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모아젤 샤넬은 항상 기존 관념에 맞서는 인물이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코르셋을 착용했던 시대에 태어난 그녀는 기존 표준에서 벗어나 저지 소재의 편안한 여성복을 창조하는가 하면, 값비싼 보석 대신 가짜 보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선보임으로써 패션 주얼리의 개념을 처음으로 탄생시켰다. 그뿐 아니다. 남성복의 문법을 여성복에 적용시켜 성별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인물도 코코 샤넬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관습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관습에 맞서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줌으로써 생각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던 코코 샤넬.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그녀의 철학은 지금까지도 샤넬 하우스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
샤넬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J12 워치를 꼽을 수 있다. 뉴 밀레니엄의 시작인 2000년에 첫선을 보인 J12 워치는 남녀의 성별 구분을 없앤 유니섹스 워치이자 당시 시계 업계에서 사용하지 않던 세라믹 소재를 전면에 사용해 전 세계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마드모아젤 샤넬이 가장 사랑한 컬러이자 클래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블랙 컬러와 매끈한 광택을 내며 미래적 분위기를 내는 세라믹 소재의 만남은 그 자체로 혁신적이었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또 J12 워치는 시대 변화를 예리하게 짚어낸 통찰의 결과물이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라이프스타일에 큰 변화가 일었는데, 다양한 스포츠와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실용 중심의 문화가 퍼져 나간 것. 이에 걸맞은 J12 워치는 가볍고, 스크래치에 강하며, 예민한 피부에도 자극이 없을뿐더러 일상과 여가생활 모두에서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실용성과 스타일을 겸비한 시계였다. 이후 21세기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J12 워치는 2002년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추가하고, 2003년에는 화이트 버전을 선보였으며, 2019년에는 자체 개발한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을 공개하는 등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샤넬은 도전과 혁신이라는 시대 정신을 담은 J12 워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신의 삶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진취적인 현대 여성을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있다. 현재 J12 워치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은 바네사 파라디와 릴리 로즈 뎁 모녀, 키이라 나이틀리, 알리 맥그로, 나오미 캠벨, 리우 웬 등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온 여성들이다. 샤넬은 올해 J12 워치 앰배서더의 새로운 멤버로 영화배우이자 제작자인 마고 로비를 발탁하며 J12에 깃든 도전 정신을 다시 한 번 또렷이 비췄다. 호주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마고 로비는 열여섯 살부터 돈을 벌기 위해 세 개나 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후 2007년 연기자로 데뷔한 그녀는 호주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다수의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찬찬히 인지도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2012년 할리우드에 입성했고, 2013년에는 〈어바웃 타임〉이란 작품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녀는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 퀸 역할을 맡아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다. 현재 마고 로비는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활동하며 영화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할리 퀸의 스핀 오프인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주연과 제작자를 겸했으며 자신의 제작사인 럭키챕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TV 시리즈 〈돌페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럭키챕 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모든 프로젝트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마고 로비가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이어받은 샤넬 하우스와 인연을 맺은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보인다. 그녀와 샤넬의 인연은 2018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샤넬 의상을 착용하면서 샤넬 앰배서더로 임명된 것. 이후에도 뉴욕, 런던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린 패션쇼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생전 칼 라거펠트가 직접 촬영한 광고 캠페인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샤넬을 대표하는 시계 J12의 새로운 얼굴이 되어 주체적이고 도전적인 삶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 손목 위로 흐르는 리듬 」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신시사이저 소리, 심장 박동에 맞춰 쿵쿵대는 박자, 강렬한 비트까지. 일렉트로닉 음악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샤넬은 일렉트로닉 음악과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워치 캡슐 컬렉션, 샤넬 일렉트로를 공개하며 음악의 흥겨움을 손목 위에 구현했다. 1990년대에 유행한 일렉트로닉 장르를 컨셉트로 한 일렉트로 컬렉션은 한여름 밤에 열리는 EDM 페스티벌의 흥겨운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은 일렉트로 캡슐 컬렉션을 두고 “콘서트의 세트리스트를 짜는 것처럼 컬렉션을 구상했습니다. 프리미에르, J12, 보이프렌드, 코드 코코까지 샤넬의 클래식 워치를 차례대로 무대에 올린다고 상상했죠”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일렉트로 컬렉션의 시계들은 기존의 클래식함을 벗어 던지는 대신 알록달록한 무지갯빛 컬러의 경쾌한 매력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자그마한 직사각형의 다이얼이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프리미에르 컬렉션의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다이얼 12시 방향에 네온 핑크 컬러 로고를 배치하고, 그러데이션 효과를 준 멀티 컬러 레더를 체인 브레이슬렛에 엮어 손목에 무지개를 감은 듯한 디자인을 완성한 것. 각기 다른 일곱 가지 색상의 프리미에르 워치를 세트로 구성한 프리미에르 일렉트로 박스도 이 컬렉션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형광빛을 띠는 레드, 오렌지, 옐로, 그린, 블루, 퍼플, 핑크 컬러 버전의 워치 중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색상을 고를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 자체로 하나의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J12 워치는 인덱스와 베젤 눈금에 레인보 컬러를 적용한 블랙 세라믹 소재로 출시됐다. 38mm와 33mm 두 가지 크기로 만날 수 있다. 빈티지한 남자 시계를 연상시키는 보이프렌드는 한층 더 위트를 더했다. 다이얼 위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깜찍한 로봇 모티프를 표현한 것. 또 퀼팅 패턴을 가미한 카프스킨 스트랩에는 안쪽 면에 푸시아 핑크 컬러를 적용해 반전 매력을 더했다. 샤넬이 최근 선보인 코드 코코는 브레이슬렛 전체에 네온 핑크 컬러의 퀼팅 패턴 레더를 적용해 단박에 눈길을 끈다.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 이렇듯 일렉트로 컬렉션의 모든 시계는 듣는 순간 귀를 기울이게 되는 전자음처럼 강렬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완성돼 있다. 기존의 클래식한 매력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새로운 시도에 주저함이 없는 샤넬 워치의 대담함은 100여 년 전 마드모아젤 샤넬이 보여주었던 혁신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변신을 펼쳐 보일지 샤넬 워치의 미래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