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석 칼럼] 다스와 최태민의 교훈
이명박 박근혜 후보, 치열한
경쟁으로 서로 공격한 사건이
10여년 뒤 둘 다 구속 원인 돼
난타전 양상까지 보이며 과열
된다고 대선 후보 검증 제대로
안 하면 결국 국민만 불행해져
네거티브나 가짜뉴스, 근거
없는 상호 비방은 자제돼야
하지만 본인은 물론 주변 인물
까지 철저한 검증 이뤄져야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치열한 당내 경선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엔 한나라당 후보가 곧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서 더욱 그랬다. 이명박 박근혜 후보는 그야말로 피 튀기는 싸움을 했다. 당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이 후보를 쫓는 처지였던 박 후보. 그는 도곡동 땅과 BBK, 다스 관련 의혹 등을 거론하며 집요하게 이 후보의 재산형성 과정을 물고 늘어졌다. 이 후보도 박 후보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거론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박 후보가 최태민과 그의 딸 최 아무개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폭로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 후보는 난타전 끝에 최종 후보로 확정됐고, 당시 검찰이 관련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까지 하면서 결국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어 박 후보가 18대 대통령에 올랐다. 하지만 2007년 경선 당시 양측이 제기했던 의혹들은 10여년 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검찰 수사 결과 상당수 사실로 밝혀졌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2018년 구속돼 수감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 딸인 최서원(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의혹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당내 경선이 본격 시동을 걸면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이 소환되고 있다. 여러 가지 해석과 촌평이 이어진다. 우선 당내 경선에서 너무 심하게 난타전을 벌여 결국 서로를 불행의 나락으로 몰아넣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심한 검증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결국은 원팀으로 본선에서 싸워야 하는 데 너무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결격 사유가 있는 대통령을 미리 걸러내지 못하면 결국은 국민만 불행해진다. 범법자이자 무능한 대통령을 또 뽑아서야 되겠는가. 오히려 당시 당내에서 좀 더 제대로 검증을 했더라면, 검찰 등 사정 당국이 제대로 수사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끝까지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언론도 검증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비경선이 끝나고 본경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최근 이재명 이낙연 후보를 중심으로 공방이 가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보 간 상호 비방이나 난타전이 금도를 벗어난 경우도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두 후보 간 공방을 두고 최근 SNS상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공방’을 재조명한 방송자료를 합성한 사진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물론 네거티브나 가짜뉴스, 근거 없는 상호비방 등은 자제돼야 한다. 특히 불법을 동원한 상대방 흠집 내기 등은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검증은 어떤 식으로든 철저히 해야 한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 일가친척은 물론 측근 등 주변 인물들에 대한 검증은 모두 낱낱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제2의 다스나 최태민 의혹에 얼룩진 인물이 또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도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정당 밖에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주자들에 대한 검증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본인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친인척이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취급할 문제는 아니다.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후보들의 검증 과정을 지켜보고 선택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 절반 가까이는 자신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의 가족·측근 문제가 드러나도 후보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그러나 차기 대선 후보의 가족이나 친인척, 측근의 도덕적·사법적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끝까지 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 국정이 잘못되면 국민은 대통령을 욕한다. 인사를 잘못해도, 집값 폭등 등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도, 하물며 가뭄이나 홍수로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린다. 그만큼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고 대통령에 대한 의지와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난 대선 후보를 문제 삼지 않고 지지하겠다면 이율배반적이다. 도덕적이고 품격 있고, 능력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는 데 국민이 앞장서야 한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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