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암 정밀의료 프로젝트, 멈춰선 안 되는 이유
[기고] 김열홍 암 정밀의료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장
정밀의료의 도입은 특정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표적치료제 개발에 혁신을 가져왔다. 기존의 신약 개발은 대형 제약회사가 약제의 표적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만을 골라 진행하고 나머지 환자는 기존 치료를 받는 대조군에 포함됐다. 대규모 유전자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고, 환자들의 수요도 충족할 수 없으며 특정 회사가 모든 정보를 독점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하는 정밀의료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미국의 ‘NCI-MATCH’와 일본의 ‘SCRUM-Japan’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고, 각각의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신약 임상시험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추가 신약 개발을 추구한다.
이에 자극을 받은 우리나라도 2021년 12월까지 450억원이 투입되는 ‘K-MASTER 암 정밀의료 진단 치료법 개발 사업단’을 2017년 출범했다. 현재까지 전국 57개 대학병원과 암 전문치료 기관이 참여해 진행성 암 환자 9586명이 대규모 암 유전체 분석 결과에 기반을 둬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었다. 암 유전체 분석으로 2000명 이상에게 표적치료제 등 치료 기회를 제공했고, 특정 유전체 변이가 확인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건의 항암 신약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뛰어난 치료 효과를 경험하는 환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임상시험 참여 환자의 치료 효과와 생존 기간 등 자료 수집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 관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올해로 사업 지원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렵게 구축한 전국 네트워크와 관련 인력이 와해하고 기꺼이 본인의 암 조직과 혈액을 제공한 환자의 공익적 헌신이 빛을 보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암 정밀의료는 환자, 의사, 의과학연구자, 국가 등 참여 주체 모두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의료시스템이다. 환자는 자신에게 맞는 약이나 치료 방법을 처음부터 시도할 수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최선의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치료와 진단법을 개발하는 의사, 연구자는 적은 비용으로 짧은 기간 안에 효과적인 신약 개발을 이룰 수 있다. 정부도 효과적인 신약 임상시험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줄일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익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부가 암 정밀의료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면 바이오 빅데이터가 모여 미래 바이오 산업의 밑거름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암 정밀의료에 대한 지속 투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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