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여정 마무리한 '뭉쏜', 자충수 된 농구대잔치

이준목 2021. 7. 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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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

[이준목 기자]

 
 JTBC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JTBC
대한민국 스포츠 전설들의 농구 도전기를 다뤘던 JTBC 예능 <뭉쳐야 쏜다>가 7개월간의 치열했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18일 방송된 <뭉쏜> 마지막회에서는 '어게인 농구대잔치' 우승팀을 가리는 연세대 vs. 고려대의 대결, 그리고 상암 불낙스의 마지막 1승 도전인 기아자동차와의 경기가 펼쳐졌다.

연세대와 고려대를 대표하여 출전한 농구 전설들은 졸업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승부욕을 드러냈다. 특히 오랜만에 선수로 돌아온 현주엽은 화려한 패스와 3점슛, 돌파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잇달아 선보이며 모처럼 현역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지켜보던 상암 불낙스 멤버들도 감탄했다. 이형택은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네"라고 놀라워하자 폭소가 터졌다.

물론 세월의 흐름을 속일 수 없는듯한 장면도 나왔다. 현주엽이 현역 시절이라면 손쉽게 넣었을 레이업이나 노마크 슛찬스를 놓치고 당황하는 모습이나, 중년이 넘은 아재들이 체력이 달려서 걸어다니는 모습들, 못 막겠다 싶으면 할리우드 액션을 하거나 저지르고 모르쇠로 발뺌하고 몸보다 입농구로 승부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냈다.

연세대는 황태자 우지원의 폭발적인 3점슛에 힘입어 추격에 나서며 전반을 1점 차로 뒤진 채 마감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고려대가 높이의 우위를 활용하여 리바운드를 장악하며 다시 점수차를 조금씩 벌렸다. 경기 막판 고려대는 최고령인 슛도사 이충희까지 출전하여 득점을 성공시키며 불낙스 멤버들의 박수를 받았다. 고려대는 승부의 쐐기를 박는 양희승의 피날레 버저비터를 끝으로 52-39로 승리하며 파죽의 3연승으로 농구대잔치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상암불낙스와 기아자동차의 대회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허재는 기아 측 선수로 뛰지 않고 불낙스 감독 역할에만 충실하기로 했다. 허재는 "마지막 경기다. 후회없는 경기를 해야 해, 이 한 경기를 위하여 7개월을 고생한 것이다. 우승보다 값진 1승을 하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불낙스는 윤경신-이동국-안정환-홍성흔-김동현으로 스타팅 멤버를 내세웠다. 최고령팀인 기아가 공수전환이 느리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불낙스가 윤경신의 리바운드에 이은 안정환-이동국의 연속 득점으로 초반 리드를 잡았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연세대-고려대 멤버들은 기아가 질 수도 있다며 불낙스의 선전에 감탄했다.

기아 김영만은 레이업 한번에 가벼운 햄스트링 증세를 보이며 절뚝거려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했다. 선배인 김유택이 힘들다는 이유로 먼저 냉큼 교체를 자처하여 벤치로 들어가 버리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돼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불낙스는 이날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던 윤경신을 앞세워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다. 윤경신은 전반 적극적인 골밑 공격에서 얻어낸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는가 하면, 리바운드에 이은 아웃렛 패스, 속공 가담에 이은 어시스트 패스로 동료들의 득점까지 도우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불낙스는 21-23으로 기아에 단 2점 차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불낙스는 후반 시작과 함께 축구부 듀오 이동국-안정환이 공격을 주도하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기아자동차의 노장들도 경기가 접전이 되면서 서서히 승부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팀내 최고령인 한기범이 몸을 사리지 않고 전력질주로 백코트하여 블록슛을 시도하는가 하면 현역 시절을 연상시키는 사이드 점프슛을 성공시키는 노익장으로 박수를 받았다.

5점차까지 끌려가던 불낙스는 이동국의 3점슛과 속공 레이업이 잇달아 터지며 단숨에 7점을 몰아쳐서 역전에 성공했다. 기아도 김영만의 중거리슛으로 반격하며 양팀은 경기종반까지 근소한 점수차로 공방을 펼쳤다. 불낙스는 야투가 갈수록 부진했고 기아는 체력이 떨어져서 움직임이 드러나며 양팀 모두 확실하게 승기를 가져가지 못했다. 지친 한기범이 이미 타임아웃을 다 소진한 상황에서 다시 타임아웃을 부르려고 하자, 허재가 발끈하여 티격태격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는 후반에만 6번이나 동점을 주고받을 만큼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다. 불낙스 안정환과 기아 김유택이 번갈아가며 트래블링을 저지르자 지켜보던 이들의 폭소와 놀림이 쏟아졌다. 불낙스는 안정환의 점프슛으로 종료 19초를 남기고 40-41, 1점차로 추격했다. 작전타임을 부른 허재 감독은 파울 작전을 지시했다.

기아의 인바운드 패스 상황에서 이동국이 천금같은 가로채기에 성공했으나 컨트롤 미숙으로 볼을 흘리며 터치아웃이 선언됐다.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탄식을 금치 못했다. 멘탈이 붕괴된 불낙스는 연이은 실책으로 이미 파울갯수가 많았던 이동국과 홍성흔이 연달아 5반칙 퇴장까지 당했다. 기아는 파울작전으로 얻은 자유투를 차곡차곡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벌렸고, 불낙스는 안정환의 마지막 3점슛 시도가 빗나가며 결국 경기는 44-40 기아의 신승으로 끝났다.
 
