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김남윤 키워낸 '한국 바이올린의 아버지'
파리·빈 유학 뒤 귀국해 후학 양성
초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 지내
‘한국 바이올린의 아버지’ 양해엽 전 서울대 음대 교수가 2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92세.
전북 진안 태생인 고인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직전 서울대 예술대 음악학부를 졸업했고 전쟁 중엔 해·공군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55년 프랑스 파리고등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고등음악원을 졸업한 고인은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바이올린과 철학을 전공했다. 특히 여기에서 19~20세기에 이어진 프랑스-벨기에 악파의 바이올린 전통을 익히고 돌아와 국내에 전하는 역할을 했다. 6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과 연주를 겸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3)·김남윤(72)·피호영(61)·김다미(33) 등이 그의 제자다. 고인에게 1년 반을 배우고 미국으로 떠난 정경화는 세계 일류 연주자로 이름을 알렸고, 김남윤은 미국 유학 후 돌아와 한국의 젊은 연주자 대부분을 길러낸 대모로 자리 잡았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악장을 지낸 피호영은 성신여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고, 2013년 독일 하노버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다미는 서울대 음대 교수로 활동한다.
서울대에서 정년 퇴임한 후에는 초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1980~85)을 맡았고 프랑스 말메종 국립음악원 교수로 93년까지 재직했다. 초대 춘우장학재단 이사장, 한국현악협회(KSA) 이사장, 동아국제음악콩쿠르(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유족은 부인 서정윤씨, 아들 성식(바이올리니스트)·성원(첼리스트, 연세대 교수)·성욱(기업가)씨, 딸 혜원(프랑스 주재 기업가)씨가 있다. 아버지를 따라 악기를 공부한 두 아들도 세계를 무대로 연주하는 중견 음악가로 자리 잡았다. 2016년엔 미수(米壽·88세)를 기념해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공연에 정경화가 깜짝 출연해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8일 오전 11시이며 장지는 천주교 안성추모공원이다. 02-2227-7500.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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