵다.   

마음이 무겁거나 힘들 때 좋아하는 음악은 큰 위로가 된다. 요즘 나를 위로해 주는 곡들은 바로 우리나라 보이 그룹 BTS의 최근 곡들이다. 노래를 듣는다고 어두운 세상이 밝아지는 건 아니지만, 더 무거워지려는 내 마음은 잡아진다. 게다가 최근에 BTS가 전해 준 정말 기쁜 소식, 지난 7월 9일에 공개한 그들의 신곡 'Permission to Dance'가 빌보드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BTS 신곡 <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
ⓒ HYBE LABLES
 
'Permission to Dance'는 코로나 극복의 희망을 수어와 함께 경쾌하게 담아낸 곡이다. 환하게 춤추는 일곱 멤버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멜로디가 흥얼거려지고, 몸이 자꾸 리듬을 탄다. 코로나뿐 아니라 연일 후텁지근한 사우나 날씨까지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선물 같은 곡이랄까? 영상 말미에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흥겹게 떼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즐거움을 넘어 어떤 뭉클함까지 자아낼 정도이다. 

그렇잖아도 직전에 발표한 곡 'Butter'가 7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해서 마냥 감탄스럽던 중이었다. 그런데 신곡마저 발표되자마자 'Butter'와 바통 터치하며 다시 한번 빌보드 1위를 꿰찼다니, 이것이 정말 현실인가 싶다. K-pop의 새 기록들을 연신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지친 일상에 이런 기쁨이 또 없다. 

뒤늦게 보이 그룹 BTS에 입덕하다

그들의 이런 성취에 흠뻑 취하지만, 사실 BTS의 열혈 팬이라고 하기에는 좀 미안하다. 그들을 데뷔 때부터 주목하고 좋아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BTS의 존재를 인지한 때는 2017년 방영되었던 <쌈 마이웨이>라는 드라마에서였다.

주인공 '동만'이가 격투기장으로 입장할 때 화끈하면서도 박력 있게 울려 퍼지던 노래가 퍽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바로 BTS의 '불타오르네'였다. 신선해서 좋구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그 이후에 그들의 노래나 행보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는 않았더랬다.

그런데 그 뒤로 잊을 만하면 BTS의 놀라운 소식들이 들렸다. UN에서 연설을 했다거나, 비틀스에 견줘지는 그룹으로 영국 웸블리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는 둥,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017년부터 5년 연속 탑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들이었다. 그쯤 되자 도대체 BTS가 어떤 그룹이길래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지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2018년 BTS UN 총회 연설
ⓒ BANGTANTV
그렇게 궁금함이 쌓여 그들의 지난 곡들까지 본격적으로 챙겨보게 된 시점이 'Butter' 발표 이후이다. 공식 뮤비와 뮤비 메이킹, 리액션 영상과 해외 플래시 몹, 멤버들의 춤 연습과 일상 영상 등을 보고 나서야 그간 대충 알던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게 되었다. 충성도 높은 '아미'가 얼마나 특별한 세계적 팬덤인지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찾아본 영상들은, 박력 있는 칼군무를 앞세운 잘생긴 소년들의 영상미만을 막연히 기대했던 나의 예상과 사뭇 달랐다. 사력을 다해 끝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진지한 태도가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엄청난 안무로 체력이 고갈되어 무대를 내려온 뒤 쓰러져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는 무대 뒤 멤버들의 모습은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나는 입시경쟁부터 시작되는 무한 경쟁 사회의 성공에 대한 압박을 싫어한다. 인간성을 갉아먹는 병폐라 여기기 때문이다. 비교와 경쟁으로 우월하고 열등해지는 천박한 마음이 싫어 '욕심 내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 나를 찾으며 살자'는 마음을 품고 산다.

그런데, 각자의 한계를 극복해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습하는 멤버들은 '노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품었던 마음가짐이 혹시 노력과 연습을 게을리하기 위한 허울 좋은 명분은 아니었는지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멤버들
 
  BTS 안무연습
ⓒ BANGTANTV
멤버들의 구체적 사연은 더욱 인상적이다. 무용 전공이었던 지민은 힙합 스타일의 춤을 새롭게 배우느라 잠 잘 시간을 극도로 줄여가며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나이, 20살 때 팀원이 된 진도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자며 추가 연습을 했다고 한다. 팀 탈락에 대한 압박감과 팀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그야말로 피, 땀, 눈물 흘린 연습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곡들이 '쩔어', '피, 땀, 눈물', 'Mic drop', 'Fake Love' 등이었다.

그들은 그 어린 나이에서부터 저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노력으로 이런 멋진 곡들을 생산해 왔구나! 새삼스레 뒷북 감탄이다. 나이는 훨씬 많은데, 나는 그동안 세상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생산해 낸 적은 있던가? 또 그들만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땀'과 '눈물'을 흘려본 적은 있던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갑작스러운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노래로 퍼뜨리는 그들의 선한 메시지와 영향력은 오늘도 국적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지친 누군가를 힘내게 하고 설레게 한다. 한국의 작은 그룹으로 출발한 BTS가 부단한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해내며 성장하는 과정이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리라.

나도 이 힘겨운 코로나와 무더위에 지지 말고, 그들처럼 하고 싶은 일에 더 열중하며 지내야겠다. 무더위 탓, 코로나 탓만 하며 정신줄 놓으려다 BTS에 늦은 입덕 하며 드는 뜻밖의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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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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