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실거주 백지화'에 혼돈의 전세 시장..매물 늘었지만 '임대차 3법'에 전세난 여전

정다운 2021. 7. 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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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집주인이 들어가려 했던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전셋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7월 12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해야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철회했다.

▶대치 은마아파트, 전세 물량 2배 늘고 가격 1억 내려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규제 대책의 핵심으로 재건축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전세난이 서울·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은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가 백지화된 후 일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들어가려 했던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전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호가도 떨어졌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7월 12일 74건에서 일주일 만에 163건으로 120.2% 증가했다. 월세를 포함한 매물은 154건에서 278건으로 일주일 새 80.5% 늘었다. 1979년 준공한 은마아파트는 서울의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물량이 늘자 전셋값도 떨어졌다. 지난해 5월만 해도 6억원대에 계약서를 쓰던 은마아파트 전용 76㎡ 전셋값은 지난해 말 10억원대로 뛰었고, 올 6월만 해도 9억원대에 계약이 이뤄졌는데 최근 같은 아파트 전세가 7억~8억원대에 나오면서 시세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또 다른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급증했다. 지난 1월 20일 기준 48개에 불과했던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49개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백지화만으로는 전셋값이 안정되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이주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신규 아파트 입주도 줄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864가구로, 지난해(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또 개정된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기존 전셋집에서 2년 더 거주하려는 세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했고, 집주인들은 신규 전세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에도 서울 지역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장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되는 일부 물량 덕에 전셋값 상승폭이 제한적이더라도 결국 2년 뒤 신규 임대 시에는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8호 (2021.07.21~2021.07.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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