 JTBC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JTBC
 
허재 감독과 현주엽 코치, 불낙스 선수들 모두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최다득점을 올리고도 웃지 못한 이동국은 마지막 실책을 곱씹으며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우승을 차지한 고려대가 트로피와 함께 부상으로 한우세트를 받았다. 출연자들은 모두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찍으며 농구대잔치 시절의 영광과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시상식이 모두 끝난 후 불낙스 멤버들만 남아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여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허재 감독은 "자기 종목에서는 모두 1인자들인데 여기와서 농구인기에 힘을 실어준 후배들에게 감사하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현주엽 코치도 "좋은 분들과 7개월을 보낸 게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최근에 농구가 침체되어 있는데 농구인기를 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안정환은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같이 간다는 게 행복했다"고 밝혔다.

구단주의 선물로 불낙스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와 상징문구가 새겨진 액자가 도착했다. 불낙스는 마지막으로 다같이 허재 감독을 헹가래치는 것으로 다사다난했던 농구 여정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JTBC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JTBC
 
<뭉쳐야 쏜다>는 JTBC의 대표 예능인 '뭉쳐야 유니버스'의 세 번째 작품이자, 스포츠 소재로 국한하면 두 번째 시리즈였다. 첫 번째 <뭉쳐야 뜬다>(이하 뭉뜬)가 패키지 해외여행, 두 번째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가 스포츠 전설들의 조기축구 도전기를 다뤘다면, <뭉쳐야 쏜다>는 '겨울스포츠의 꽃' 농구라는 소재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뭉쳐야 유니버스 내내 개근한 안정환, 김성주, 김용만 등을 비롯하여 전작 <뭉찬>에 출연했던 멤버들이 <뭉쏜>에도 다수 합류했다. 특히 '농구대통령' 허재와 안정환은 전작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만났으나 <뭉쏜>에서 역할이 역전된 모습으로 재회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치겸 해설자 역할로 합류한 또 다른 농구 레전드 현주엽도 의외의 언변과 준수한 예능감으로 허재 감독을 잘 보좌하며 농구 초보자들로 구성된 불낙스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뭉쏜>의 인기와 매력포인트는 전작 <뭉찬>이 구축해 놓은 후광에서 이어진 측면이 컸다. 대한민국 스포츠 전설들이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초짜에 불과한 스포츠 스타들의 성장 서사,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멤버들의 캐릭터쇼와 팀 케미는 자연스럽게 전작과의 연속성을 부각시켰다. 방송 초반 시청률과 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뭉쏜>은 결과적으로 전작 이상의 차별화된 매력이나 새로운 서사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예상을 넘어 1년 반이나 장수했던 <뭉찬>에 비하여 <뭉쏜>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약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기본적으로 축구와 농구라는 종목간의 대중적 접근성 차이가 컸다.

다소 실력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고령 선수도 참여가 가능했던 축구에 비해, 농구는 공수전환이 빠르고 체력소모가 더 크고 신체조건과 선천적 재능의 차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운동이다. 불낙스 멤버들은 대부분이 스포츠 레전드 출신이지만 축구의 이동국과 중반부에 합류한 핸드볼 윤경신 정도를 제외하면, 농구라는 종목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멤버들이 다수였다.

이 때문인지 <뭉쏜>은 전작에 비해 진지한 농구도전기와 성장 서사보다는 가벼운 예능 쪽에 더 무게가 기울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하여 <뭉쏜>은 팀 수준에 맞는 상대팀을 섭외하는데도 애를 먹었고, <뭉찬>의 전국대회 도전처럼 팀에 긴장감과 동기부여를 제시할만한 뚜렷한 방향성도 찾지 못했다.
 
 JTBC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 JTBC
 
<뭉쏜>의 피날레를 장식한 '어게인 농구대잔치' 이벤트는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승부 조작 파문을 일으킨 강동희, 심판 폭행으로 자격정지를 당했던 정재근, 농구인2세인 아들이 최근 음주운전을 저질러 이슈가 된 김유택 등 논란이 될만한 인물들이 '농구레전드' 자격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덩달아 코칭스태프인 허재와 현주엽의 과거 음주운전 경력까지 소환되는 등 반응이 악화되자, 제작진은 결국 공식사과와 함께 일부 출연자들의 분량을 편집해야 했다.

한편으로 이는 한국에서 농구를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 현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농구대잔치를 소환해야 할 만큼 한국 농구의 고질적인 컨텐츠 빈곤이 드러난 셈이다. 이는 앞으로 <뭉쳐야> 시리즈가 어떤 소재를 다루든, 프로그램이 장수하기 위한 방향성에 있어서도 깊은 고민을 남긴 대목이기도 하다.

<뭉쳐야> 시리즈는 다시 축구 이야기로 돌아가, <뭉쳐야 찬다> 시즌2로 귀환할 예정이다. 안정환과 이동국이 코칭스태프를 맡아 시즌1에 활약했던 멤버들도 다시 복귀하며 선수 오디션 등을 통하여 못다 이룬 전국제패의 꿈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기획을 표방했다. 하지만 첫 방송을 앞두고 일부 출연자들이 연이어 코로나 확진 사실이 알려지는 등 순탄치 않은 출발을 예고했다. 시작은 좋았으나 용두사미에 가깝게 마무리된 <뭉쏜>이 남긴 아쉬움을 <뭉찬>에서 다시 만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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