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백내장 오면 곧장 인공수정체 삽입? 일상 큰 불편 없으면 관리부터

2021. 7. 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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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안경·점안액으로 개선 가능
다초점렌즈는 부작용 생길 수도
백내장 수술 피해구제 신청 많아
백내장 수술은 일상에 큰 지장이 없다면 비수술적 관리 후 결정하는 게 권장된다.

수술은 최후의 보루 눈에 찾아온 하얀 불청객, 바로 ‘백내장(白內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백내장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41만2671명으로, 2016년 126만3145명에서 4년 새 11.8% 늘었다. 백내장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60세 이상의 70%, 70세 이상의 90%가 백내장 증상을 경험한다. 백내장은 눈 속 투명했던 수정체가 단백질 구조의 변화로 뿌옇게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사물이 흐려 보이고 시력이 저하되는 증상을 동반한다.


눈 주변부만 백내장 땐 수술 신중히

백내장을 진단받으면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안과 김패트릭 교수는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 저하가 심하고 일상에 큰 지장을 겪는 정도가 아니라면 수술을 최대한 늦추면서 비수술적 관리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는 수술에 사용하는 인공수정체가 사람의 수정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수술적 관리법으로는 시력을 개선하기 위해 안경 도수를 높이고, 눈부심을 줄이기 위해 유색 안경과 모자를 착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항산화 성분의 점안액으로 수정체의 노화를 지연시키고, 피레녹신 성분의 점안액으로 수정체 단백질의 변성을 억제하는 약물요법도 있다. 김 교수는 “백내장 발생 부위가 중심부가 아니고 주변부에 국한돼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백내장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안과학회의 ‘백내장 임상 진료지침’에서는 ▶백내장 증상이 심하지 않고 ▶시력 저하에 대해 불만이 없으면서 ▶백내장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은 경우 수술을 늦추고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백내장 수술은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 저하가 심해지고 일상에 큰 불편함이 따르는 경우 권고된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 저하가 심해질수록 낙상, 골절, 교통사고 발생 확률이 증가했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훈 교수는 “백내장의 혼탁 정도,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 정도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은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진행한다. 환자의 혼탁해진 수정체를 빼내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크게 단초점렌즈와 다초점렌즈로 나뉘는데, 단초점렌즈는 주로 먼 거리를 잘 보도록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다초점렌즈는 먼 거리, 중간 거리, 가까운 거리의 모든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다초점렌즈의 경우 빛 번짐, 눈부심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 교수는 “인공수정체는 눈에 들어온 빛을 받아 초점을 맞추는데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회절형(도넛 모양) 다초점렌즈의 경우 들어온 빛의 20%는 소실되고, 남은 80%를 조금씩 분산시켜 거리별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명암 대비 감도가 떨어지고 빛 번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단초점렌즈는 들어온 빛을 100% 수용해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평생 쓸 인공수정체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백내장 수술받는 40·50대 증가세

그런데 백내장 수술 연령대가 최근 수년간 크게 낮아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8년 백내장 수술을 받은 70대 환자는 2015년보다 6.2%로 소폭 증가한 데 반해 40대는 17.3%, 50대는 무려 38% 껑충 뛰었다. 그러면서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렌즈의 삽입술은 급증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실손 보험금은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6년(779억원)보다

5년 새 1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2016년 1월 다초점렌즈가 실손보험 대상에서 빠졌는데도 청구된 실손 보험금이 증가한 건 일부 개원가에서 다초점렌즈 가격을 낮추는 대신 비급여 항목의 검사비를 부풀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술이 필요 없는 백내장 환자에게까지 무리하게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권장해 수술했다가 부작용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2017~2019년 접수한 안과 진료 관련 피해구제 신청(84건)에서 백내장 수술이 47.6%(40건)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95%(38건)는 안내염, 후발 백내장, 수정체 후낭 파열, 다초점렌즈 삽입 후 난시와 빛 번짐, 시각장애 등 백내장 수술의 부작용이었다. 김 교수는 “백내장 수술을 결정할 땐 2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보고 수술 권장 여부, 수술 후 부작용 위험, 렌즈별 장단점 등을 꼼꼼히 비교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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